도 넘은 ‘사법의 진영화’와 급속 악화하는 ‘정치 내전’[사설]

‘사법의 정치화’ 조짐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이젠 판사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판결이 통째로 뒤바뀌는 ‘사법의 진영화’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별다른 사실관계의 변화가 없음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과 2심 판결이 정반대인 것과 관련, 일반 국민의 일차적 반응은 “이젠 재판에 기댈 수 없게 됐다” “재판이 정치의 부속물”이라는 식이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쇼핑’ 의혹, 서울서부지법의 체포영장 및 구속영장 발부와 서울중앙지법의 구속취소 결정 등과도 겹치면서 법치 신뢰가 급속히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한 2심 판결문을 뜯어보면, 이런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증거와 증인이 달라지지 않고 새로운 심증을 형성할 사유가 새롭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2심이 1심을 뒤집는 경우엔 ‘합리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2016도 18031판결)조차 무색해졌다. 판사의 정치·이념 성향이나 소속 모임, 심지어 출신 지역에 따라 판결이 달라진다는 ‘기교 사법’에 대한 우려는 몇 년 전부터 점증했지만, 이제는 대놓고 ‘맘대로 판결’을 하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서 이기려면 증거와 법리보다 판사가 어떤 성향인지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는 더 이상 시중의 우스갯소리가 아니게 됐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법부를 믿지 못하게 된 이런 상황은 참담하다. 국민은 무조건 상급법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사법 비용의 증가가 자명하다. 판사·판결의 진영화 현상은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의 파격적 인사와 제도에 힘입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게다가 이 대표 변호인 출신 5명이 이번 국회에 입성하고, 정당과 국회가 ‘로펌’처럼 작동하는 인상을 준 것도 재조(在朝) 법조인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국회를 박차고 나간 정당은 길거리에 불법 천막 당사를 차렸다. 도심 트랙터 시위를 막았다고 서울경찰청장이 고발당했다. 법과 공권력 무시가 심각하다. 법치와 정치가 실패하면 ‘물리적 내전’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뇌관인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만이라도 외압에 휘둘리지 말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