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는 ‘별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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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트렌드 ‘과학책’

‘고흐의 시간’ ‘우리는 별에서’등
천문학관점에서 예술·기계 조명
국내외 대중과학자 저서도 인기

어렵게만 여겨지던 과학책이 변했다. ‘과알못’ 독자들에겐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과학책이 쉽고 친근해졌다. 심지어 잘 팔리기까지 한다. 지난 2022년 과학 논픽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국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뒤이어 2023년 유시민의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요즘 출판사들은 대중과학서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지금의 과학책 트렌드를 살펴봤다.

최근 출간된 세 권의 천문학 저서는 2020년대 국내 과학책 시장의 특징을 골고루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정통과학이 아닌 ‘융합’에 있다. 위즈덤하우스는 신간 ‘천문학이 발견한 반 고흐의 시간’을 통해 천문학을 그림과 접목했다. 천문학 기업을 창업해 천체망원경을 만들고 있는 저자의 책은 화가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그림 속 별과 달을 비롯해 ‘밤의 카페테라스’의 여름철 대삼각형 별자리, ‘론강의 별밤’ 속 북두칠성을 분석해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별의 위치와 천체의 구성을 통해 미술사학자들이 추정하는 그림의 제작 시기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흥미로운 구성이 돋보인다. 와이즈베리의 ‘우리는 별에서 시작되었다’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의 우주론학자인 로베르토 트로타의 ‘우리는 별에서 시작되었다’는 밤하늘을 보며 소원을 비는 한 연인의 일화에서 시작해 밤하늘이 천문학은 물론 시와 음악 등 예술작품과 시계와 달력, 계산기와 컴퓨터와 같은 도구의 발명에 끼친 영향을 보여준다. 책을 담당한 조문채 와이즈베리 편집자는 “2022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성공) 이후 과학과 인문을 혼합해 스토리텔링하는 방식의 책이 크게 늘었다”며 “그 결과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과학 분야에서 여성 독자의 유입이 늘어났고 현재는 여성 독자들을 타깃으로 한 이런 종류의 과학책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불리는 대중과학자들의 출현이다. 국내에서는 ‘궤도’(본명 김재혁), ‘우주먼지’(지웅배)와 같은 작가들이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는 한편 해외의 유명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저서를 국내에 소개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과학 커뮤니케이터이자 ‘차세대 칼 세이건’이라고 불리는 브라이언 콕스의 ‘블랙홀’(알에이치코리아)도 최근 국내에 출간됐다. 콕스와 제프 포셔가 함께 쓴 책은 블랙홀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거의 모든 연구가 정리돼 있다. 곽우정 알에이치코리아 편집자는 “해외에서는 대표적인 대중 과학자이고 최근 국내에서 과학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꼭 출간되어야 할 책 중 하나”라며 “향후 국내에서도 이름이 더 알려지면 책이 더 인기를 얻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과학책에 대해 늘어난 관심은 출간 종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 2021년 813종이었던 자연과학 도서는 매년 증가세를 보여 2024년에는 883종에 달하고 올해에는 3월까지 183종이 출간됐다. 다만, 대중성에 편중된 과학서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한 과학출판사 대표는 “출판 시장이 어려운 만큼 대중적이고 일부 유명한 저자의 과학책 출간에만 집중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보다 심도 있고 전문적인 책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