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허문 시·군, 협력사업 술술 풀린다

■ 경기·강원 7개 지자체 협력 주목

춘천 화장장 주변지역 우선 사용
원정 떠났던 가평군민 불편 덜어

농어촌버스 확대·재선충병 방제
각종 현안 해결하며 지역에 활력

춘천=이성현·가평=김준구 기자

최근 대전·충남 행정 통합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와 강원도의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행정 경계를 뛰어넘는 협력을 통해 지역소멸이라는 공동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저출생 고령화의 동병상련을 앓고 있는 강원·경기 북부 지역 7개 지자체로 구성된 북부내륙권 행정협의회가 노인 대상 농어촌마을버스의 상호 무료이용을 확대하고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인프라의 공동 이용, 협력사업 발굴 등 사업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어내고 있어 주목된다.

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강원 춘천시를 중심으로 인접해 있는 홍천군·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 경기 가평군 등 7개 시군으로 구성된 북부내륙권 행정협의회 협력 사업이 잇달아 추진되면서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행정협의회는 지난 2월 3일부터 춘천시가 운영하는 춘천안식원 화장로 1기를 행정협의회 주민들이 우선 예약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처럼 다수 지자체를 대상으로 화장장 시설을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광역행정 단위에서는 첫 사례로 꼽힌다. 우선 예약제가 시행된 직후 한 달간 가평군 주민의 춘천안식원 이용률은 기존 41.8%에서 81.3%로 크게 늘었다. 그동안 가평군민은 원거리에 있는 전국의 화장장을 찾아 이용해야 했는데 차량으로 30분(35㎞) 거리에 있는 춘천안식원을 우선 이용할 수 있게 돼 불편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와 함께 홍천군과 춘천시는 올해 말까지 두 지자체를 오가는 농어촌버스에 호환 가능한 단말기를 구축하고, 양 지역 노인을 대상으로 버스 무료 이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행정협의회는 수도권에서 가평을 거쳐 춘천까지 이어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 연장사업의 지자체 재정 부담 완화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사업도 공동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홍형득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소멸 시대에 인구와 재정이 열악한 시군이 인위적으로 만든 행정경계를 넘어 실질적 공동생활권 협력에 나선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며 “협력사업을 발굴하고 확대하다 보면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협의회는 교통·통신의 발달로 지역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 속에서 인구 감소로 개별 지역만의 힘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공공시설과 복지체계를 함께 이용해 실질적 공동생활권을 형성하자는 춘천시의 제안으로 2023년 9월 출범했다. 그동안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구축과 산업·관광 분야 등에서 23개 협력사업을 발굴·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