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체가 융복합 플랫폼”… 진화 꿈꾸는 ‘페스티벌 시월’[로컬인사이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10일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축제가 열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리비안 파크에서 참관객들이 밴드 공연을 즐기고 있다. 부산시청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9일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축제장 내 UK하우스에서 전문가 대담이 열리고 있다. 부산시청 제공

■ 로컬인사이드

부산시, SXSW 2025 참관… ‘도시형 창조축제’ 업그레이드 추진

기술·예술·정책 뒤섞인 SXSW
카페·거리서 전시·토론 펼쳐져
작년 5548억원 경제효과 창출

부산시, 올해 콘텐츠 전면개편
굿밤 콘서트·지식포럼 등 추가
7개 교량 ‘라이딩 퍼레이드’도

작년 첫 ‘시월’ 40만여명 몰려
외국인 관광객 전년대비 77%↑

부산=이승륜 기자 lsr231106@munhwa.com

“페스티벌 시월(Festival Shiwol)은 이제 단순한 축제를 넘어 도시의 정체성을 담는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미국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처럼 도시 전역이 무대가 되고, 관람객에게 문화, 산업, 기술, 철학 등 전 영역을 아우르는 영감을 주는 축제가 목표입니다.”

3일 고미진 부산시 관광마이스산업과장은 부산시가 추진하는 융복합축제인 ‘페스티벌 시월’ 전략회의 자리에서 시가 롤모델로 삼은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2025’에 다녀온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올해 2회째 개최 예정인 ‘페스티벌 시월’이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창조도시 플랫폼’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해외 유수의 융복합 축제 ‘SXSW’를 벤치마킹해 ‘페스티벌 시월’을 개최했다. 부산록페스티벌 등 지역의 17개 축제·행사를 통합해 추진한 이 행사에는 8일간 4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렸으며, 이 기간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다. 영화, 디자인, 창업, 음식 등 5개 분야에 걸쳐 863개 업체가 참여했고, 콘퍼런스와 밋업, 네트워킹 등을 포함해 총 3015회의 세션이 열렸다.

매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SXSW는 1987년 음악 페스티벌로 시작해 기술, 영화, 예술,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된 글로벌 행사로 성장했다. 올해로 38회를 맞은 행사에는 34만5000명이 참여했고, 450여 개의 커뮤니티 기반 세션이 운영됐다. 지난해에는 290여 개 업체가 3개 전시 분야에 참여했으며, 공연과 포럼 등을 포함해 총 2300여 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처럼 두 축제의 외형적 규모는 점차 유사해지고 있지만, SXSW가 만들어내는 경제·사회·문화적 파급력은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SXSW는 이 행사 하나만으로 약 5548억 원에 이르는 지역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관람객 소비는 약 3203억 원, 행사 운영비는 약 1448억 원, 기업 및 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연계 수익은 약 897억 원에 달했다. 이 덕분에 SXSW는 도시 전체의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오스틴시는 SXSW로 인해 발생한 호텔 숙박 요금 세금을 재투자해 지역 문화예술과 관광 인프라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으며, 행사 유치를 위해 매년 약 7억 원의 별도 예산도 편성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부산시 순방단은 지난달 7∼15일 SXSW 2025가 열린 오스틴을 찾았다. “SXSW의 강점은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구조에 있습니다.” 순방단에 동행한 SXSW 관계자의 말처럼, 오스틴 도심 곳곳은 마치 열린 실험실 같았다. 행사에 참여한 기관과 국가, 단체 등은 주행사장인 오스틴컨벤션센터를 넘어 도심의 카페, 거리, 공원 등 다양한 공간에 ‘하우스’를 설치해 전시, 대담, 토론 등을 펼쳤다. 각 하우스에서는 기술과 예술, 정책이 융합되며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복합 콘텐츠가 이뤄졌다. 예컨대 리비안파크에서는 글로벌 밴드들의 야외 공연이 펼쳐졌고, 인근 ‘영국 하우스’에서는 인공지능(AI)을 주제로 전문가와 시민 간 격의 없는 토론이 이어졌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9일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주 행사가 열린 오스틴컨벤션센터에서 부산의 융복합축제인 ‘페스티벌 시월’ 홍보관이 운영되고 있다. 부산시청 제공

컨벤션센터 안에서는 기술, 음악, 영화, 게임, 스타트업, 정책이 뒤섞인 장면이 연출됐다. 전기차 옆에 게임 부스가 설치되는 등 이질적 산업 간 융합이 자연스럽게 구현됐다. 특히 AI 기술과 정책 논의를 주도하는 비영리단체 SEED AI의 부스에는 개발자, 정책 입안자, 예술가, 창작자, 대학 연구자, 스타트업 창업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토론을 벌였다.

행사 참가자들은 온라인 앱을 통해 각 행사 내용을 지도와 함께 파악하고,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도시 전역의 하우스를 순회하며 이종산업의 융합을 직접 체험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구글 직원은 “기술, 영화, 음악을 동시에 접하면서 창의성과 기술의 결합을 체감했다, 이렇게 얻은 영감과 통찰력을 삶과 업무에 적용할 수 있어 매우 의미 있을 것 같다”며 “앱을 통해 실시간 위치 기반으로 행사 장소를 알려줘 축제를 편하게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휴 포레스트 SXSW 총괄기획자는 “올해 축제의 핵심 주제인 AI만 봐도, 인간의 창의성과 결합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SXSW는 그런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이 덕분에 SXSW는 일반 입장권이 약 185만 원, 플래티넘 배지는 250만 원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30만∼40만 명이 넘는 참가자를 끌어모으며, 축제가 도시의 철학과 비전, 재정과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략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반면, 페스티벌 시월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플래티넘권 60만 원, 일반권 10만 원)에도 전체 판매량이 5089장에 그쳤다. 부산시 관계자는 “SXSW의 진짜 강점은 산업 간 융합을 통해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받고 통찰을 얻는 구조”라며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축제가 아니라, 시민이 함께 고민하고 창조하는 플랫폼으로 나아가야 함을 현장에서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에 부산시는 올해 페스티벌 시월을 전면 개편하고 있다. 페스티벌 시월의 다양한 분야 참가자들이 교류하는 공간인 ‘시월 빌리지’를 기존 실외 1곳에서 실내 3곳으로 확대했으며, 공식 앱을 기업 간 거래(B2B)용과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용으로 분리해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콘텐츠는 북항, 부산항, 해상교량 등으로 분산해 도시 전체가 축제 무대가 되도록 재구성했다. 특히 ‘세븐브릿지 사이클 대회’는 영도대교, 부산항대교, 광안대교 등 7개 해상교량을 연결하는 도심형 라이딩 퍼레이드로, 시민 체험과 관광을 아우르는 대형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이외에도 △태양의서커스 VIP 네트워킹 데이 △부산팝콘(웹툰·애니·게임 융합 쇼케이스) △시월국제드론라이트닝쇼 경연대회 △굿밤 콘서트 △지식포럼 등 글로벌 트렌드 기반의 신규 콘텐츠가 대거 추가된다.

시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축제의 흥행을 넘어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유입돼 시너지를 내길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축제 기간 외국인 소비 지출은 기존보다 39% 증가했다. 이송희 부산시 관광마이스팀장은 “10월 부산은 기술, 문화, 예술, 비즈니스가 어우러지는 실험장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역동적인 생활 인구가 몰리는 글로벌 문화관광산업 도시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