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와중에 패트리엇 빼낸 美… 自强 더 중요해졌다[사설]

미국이 한국에 대해 일본이나 다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보다 높은 상호관세 25%를 부과한 것은 충격적이다. 6·25전쟁 때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은 물론, 노무현-조지 W 부시 시대에 합의된 경제동맹은 안중에 없다는 뜻이다. 캐나다·멕시코에 대해선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준수 품목에 관세 면제 혜택을 주면서도 한미FTA는 외면해 한국은 이중 삼중으로 당한 셈이 됐다.

한미 복합 동맹의 한 축인 경제 동맹이 무차별 관세 폭탄으로 흔들리는 와중에 주한미군은 최근 국내 배치된 패트리엇 포대 일부를 중동으로 재배치했다고 한다. 패트리엇은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와 함께 북한 미사일 도발을 막는 방어 시스템인데, 이것을 이동시킨 것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더구나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로 동맹국의 정정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를 한 것은 기가 막히다.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빼낸 것도 꺼림칙하다. 한국은 북한 미사일 도발의 최전선이다.

미국 측은 중동 악화 대응용 순환 배치라고 하지만, 전례가 없던 핵심 요격 체계를 빼는 것은 주한미군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신호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임시 국방 전략 지침’에서 “중국 억제에 집중하겠다”며 “각 지역 위협은 해당국이 맡아야 한다”고 했다. 아시아 순방 땐 일본·필리핀을 방문하면서 한국은 패싱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한국이 도맡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기존의 핵우산 제공 약속도 언제든 휴지 조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무역 질서가 무너지고, 동맹도 헌신짝 취급을 당하는 각자도생 세계에서 자강(自强)은 화급한 과제가 됐다. 북·중·러 협공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경제·기술·안보 자강이 더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