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서울의 장풍득수(藏風得水)[이기봉의 풍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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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風水)는 바람을 막고 물을 얻는다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생기(生氣)는 바람을 만나면 흩어지고 물을 만나면 멈추기 때문에 바람을 막고 물을 얻는 곳이 풍수의 명당이라고 한다. 뭔가 특별한 힘이 느껴지고 무척이나 신비롭게 들릴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서울의 장풍득수에 적용하면 필자에겐 별로 어렵지 않은 원리를 특별하고 신비롭게 포장한 말일 뿐이다.

수도 건축물의 권위를 가장 빨리 인식하는 감각인 시각적 관점에서 ‘주산(主山)-좌청룡-우백호-안산(案山)’의 산과 산줄기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서울의 주산인 북악산은 하늘-산-궁궐의 3단계 풍경에서 ‘명당 경복궁 풍경’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좌청룡인 낙산, 우백호인 인왕산, 안산인 남산은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일까?

하늘-산-궁궐의 3단계 풍경에서 궁궐이 시각적으로 권위를 가지려면 산에 비해 너무 왜소하게 보여서는 안 된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명당의 좌우와 앞쪽을 시각적으로 막아주는 좌청룡-우백호-안산의 산과 산줄기다. 만약 이런 지형 장치가 없다면 주산 북악산 밑의 명당에 만든 궁궐인 경복궁은 아주 멀리서부터도 볼 수 있고, 북악산은 엄청나게 큰 반면에 경복궁은 손톱, 심하면 쌀 한 톨의 크기로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야 조선 최고의 통치자 임금이 거처하는 경복궁의 권위가 서겠는가?

주산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 끝의 명당에 궁궐을 위치시키면 주산의 산줄기 양쪽에서 발원한 두 물줄기는 자연스럽게 궁궐 양옆으로 흘러내리다가 앞쪽 안산의 경사진 지형에 막혀 합류한 후 굽어 흘러 좌청룡과 안산 사이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서울이 바로 그렇게 돼 있다. 생기가 물을 만나면 멈춘다는, 그래서 명당은 물을 얻는 곳에 있다는 말은 주산을 중심으로 한 서울 같은 분지 지형에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신비스럽게 포장한 표현일 뿐이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