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노후헬기

어제 대구서 44년된 헬기 추락
지자체 임차 70%가 20~40년

대구=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경북 의성에 이어 11일 만에 대구에서 산불 진화 도중 지방자치단체 임차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면서, 지자체들의 노후 헬기 운용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7일 경찰과 산림 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대구 북구에서 난 산불을 진화하다 추락한 헬기는 대구 동구청이 임차한 기령 44년의 BELL 206L 기종(담수 용량 550ℓ)이다. 이 사고로 조종사 박모(74) 씨가 숨졌다. 목격자들은 “헬기가 공중에 멈추는 듯하더니 갑자기 기체에 매달린 물주머니가 급격히 쏠렸으며 이후 추락 과정에서 기체 일부가 비닐하우스에 부딪혀 뒤집혔다”고 진술했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 당국은 이날 현장 합동 감식에 나섰다.

앞서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군에서 산불 진화 도중 추락한 강원 인제군 임차 헬기 S-76 기종(1200ℓ)도 기령이 30년이나 됐으며 조종사 박모(73) 씨가 사망했다. 두 헬기 사고와 관련, 관계 당국이 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노후화한 지자체 임차 헬기 교체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국 지자체 임차 헬기는 총 78대이며 이 중 약 70%의 기령이 20∼40년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형(1000∼5000ℓ) 51대, 소형(1000ℓ) 27대로 물주머니가 적은 편이다.

특히 2015년 이후 추락한 산불 진화용 헬기를 보면, 산림청은 2건인 데 비해 지자체 임차 헬기는 10건으로 차이가 컸다. 특히 2022년 11월 강원 양양군에서 산불 예방 계도 중 추락한 임차 헬기는 제작된 지 47년이나 됐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을 비행 중 꼬리 회전 날개 기능 상실로 분석했다. 또 2016년 3월 경기 화성시에서 추락한 임차 헬기는 기령이 45년이나 됐으며, 연료 문제에 따른 엔진 정지가 사고 원인으로 밝혀졌다. 2017년 11월 전남 보성군에서 추락한 임차 헬기는 기령 23년으로 화재 진화용 물주머니가 꼬리 회전 날개를 타격해 조종 능력이 상실된 게 원인으로 조사됐다. 이들 사고의 조종사는 60∼70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