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로에 아우디 빠뜨려 보험금 타낸 30대…“저절로 굴러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주지방법원 청사. 뉴시스

1심·항소심 모두 보험사기 혐의 집행유예…사고 접수해 2500만 원 타내


고가의 수입차를 고의로 농수로에 빠뜨려 파손한 뒤 보험금 수천만 원을 타낸 30대가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부장 김상곤)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9)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의 형을 유지했다고 3일 밝혔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1심에서 받은 사회봉사 160시간을, 80시간으로 줄여줬다.

A 씨는 2021년 10월 21일 오전 자신의 아우디 A8 차량을 전북 군산시 한 농수로에 고의로 빠뜨린 후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해 보험금 2500여만 원을 타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운전 중 구토 증상이 있어서 차에서 내렸는데, 정차 상태인 차가 저절로 굴러가 농수로에 빠졌다"며 일부러 사고를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A 씨가 차를 고의로 파손하고 보험사를 속여 보험금을 가로챈 것으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운전자가 없는데도 차가 스스로 움직이려면 변속기어가 ‘D’(전진) 상태이거나 ‘N’(중립) 상태에서 외력이 가해져야 한다"며 "이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지면이 수평인 평지였으므로 기어가 ‘P’(주차) 상태에서 차가 저절로 움직였다는 피고인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차량엔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었는데 공교롭게 사고 무렵 작동하지 않았고, 심한 구토 증세를 겪었다던 피고인은 병원에 방문하지도 않았다"며 "피고인이 현재까지도 범행을 부인하는 점은 불리한 사정이지만, 초범이고 실제 취득한 이득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