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얀트리 화재 당시 감시자 없고 스프링클러 멈췄다”…‘예고된 인재’ 에 시공사 대표 등 6명 구속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7일 경찰과 고용노동청 관계자가 지난 2월 발생한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수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승륜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시공사 대표 구속, 전국 세 번째
피트룸서 튄 불티, 슬리브 타고 지하로… "기본 방화포조차 없었다"
스프링클러 비활성화·무자격 승인까지… 감리·공무원도 수사 대상
정부 "전국 공사 현장 점검 결과, 153건 위반 적발"


부산=이승륜 기자



지난 2월 부산 기장군에서 발생한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 화재는 화재감시자 미배치, 스프링클러 미작동, 소방시설 사용 승인 절차 위반 등 복합적인 안전관리 부실이 빚어낸 인재(人災)로 결론 났다. 경찰은 이 같은 책임을 물어 시공사 대표를 포함한 관계자 6명을 구속했으며,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시공사 대표가 직접 책임을 지고 구속된 전국 세 번째 사례다.

경찰과 고용노동청은 7일 합동 브리핑을 열고, 원청 시공사 대표 2명과 현장 소장, 하청업체 대표·소장, 작업자 등 총 6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지난 4일 모두 영장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하청업체 대표까지 형사 처벌된 것은 극히 드문 사례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감시자 미배치, 스프링클러 미작동, 사용 승인 절차 위반 등 복합적인 안전관리 부실이 인재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는 지난달 14일 오전 10시 51분, B동 지하 1층 피트룸에서 발생했다. 당시 피트룸 내부에서는 배관을 절단한 뒤 밸브가 부착된 새 파이프를 덧대는 가접 작업이 진행 중이었고, 이어 전문 용접공이 아르곤 용접을 하던 중 불티가 인근 보온재로 튀며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불은 덕트를 따라 지상 1층 천장 마감재로 옮겨붙었고, 복도를 따라 빠르게 확산됐다. 화재 발생 약 6분 뒤부터 복도 내 연기가 급속히 퍼졌고, 1분여 만에 엘리베이터실 앞까지 연기가 도달해 시야를 가릴 정도로 짙은 연기가 공간을 뒤덮었다. 당시 CCTV 분석 결과, 일부 작업자는 피신을 시도했지만 연기로 가득 찬 공간에서 탈출이 어려웠고, 엘리베이터실 앞에서 6명이 질식해 숨졌다. 부상자 4명을 포함해 연기 흡입자는 총 22명에 달했다.

경찰은 핵심 발화 지점을 지하 1층 피트룸과 그 아래 연결된 대형 수처리실로 특정했다. 해당 구조물 바닥에는 직경 10~20cm의 슬리브 구멍 12개가 뚫려 있었으며, 이 중 하나를 통해 불티가 수직 낙하해 수처리실 배관 보온재에 착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슬리브 내부와 배관 위에서 스테인리스 불티와 금속 조각이 검출됐으며, 용접 중 튄 불티가 천천히 연소돼 화재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전기적 발화 가능성은 배제됐다.

당시 화기 작업자는 불티가 튈 수 있는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티 차단용 방화포 등 기본적인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작업자들이 슬리브 구조와 하부 수직 연결 구조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반드시 덮어야 할 방화포조차 사용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과실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슬리브는 설계 변경에 따라 예비적으로 뚫어둔 구멍으로 실제 사용되지 않았음에도 막지 않은 채 작업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관리 책임이 무겁다고 밝혔다.

스프링클러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지하 1층 건식 스프링클러는 솔레노이드 밸브의 전기 결선이 빠져 있었고, 지상층의 습식 스프링클러는 알람 밸브가 잠겨 있어 수동 조작 없이는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화재 당일은 소방시설 정기 점검일이었으며, 점검 업체는 "스프링클러는 점검 당시부터 비활성화된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반복되는 경종 실험으로 인해 근로자들의 경각심이 낮아졌고, 초기 대응이 지체되며 피해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14일 오전 화재가 난 부산 기장군의 고급 리조트 로비동이 불에 타고 있다. 이승륜 기자

공사 전체적으로는 안전관리자가 현장에 배치돼 있었으나, 화재가 발생한 피트룸에만 화재감시자가 없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현장에서는 8개 하청업체가 화기 작업을 진행 중이었으며, 이 중 7곳은 화재감시자를 배치했지만, 사고가 난 하청업체는 감시자 인건비 예산조차 신청하지 않아 인력을 고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작업 전반에는 안전 관리가 있었지만, 가장 위험한 지점에서만 관리 인력이 빠져 있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작업은 그라인더 절단과 아르곤 용접을 포함한 고위험 작업이었음에도 최소한의 예방조치조차 없었던 것이다. 사망자 6명은 발화 지점에서 직접 작업하던 인력이 아니며, 인근 구역에서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화재는 소방시설 사용 승인 과정의 위법 정황도 드러냈다. 경찰은 시공사가 공사를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방시설 사용 승인을 받은 정황을 확인하고, 소방서 및 기장군청 관계자도 수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르면 승인 당시 공사 현장은 정리돼 있어야 하고, 소방시설도 모두 설치·작동 가능 상태여야 한다. 그러나 사고 당일 현장은 정리되지 않았고, 일부 소방시설은 설치되지 않았거나 작동 불능 상태였다. 경찰은 감리업체와 시공사의 문서 조작 또는 형식적인 승인 절차 가능성을 제기하며, 군청 및 소방 관계자의 위법 여부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국토교통부 유권 해석을 토대로 사고 당시 정도의 인테리어 공정이 남아 있었다면 건물 사용 승인 자체가 불가능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경찰과 고용노동청은 이번 사고를 단순한 개인 과실이 아닌, 원청과 하청 경영진 모두의 책임으로 봤다. 이에 따라 원청 시공사 대표 2명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함께 적용됐고, 하청업체 대표 역시 관리 책임을 물어 구속영장 대상에 포함됐다.

고용노동청은 화재 직후 수사 전담팀을 꾸려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현장 감식, 재연 실험, 압수수색, 관계자 조사를 진행했다. 시공사 및 하청업체에 대해서는 특별 감독 및 기획 감독도 병행했다. 그 결과, 삼정기업 및 삼정ENC는 불티 흩어짐 방지 미조치, 비상구 표지 미부착, 추락 방지 조치 미실시, 안전교육 미실시 등 다수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적발돼 총 1억2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하청업체에도 화재위험 작업 관련 안전교육 미실시 등 위반 사항이 확인돼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별도로 부과됐다.

노동청 관계자는 "정부는 이러한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지난 2월 17일부터 3월 14일까지 전국 1147개 마무리 공사 현장을 집중 점검해 153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즉시 시정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시설 승인 과정에서의 서류 조작 및 부실 감리 가능성을 중점 수사 중이며, 관련 공무원과 감리업체 관계자 등도 입건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전체 수사는 이달 말쯤 마무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