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미국에 210억 달러(약 31조 원)를 투자한다는 뉴스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일관됐다. 대부분 현대차그룹이 국내 강성 노조 때문에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상황을 이해한다는 취지였다. 다소 놀랐다. 그 비용을 국내에 투자하면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라는 반응도, 진즉에 해외로 이전했어야 한다는 격앙된 표현도 있었다. 여기에 현대제철이 실적 부진에도 성과급을 올려 달라는 노조의 파업 등으로 창사 이래 처음 생산 라인 중단을 결정한 소식이 오버랩 됐다. 과연 한국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 걸까.
당연히 해외투자를 가장 많이 유치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2014년, 2018년, 2020년 중국이 1위를 차지한 바 있지만, 2022년부터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규모는 전년 대비 93% 증가한 2660억 달러(약 392조 원)다. 이는 한국의 연간 예산(2024년 656조6000억 원)의 절반을 넘으며, 멕시코의 한 해 예산(2642억 달러)보다 많다. 중국도 미국처럼 거대한 소비시장을 보유했지만, 미국이 중국과 다른 점은 친기업 정책이다. 미국은 2018년 세제 개혁을 통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15%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또, 미국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간소화하는 ‘패스트 트랙’을 도입하고, 심지어 첨단 기술 인프라 투자 보조금도 지급했다.
한국은 어떤가. 정부는 지난해 한국의 FDI가 약 345억 달러(50조140억 원)로 역대 최고치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국내에 들어온 투자액은 147억 달러(21조6000억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OFDI)는 639억5000만 달러(94조704억 원)에 달한다. 이 중 40%가량인 258억8000만 달러(38조690억 원)가 미국에 투자한 금액이다. 한국 기업(자본)조차도 국내보다는 해외에, 특히 미국에 투자한 것이다.
이유는 뚜렷하다. 한국의 법인세율과 상속세율은 각 최대 24%, 50%로 미국보다 10%포인트가량 많다. 높은 세율과 까다로운 과세 구조로 기업 운영과 승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기업 경영 환경도 마찬가지다.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주 52시간 예외적용이 어려운 까다로운 근로기준법 등은 물론 상법 개정을 통해 적극적인 경영 활동까지 어렵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강성노조의 득세와 노동시장 경직성을 유지케 하는 고루한 법·제도는 임금 구조는 높지만, 생산성은 낮은 비효율로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차의 미국 투자를 놓고 ‘한국의 청년 일자리가 미국에 갔다’는 푸념도 나오지만, 현대차의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운영하는 완전 자동화가 목표다. 국내에선 인력 감축을 반대하는 노조의 반대로 시도하기 어려운 시스템이지만, 우리가 가야 할 미래다. 세계는 경제 전쟁 중이다. 자국 근로자의 복지와 고용 안정성 등에만 치중해 과감한 구조조정과 혁신에 나서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는 수준을 넘어 아예 사라질 수 있다. 기업이 떠나 사라진 나라의 미래, 그 국민이 겪을 고통은 상상조차 두렵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용권 산업부 차장
![<em class='emp_01'>[속보]</em>장제원 조문 행렬…“尹대통령, ‘가슴 아프다’ 말해”](http://image.munhwa.com/gen_news/202504/2025040201039910126005_s.jpg?v=20250402200237)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