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내도 ‘솜방망이’… 미국선 최고 ‘사형’ 한국선 ‘15년형’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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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 발화 처벌 수위 높여야

10명중 4명 검거… 5% 징역형
CCTV 적어 증거 확보 어려워
대부분 기소유예·사회봉사 처분

최근 산불로 인해 소중한 인명뿐만 아니라 주택과 차량, 농작물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발화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피해 규모에 따라 최고 사형까지 선고하는 등 중형을 내리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아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 산불 발화자 검거율은 2021년 37.8%에서 2023년 45.1%, 올해 1∼3월 46.1%로 점차 높아졌다. 10명 중 4명이 검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거된 산불 발화자 817명 중 집행유예를 포함한 징역형은 고작 43명(5.26%)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기소유예 또는 내사종결로 풀려나거나 사회봉사명령 처분에 그쳤다. 산불 발화자를 검거해도 광범위한 산림 지역에 CCTV가 없는 곳이 많아 명확한 현장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아서다. 2022년 3월 경북 울진에서 발생해 강원 삼척까지 10일간 축구장 2만여 개 면적인 1만6302㏊의 산림을 태운 울진 산불의 경우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통해 피의자를 특정하고도 유죄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해 미제로 남았다. 현행 산림보호법은 과실로 산불을 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고의성이 인정될 때만 징역 5∼15년의 중형이 가능하다.

반면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가들은 경각심을 높이고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강력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고의로 산불을 낸 방화범뿐 아니라 부주의로 인해 산불을 낸 실화범에도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 특히 미국의 경우 실수냐 고의냐에 따라 처벌 강도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실화자에 대해서도 소방 당국은 화재 진압 비용을 법적으로 청구할 수 있거나 법원이 이들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령할 수 있다.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산불을 내 5명을 숨지게 한 방화범에게는 사형이 선고됐다. 또 2017년 장난으로 폭죽을 던져 여의도 면적의 23배에 달하는 산림을 태운 15세 소년에게 미국 법원은 418억 원을 배상토록 했다. 형법상 방화범에 최대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는 캐나다도 산불 발화자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함께 진화 비용까지 청구한다. 호주는 최대 25년의 징역형을 선고한다. 세계산불연구회 학술이사인 김동현 전주대 교수는 “산불은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생태계 파괴와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범죄”라며 “강력한 처벌과 함께 국민의 산불 예방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