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濠·대만 합친 방위비, 中 절반도 안돼… 美 인상 압박 거셀 듯[Global Focus]

■ Global Focus

4國 1470억달러·中 2960억달러
美 “北 등 위협억제 동맹국 책임”

중국의 급부상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는 새로운 국방전략지침을 마련하고 미국의 안보 무게 전략추를 유럽에서 인도·태평양으로 옮기고 있다. 이에 러시아 방위비를 넘어서는 유럽 동맹국들과 달리 중국 방위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인상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의 방위비 상위 40개국 자료(2023년 기준)에 따르면 미국이 9160억 달러(약 1343조8636억 원)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2960억 달러), 러시아(1090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미국의 유럽 동맹국 중 군사력 상위인 영국(749억 달러), 독일(668억 달러), 프랑스(613억 달러) 등 3개국의 방위비만 합해도 러시아의 방위비를 훌쩍 넘어선다.

이에 반해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은 방위비를 다 합쳐도 중국 방위비에 크게 모자라는 실정이다. 일본(502억 달러), 한국(479억 달러), 호주(323억 달러), 대만(166억 달러) 등 아시아 주요 동맹 4개국의 방위비 합계는 1470억 달러로 중국 방위비의 절반도 안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억제를 최대 목표로 삼기로 하면서 중국과의 최전선에 서게 된 한국과 일본, 대만, 호주 등에 대한 방위비 인상 압박을 높일 근거가 생긴 셈이다. 지난달 29일 워싱턴포스트(WP)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최근 내부에 배포한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에 대만을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을 가장 큰 우선순위로 삼는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실제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30일 아시아 순방 중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에서 “일본은 중국 억제의 필수 파트너”라며 일본의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또 북한 등 다른 위협 억제는 동맹국에 맡긴다는 입장인 만큼 방위비 인상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한국을 ‘현금 인출기(머니 머신)’로 부르며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 달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 행보에 일본은 선제적으로 방위비를 2027년까지 트럼프 1기 때보다 2배로 늘리는 등 자발적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