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멀어지는 유럽에 ‘러브콜’ 보내는 중국…“보호주의 함께 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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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우군 확대 드라이브

習, 2년째 글로벌 기업인과 회동
허리펑 부총리, EU 통상담당에
“다자 무역체제를 지켜내자”
왕이 외교부장 “상호 윈윈해야”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미·중 관세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은 외연 넓히기와 우군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글로벌 기업 CEO들과 회동을 가진 것에 더해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유럽 인사들과 만나 미국식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함께 저지하자며 대미 전선 확대를 시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과의 관세 전쟁도 불사하는 ‘관세 때리기’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외국 기업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대외 개방 의지를 피력하며 우군 만들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발전포럼(CDF)에 참석했던 이 회장을 비롯해 글로벌 CEO들과 만남을 가졌다. 지난해 CDF 후 미국 기업 CEO 및 학계 인사들과 만난 데 이어 2년 연속 기업인들과 회동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전쟁에 맞서 우군을 확보하려는 행보다. 다른 중국 관료들도 이러한 행보에 동참하고 있다.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허 부총리는 27일 오후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만나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함께 막아내고 다자무역 체제를 지켜내자”며 “중국과 EU가 대화와 교류를 강화하고 상호 개방을 확대해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촉진하자”고 강조했다.

같은 날 왕 부장은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변화와 혼란이 얽힌 국제 정세에 직면한 지금 양측은 일방주의와 진영 대립, 디커플링과 단절을 반대하고 다자주의와 대화와 협력, 상호 이익과 윈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면서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세계가 약육강식의 정글로 돌아가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앞서 파울루 랑젤 포르투갈 국무장관 겸 외교장관과 만난 자리에서도 “세계는 약육강식의 정글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은 유럽을 다극 세계의 중요한 축으로 간주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EU에 (미국발) 관세 위협에 공동으로 저항하자고 초대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중국 지도부의 우군 만들기 행보는 더욱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시 주석은 지난달 전통적 우군이자 수시로 ‘브로맨스’를 드러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를 가졌고 이어 방중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회동했다. 한국, 일본에도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이달 22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왕 부장은 “우리는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견지하고 경제 글로벌화를 더욱 포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