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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경의 시:선(詩:選)
최신순
과거순
총 186건
생성일 2021-06-16
회전교차로에서의 삶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는 당신이 소유할 수 없다/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는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직 하나뿐인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에서 당신이 무사히 빠져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 임경섭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시집 ‘종종’) 내가 일하는 서점은 회전교차로 가까이
문화일보
2025-03-26 11:47:06
겨울과 봄 사이
‘외우(畏友) 지하가 그려준/ 그림 속의 난이 베란다 안쪽에서/ 힘차게 웃고 있네/ 그림 속 자연은 언제나 청춘// 오랜만에 들려온 영상 10도 소식/ 외투 벗고 나갔다가/ 오싹- 도로 들어왔다/ 겨울과 봄이 함께 내 안에 있을 줄은’ - 김주연 ‘겨울에서 봄 사이’(시집 ‘강원도의 눈’) 간절기는 인터넷 오픈
문화일보
2025-03-19 11:31:52
스마트폰 보기의 괴로움
‘도서부의 즐거움이란/ 입을 다문 책들이 가지런히 꽂힌 서가를 지나며/ 네게만 들려주는 비밀을 고를 수 있다는 것// 한 권의 책이 입을 열어/ 열 개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백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는 것’ - 조온윤 ‘도서부의 즐거움’(청소년 시집 ‘도넛을 나누는 기분’) 일전 한 젊은 시인�
문화일보
2025-03-12 11:34:04
‘혼자’라는 씨앗
‘혼자 잤다. 일찍 일어났다. 혼자 듣는 빗소리는 크다. 누워서 빗소리를 듣다 비가 궁금하여 현관문을 열었다. 샘 물소리가 청량하다. 전신을 쓸어 내려간다. 속이 텅 빈 비를 보고 있다. 겨울이 짧아졌다. 일년이 짧아지는 것은 아니겠지?’ - 김용택 ‘삼짇날’(시산문집 ‘사랑 말고는 뛰지 말자’) 서점�
문화일보
2025-03-05 11:36:05
잠이라는 망각
‘잠은 휴식 같은 게 아니다./ 잠은 밤이라는 비존재로 가라앉는 것이고 밤이라는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어디에 닿기 위해 헤엄치지 않는다./ 잠든 사람은 헤엄친다./ 잠은 목적지 없는 밤의 여행이다.’ - 채호기 ‘더 작은 시작’(시집 ‘머리에 고가철도를 쓰고’) 한때 나는 참 잘 자는
문화일보
2025-02-26 11:43:42
같은 사람 다른 사람
먼 곳을 바라보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안심할 수 있다고 했다// 가본 적 없는 해변으로 가서 오래 걷는다/ 녹슨 청동상 앞에 서 있다가 말을 건다// 나는 다른 사람이 됐다/ 누구 앞에서든 같은 목소리로 말하고/ 애써 웃지 않는다 - 이새해, ‘나를 보는 네 표정에는 기쁨이 없다’ (시집 ‘나도 기다리고 있어�
문화일보
2025-02-19 11:39:00
새봄 이야기
‘나는 봄이/ 소복이 눈 쌓인 곳에서 시작되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기다리는 시간/ 만질 수 없는 것이 그저 오기를 바라는 시간/ 꿈결에서라도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길 소원하는 시간/ 나는 봄이/ 왜 소복이 눈 쌓인 곳에서 시작하는지를/ 이제야 알았다.’ - 임경섭 ‘입춘’(시산�
문화일보
2025-02-12 11:29:57
올해의 동사
‘한국 시인들은/ 너무 열심히 시를 쓴다/ 조금만 덜 열심하면/ 아마존 나무의 생존 주기를/ 연장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소리 해대던 나까지도/ 시집 한번 내겠다고/ A4 용지에 잡성을 인쇄하고 있으니’ - 진수미 ‘여기, 털피지의 기적’(시집 ‘고양이가 키보드를 밟고 지나간 뒤’) 마침내 새해가 되었다.
문화일보
2025-02-05 11:40:45
감기
‘아무도 원한 적 없는 한 문장을 우체통에 넣었지/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머리에 탱자를 이고 가는 고양이 한 마리를 봤다// 감기 기운인지 봄기운인지 헷갈려서.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일 년도 가고 십 년도 갔다// 텅 빈 우편함에서 탱자 냄새 희미하게 불어왔다’ - 고선경 ‘오래된 기억인지 오래전 꾼 꿈인지 �
문화일보
2025-01-22 11:41:04
동백을 기다리며
‘한 편의 시를 떠올리거나 한 편의 시가 쓰일 때마다 겨울 햇살을 받는 듯 온몸이 데워지곤 했다. 그 온도에 대한 기억, 그 온기에 대한 기대가 아니었으면 지금 이곳의 한겨울은 한없이 춥기만 했을 것이다. […] 나는 벌써, 겨울 햇살을 받고 선 남녘의 한겨울 동백 한 그루가 된다.’ - 정끝별 ‘전생이 나무였을
문화일보
2025-01-15 11:37:56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좋은 것을 줄게/ 오래 간직했던 것을 줄게/ 말린 나물을 줄게/ 보험도 줄게/ 이건 수를 놓은 손수건이고/ 네 배냇저고리야/ 옷은 잘 다려 입고 햇볕을 많이 쫴야 돼/ 그런 걸 자꾸 잊어버리게 돼’ - 남현지 ‘철수’(시집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 새것을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 마찬가지
문화일보
2025-01-08 11:32:08
사랑하는 조용한 나의 일상
‘사랑하는 조용한 나의 자리/ 사람이 많이 찾지 않아 사랑하게 된 나의 자리,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려면 사람들이 찾아줘야 하지./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 더는 사랑할 수 없는 나의 자리’ - 봉주연 ‘사랑하는 조용한 나의 자리’(시집 ‘두 개의 편지를 한 사람에게’)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떠 출�
문화일보
2024-12-18 11:37:55
믿음을 회복해야 할 필요
‘등 뒤에 서는 사람, 닿지 않을 가장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서는 사람, 그러나 돌아보지는 말라는 사람, 걸으면 같이 걷고 서면 다시 등 뒤에 붙는 사람, 떠난 사람을 붙잡지 못한 사람, 가다 서서 가지 못해 울먹이던 그 사람을 영영 떠나보낸 사람, 그 사람이 지금 내 뒤에 서 있다’ - 최하연 ‘그 사람’(시집 �
문화일보
2024-12-11 11:35:03
눈 치우기
‘숨길 수 없는 몸을 가진 사람들/ 스스로의 위치를 들키며 걸어간다//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하면/ 당신은 잠시나마 이곳으로 올까// 길게 늘어진 발자국과 끝이 없는 길/ 주변은 온통 하얗게 물들어 있고// 누군가 시작한 걸음을/ 누군가 끝내며// 반복되는 풍경’ - 차유오 ‘녹지 않는 겨울’(시집 ‘순수한 기�
문화일보
2024-12-04 10:45:23
삶이라는 수학여행
‘아침을 먹고 창밖을 보는 시간/ 모든 아이에게 각자의 창이 있다/ 우유와 비스킷을 받았지만/ 모두 벌을 선다고 생각한다 빠짐없이/ 각자의 풍경을 관찰해야 한다/ 각자의 풍경을 소개해야 한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떠올리고 그것이 보인다고 말한다’ - 배수연 ‘여름 캠프2’(시집 ‘여름의 힌트와 거위들’)
문화일보
2024-11-27 11:37:43
독자의 시간
‘마주 보고 더 멀리 서 있자/ 내가 더 멀리 던진 공을 네가/ 더 안정적으로 받고// 네가 더욱더 멀리멀리 던진 공을 내가/ 완벽하게 받으면서// 우리 둘 사이의 포물선들을/ 백만 개쯤 되는 포물선들을’ - 김소연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시 산문집 ‘생활체육과 시’) 제법 겨울다워졌다. 이번
문화일보
2024-11-20 11:38:47
편지 쓰기
‘근데 말이야/ 이게 내 진심이야/ 기어이 이어지고 마는 마음이 있다는 것/ 흐릿해져도 글자의 모양은 변하지 않으니까/ 흐릿한 마음을 우리가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여전하니까’ - 유선혜 ‘그게 우리의 임무지’(시집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 며칠 쌀쌀하더니, 도로 따뜻해졌다. �
문화일보
2024-11-13 11:33:08
서점 ‘좋아함의 공동체’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보면/ 무엇이 아름다운 건지는 알 것 같다// 그 아름다움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 햇살이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건 알겠다’ - 황성희 ‘태양 아래의 성찰’(시집 ‘너에게 너를 돌려주는 이유’) 나는 서점을 ‘좋아함의
문화일보
2024-11-06 11:41:42
당신이 누구든 기꺼이
‘당신은 누구십니까?/ 인생을 낭비한 죄인입니다/ 시간은 삶을 만드는 재료이지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숨은 비명이 불쑥 올라오는 사람입니다/ 구겨진 종이가 멀리 가는 법이지요// 세상에는 단순하게 나쁜 사람도 없고/ 복잡하게 좋은 사람도 없지요’ - 천양희 ‘사람’(시집 ‘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문화일보
2024-10-30 11:35:44
어깨 위의 천사
‘너는 사과를 깎아놓고 간다/ 내가 이렇게 쓰고 있으면/ 너는 내 책상을 창문 쪽으로 약간 틀어주고 가고/ 내가 이렇게 쓰고 있으면/ 너는 하늘을 조금 떼어/ 필통 안에 넣어놓는다/ 내가 이렇게 쓰고 있으면/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끔은 가지도 않는다’ - 김선오 ‘내가 이렇게 쓰고 있으면’(시집 ‘싱�
문화일보
2024-10-23 11: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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