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탄핵 땐 “정의의 승리”라더니 尹 탄핵 땐 신중 기하는 북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장관급 회의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땐 "정의의 역사적 승리" "순장돼야 할 역적" 등 연이어 비판 수위를 높였던 북한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론 사실 보도에 그치는 등 신중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7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공식 매체는 지난 5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사실을 간략히 보도한 이후로 추가 보도나 논평 등을 이날까지 싣지 않았다. 이 보도도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이뤄진 지 하루 지나 "괴뢰 한국에서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에 대한 탄핵을 선고했다"며 별다른 논평 없이 간략히 이뤄졌다.

북한은 2017년 3월 10일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됐을 땐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온 지 2시간 20분 만에 신속히 보도한 바 있다.

그 다음 날인 11일엔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박근혜의 파멸적 종말은 인민의 무한대한 힘이 안아온 정의의 역사적 승리이라는 것이 민족의 일치한 평가"라며 "인민 자신이 추켜든 정의의 촛불로 불의를 타승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던 친미보수 ‘정권’의 성새를 무너뜨리며 가장 인민적인 승리를 이룩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논평은 이튿날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실렸다.

이어 13일엔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최고 책임자인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등 4인을 ‘순장해야 할 역적’이라고 주장했다. 논평은 "괴뢰들(한국 정부)이 각 계층 인민들의 단죄 규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역도의 동족대결 정책을 끝까지 유지해 보려고 발악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북한이 대통령 파면 사실을 8년 전과 다르게 다루는 배경엔 ‘적대적 두 국가론’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3년 12월 제시한 적대적 두 국가론은 남북 관계를 더 이상 민족 내부의 적대관계로 인식하지 않고, 국가 대 국가의 적대관계로 인식한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 선언 이후 한국의 계엄 등 국내정치 상황에 대해 보도할 때 외신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해석을 붙여왔다.

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