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지 정말 궁금하구나… 꼭 다시한번 만나고싶은 전우들아[보고싶습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73년 한가한 늦여름 오후에 친한 전우들과 찍은 사진. 왼쪽부터 필자·신도수·김경만·이종영·신문기.

■ 보고싶습니다 - 1973년 보병 20사단 61연대 본부 근무 전우들

얼마 전 정말 우연히 51년 만에 전우 서대현 군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전우의 연락처를 구해서 이루어진 만남이다.

서대현 병장, 그는 51년 전, 연천 소재 보병 20사단 61연대 본부에서 3년간의 군대 생활을 같이했던 전우이다. 달성 구지공단 파크골프장 사무실에서 정말 50년 만의 해후(邂逅)가 이루어졌다. 둘이서 와락 끌어안아 본다. 1983년에 있었던 ‘남북 이산가족 만남’만큼 애절하고 가슴 벅찬 만남은 아니지만 그렇게 흔치 않은 만남이다.

맞잡은 팔의 힘이 무척이나 빳빳하다. 희수를 앞두고 있지만, 그때 동안의 웃음 띤 얼굴 그대로이다. 세상을 느긋하고 선하게 살아온 덕분인지 곱게 나이가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소일거리로 글쓰기 공부를 여러 해 계속하고 있다. 어느 날 점심을 먹다 새로 들어온 문우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고향이 ‘달성 구지’라기에 단번에 ‘서대현’이를 아느냐고 묻는다. 모임을 같이하는 고향 지기라고 답한다. 당장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닦달을 한다. 바로 연락을 한다. “서 병장. 61연대 통신대에 근무했던 이태환이라네.” 처음에는 멋쩍어하더니만 “아. 통신대 이태환이. 와 반갑다. 어떻게 연락처를 알았는가”라고 묻는다. 그렇게 소통이 되기 시작됐다.

남자라면 누구에게나 제대 후 군대 생활을 같이했던 전우들을 한번 만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특별히 연락처를 주고받지 않았다면 소통할 길이 없었다. 집에 전화가 있는 집도 흔치 않았고 가까운 곳에 사는 것도 아니니 딱히 방법이 없다. 우연히 지인들 간의 알음알음으로 만나지 않는다면 힘든 만남이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에 저장만 하면 그만이지만 당시로는 그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 추억록을 만들면서 전역 후 연락할 주소라도 남겼더라면 얼마나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절실하게 남는다.

군대에서 만든 추억록을 펼쳐보면 당시의 힘들었던 과정과 전우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해가 바뀌고 계절이 달라지면서 느낌과 다짐, 힘들어했던 훈련을 이를 악물고 이겨냈던 이야기,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며 남긴 글, 펜팔로 주고받던 편지글, 복무했던 3년간의 조그만 1년짜리 달력 석 장, 제대 후 나의 희망과 각오 등을 글로 남겨 두었다. 거기에는 누렇게 빛바랜 ‘전역 특명지’가 보존돼 있다. 여기에다 보관 중인 군대 사진을 조합하면 3년의 군 생활이 오롯이 오버랩된다. 그걸 새로이 워드 작업을 해 책자로 만들어 보았다. 쉽게 손에 가까이할 수 있어 가끔 꺼내 읽는다.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했던 시기에 연천 대광리를 찾아가 우리가 근무했던 군부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 부대로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들어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민통선 내 신탄리에서 철원 백마고지까지 길이 훤하게 뚫려 백마고지를 둘러보고 왔다. 나오면서 술집과 색시들이 들끓었던 추억의 대광리, 경의선 민통선 안쪽 종착역 녹슨 기관차만 달랑 남아 있었던 신탄리, 말년을 머루랑 다래랑 따 먹으며 한가롭게 보냈던 신망리까지 다 둘러보았다. 아쉽게도 우리가 근무했던 20사단은 양평으로 내려가 기계화 부대로 개편되었다가 지금은 이름도 없이 사라졌다.

이제 지금까지 만나지 못한 다른 전우들이 더욱 그리워진다. 행정복지센터와 경찰 지구대로 추억록과 앨범을 들고 가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사정을 해 보지만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 절대 알려 줄 수 없다니 방법이 없다. 지금껏 만나지 못한 전우들이 죽지 않고 살아만 있다면 서대현 군처럼 언젠가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당시 친하게 지냈던 전우로는 대구 코오롱에 근무했던 통신대 김순태, 대구 비산동에 살았던 통신대 신문기, 평택 출신 깎사 통신대 이종영, 마산의 명물 수송대 신도수, 언제나 서글서글하던 근무중대 서대현, 동병상련했던 순하디순한 서울 출신 군종과 박영철 등이다. 전우들아. 살아 있다면 꼭 연락 주기를 바란다. (전화번호는 신문사를 통해 알려줄 수 있다.)

이태환(전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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