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보급 가로막는 미스터리한 ‘인체 발전’ 커넥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웹영화 ‘인간발전’ 포스터.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제공

전력난 현실화될 수 있는 미래 인류사회에
‘대체 에너지’ 고민 심는 영화 ‘인간발전’


지난 28일 왓챠·웨이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개봉된 웹영화 ‘인간발전’은 기본적으로 범죄스릴러물이다. 미래의 어느 한 시점의 한국에서 에너지 학계·업계 그리고 이해 관계자들이 사회의 핵심 에너지가 될 기술을 두고 음모와 암투로 대결을 벌이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다.

영화의 배경은 기후위기로 인해 화력발전이 중단된 가까운 미래 사회. 극심한 전력난으로 일상이 변화한 인류는 다시 풍족하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전력원 기술 개발에 몰두한다. 유력한 기술은 두 가지로, 과거부터 이어져 혁신을 거듭한 소형모듈원전(SMR)과 젊은 천재 기업인이 이끄는 에너지기업 ‘HE’가 개발한 ‘인간발전’이다.

사실 ‘인간발전’은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대표이사 이주수)이 새로운 무탄소 에너지 기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제작한 일종의 ‘공익영화’다. 재단 측은 ‘전력·에너지 위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가고 있는 시점에서 막상 사람들은 전기가 없는 세상을 상상이나 해본 적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이번 영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목적성이 강한 영화인 만큼 영화 내용 자체에서도 에너지 위기에 대한 경고와 새로운 전력원 도입의 당위성 등이 다소 장황하게 묘사돼 있다.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에서도 감독과 배우들은 영화 제작 후기 뿐만 아니라 영화가 표방하고 있는 에너지 기술에 대한 자신들의 인식과 소회를 풀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28일 OTT 개봉 후 다시 뜯어본 ‘인간발전’은 단순히 ‘공익영화’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정통 스릴러 영화적 시도도 분명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우선 ‘사람의 몸에서 전기를 생산한다’는 설정의 인간발전 기술이 다시 보였다. 실제로 자연 상태에서 전기 뱀장어의 사례도 있으니 아예 허무맹랑한 설정은 아니지만, 영화 속 HE의 인간발전 기술은 결국 ‘검증되지 않은 미지의 에너지 기술’에 대한 총체적인 메타포인 셈이다. 그리고 영화 초반부터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인체발화 사건과 인체에서 전기를 추출하는 장면의 미묘한 조명과 미장센을 통해 이런 미지의 에너지 기술에 대한 불안감의 복선을 깔아놓기도 한다. 이는 앞으로 등장할 많은 에너지 신기술에 대한 ‘철저한 검증 필요성’의 경고를 담은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이러한 검증의 과정이 범죄스릴러 구조를 취하고 있다.

캐릭터 설정도 낯익은 전통적 서사에 충실하다. 정의의 사도, 선량한 피해자, 광기의 천재, 관성에 젖은 정치·행정가, 배신의 아이콘까지. 또 이런 캐릭터들의 관계가 뒤얽히며 사건과 긴장·갈등, 반전을 이뤄가는 네러티브 구조는 익숙한 만큼이나 에너지 인식 제고 공익영화란 생소함의 리스크를 줄여주기도 한다.

다만 스펙터클은 기대할 수 없다는 저예산 영화의 한계도 분명했다. 이 부분에서 오히려 이번 영화의 설정에 기반한 대작영화가 파생돼 나올 가능성은 없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게 된다. 차세대 에너지원이나 자원 확보를 위해 경쟁, 암투 심지어 전쟁을 벌이는 스토리는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스파이물이나 SF영화의 소재나 배경이 돼 왔기 때문이다.

한편 ‘인간발전’은 28일부터 왓챠와 웨이브에서 별도의 유료 결제 없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이주수 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영화가 에너지 부족이 가져올 전쟁과 같은 일상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 현세대가 에너지원과 기술에 대해 편견 없이 고민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