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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의 서재
최신순
과거순
총 29건
생성일 2022-10-07
조금씩 온기를 나누어주며… 결국 구원이 돼준 ‘그 사람’
지난겨울 막바지 강추위를 견디기 힘들었다. 수십 년 된 낡은 아파트에 살고 있어 열효율이 떨어지는 곳이지만 올해는 특히 추웠다. 집 안에서 플리스를 입고 양말을 신고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이때 우리를 구원한 것은 가끔 꺼내던 전기스토브였다. 따뜻한 것을 잘 찾는 능력은 고양이에게 있다. 새벽에 일어나 마루
문화일보
2025-03-14 09:13:01
미숙은 발달의 결함 아냐… 아이 통제땐 역효과 불러
“눈빛이 무서웠어요.” 집 안의 물건을 부수고 엄마를 밀쳐서 다치게 할 뻔한 중학교 3학년 소년을 데리고 온 엄마가 한 말이다. 왜 그랬냐 묻자 “그냥 짜증이 나고 화가 났어요.” 소년의 얼굴 입술 위로 잔수염이 나기 시작하고, 변성기가 시작해서 톤이 살짝 낮다. “여전히 내게 폭 안기고 귀여운데 가끔
문화일보
2025-02-14 09:22:23
멋대로 해석하고 믿는데 자신감은 높아지는 역설
“도대체 왜 그런 거야? 정신과 의사가 분석을 해봐.” 한 달 동안 수십 번 들은 질문이다. 바로 지난해 12월 3일의 계엄 선포 이야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왜 저렇게 단호하면서도 어설픈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나라는 둘로 쪼개진 채 한 달 넘은 시간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주말에 광화문을 나가보�
문화일보
2025-01-10 09:19:54
어떤 불행은 이유 없어… ‘삶의 우연’ 받아들여라
평소에 접해보지 못한 큰일을 경험하게 되면 그 규모에 걸맞은 적절한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내게 벌어진 예상치 못한 일부터 국제적 분쟁까지, 일이 벌어진 다음에 고개를 끄덕일 이유나, 그 일의 의미를 찾아야 안심이 된다. 그렇지만 세상은 우리가 예상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설명하는 것은 더욱 어렵고 실은 부
문화일보
2024-11-29 09:16:08
“어릴땐 강박·지금은 공황”… 마음의 병, 원인은 같고 증상만 변하는 걸까
“그래서 제 진단이 뭔가요?” “제게 처음 오실 때는 공황증상이었는데, 지금은 우울증상이 더 많고요. 강박적이고 완벽주의적 성격이 있어서 실수하는 걸 두려워하는 경향이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해요.” “아니, 그래서 제가 공황장애라는 건가요, 우울증이라는 건가요?” 전공의라면 진단기준에 맞춰서 �
문화일보
2024-11-01 09:04:47
나를 움직이는 건… 거대한 야망이 아닌 ‘꾸준한 반성’
얼마 전 책을 출간했다. 소식을 들은 지인들에게서 축하의 메시지보다 먼저 나오는 것은 “또?”였다. 매년 책을 내니 그 동력이 궁금한 것이다. “종합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어가야 멈추지”라고 웃으며 대답한다. 될 때까지 해보자는 일종의 결핍의 욕망을 말한 것이다. 채워지지 않은 결핍을 메우기 위한 노력이�
문화일보
2024-10-04 08:59:50
100권 독서해야 1권 쓸 수 있어… 일단 많이 읽어라
독서인구는 줄어들고 출판시장은 위기라고 아우성인데, 책 한 권을 내는 사람은 늘고 있고 글쓰기 강좌도 유행이다. 막상 글을 쓰려 모니터를 켜지만 한 페이지 채우기도 어렵다는 현실적 하소연을 듣고는 한다. 20년 전에 처음 단행본을 냈을 때 주변의 정신과 의사들로부터 교수 업적평가에도 들어가지 않는 것을
문화일보
2024-08-30 09:17:48
“난 항상 부족” 완벽주의자… 자신에 좀 더 친절해지길
“저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분과 상담을 했다. 살아온 과정을 듣고 “아, 들어보니 무난하고 평범하게 사셨네요”라고 하자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 것을 포착할 수 있었다. 비록 겸손하게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으나, 정작 전문가로부터 평범하다는 평가를 들으니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 �
문화일보
2024-08-02 09:07:39
때론 가르치고, 때론 응원하며… 일상을 보듬는 ‘한줄의 카피’
한 세대 전까지는 분위기에 맞는 시 한 소절 낭송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지금은 머릿속에 시가 아닌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 “국물이 끝내줘요”는 20여 년이 지났지만 입안에 맴돌다 불쑥 튀어나온다. 상황을 압축적으로 간결하게 정리해주�
문화일보
2024-07-05 08:59:43
사전에도 없고 쓰지도 않는 말…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자
요새 날씨가 참 좋다. 해가 길어지고 노을이 지는 저녁나절에 시원한 바람이 불고, 한껏 푸르른 나무 이파리가 흔들린다. 여느 해보다 파랗게 보이는 청명함에 자꾸 눈이 하늘로 가고 사진을 찍어 이 순간을 남기고 싶다. “아, 좋다”는 말이 무조건 반사로 나온다. 그런데 좋다는 감탄은 지금을 설명하기에는 평범하�
문화일보
2024-06-07 08:59:54
고양이와 함께한 ‘일상의 교감’… 내 삶의 ‘성장 시간’
“아무래도 한 마리 있어야겠어.” 아내의 한마디에 삼 개월 된 아기 고양이를 입양했다.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의 퉁퉁한 아저씨 무타의 이름을 딴 덕분인지 몇 년 후 거대묘로 자라났고, 한 마리를 더 들여 8년째 같이 살고 있다. 당시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과 서먹해지고 있었는데, 처음 가족단톡방이
문화일보
2024-05-10 09:03:17
80대 부모가 50대 자식을 돌보는 日… 머잖은 우리 미래
요새 부쩍 내 환자들이 나이 들어 가는 걸 경험한다. 혼자 다니던 분이 몇 년 전 자식과 함께 오기 시작하고, 결국 휠체어를 타고 오다 “요양원에 들어가셨어요”라며 자식이 약만 받으러 온다. 작년 11월 18.9%였던 65세 인구 비중은 올해 3월 19.2%로 증가했다. 한 달에 0.1%씩 느는 셈이니, 곧 20%가 될 것이다
문화일보
2024-04-12 09:20:13
‘중년’이 시작될 아들·딸에게 보여주고픈 인생 조언서
인생은 지뢰밭투성이다. 그나마 발자취를 따라갈 만한 선배가 있을 때 안심이 된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남의 인생 훈수 두며 산 지 30년이 다 돼 가지만 정작 내 인생은 생각할수록 오리무중이다. 최근 20대에 접어든 내 아이들과 관계를 보며 책을 냈다.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중년이 되고, 나는 노인이 될
문화일보
2024-03-15 09:31:03
영화관 팝콘 칼로리 꼭 알아야할까? 때론 모르는 게 약
“어지러움이 부작용이라고 쓰여 있어 먹지 않았어요.” 공황 증상으로 약을 처방했는데, 1주일 후 환자가 증상이 그대로라고 했다. 약을 잘 먹었는지 묻자, 위장약만 먹고 정작 정신신경계 약은 먹지 않았던 것이다. 화근은 처방약의 설명서였다. 가능한 부작용이 나열돼 있었는데 어지러움이 생길 수 있다고 쓴 약들�
문화일보
2024-02-02 09:16:32
꿈을 더듬어 보라… 오랜 고민을 풀 열쇠가 될수도 있으니
뒤숭숭한 꿈을 꾸고 나면 몸조심을 하고 돈을 버는 꿈을 꾸면 로또 판매점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꿈이 아무 의미가 없을 리 없다고 믿는 덕분이다. 잠과 꿈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소재 중 하나지만 진료실에서의 태도는 치료법에 따라 다르다. 정신분석적 치료를 할 때에는 꿈의 내용을 소중하게 다룬다. 내용을
문화일보
2024-01-05 09:00:45
강남 출신이 대학 잘 간다지만… 학교가 불평등의 주범은 아냐
2023년도 상위 10개 대학 신입생의 출신 고교를 보면 특목·자사고 출신이 22%였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대 입학생의 10%가 강남·서초 지역 고교 졸업생이다. 이런 기사를 보는 부모의 마음은 복잡하다. 더 나은 기회를 주지 못한 부모라는 마음과 동시에 평등하지 못한 교육환경이 원망스럽다. 그래서 아예 중
문화일보
2023-11-24 09:04:21
급류에선 힘 빼고 몸을 맡겨야… 인생서도 조바심은 위험할 뿐
의대를 목표로 하는 학생이 주변의 소리에 신경이 쓰이면서 동시에 자기 침 넘기는 소리가 신경 쓰인다고 찾아왔다. 정상적 생리반응조차 이상 신호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평일 저녁 하루나 주말 반나절은 강제로 쉬는 오프를 만들면 좋겠다고 조언했지만 쉽게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긴장을 줄이는 약을
문화일보
2023-10-27 09:02:35
운 좋은 사람?… ‘부단한 노력·무작위적 기회’ 조합에 올라탄 사람
모임마다 즉석복권을 사오는 친구가 있다. “그런 걸 뭐 하러 사오니” 하면서 질색하던 친구도 동전이 없다며 병따개를 들고 열심히 긁는다. 모두가 꽝이지만 평소 복권은 사행심이고 운을 바라는 것이 옳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해도 잠시의 그 순간만큼은 경건해 보이기조차 한다. 복권을 사서 당첨될 확률은 0.000
문화일보
2023-09-22 09:05:05
불안한 미래로 힘들다면… 오늘을 먼저 소중하게 써보길
2013년 상암동 구석에 서점 ‘북바이북’이 오픈했다. 포털업체에 근무하던 자매가 퇴근 후 맥주 한잔 하면서 책보는 책맥을 제안하며 인기를 끌었다. 내가 북토크를 하러 가서 만난 두 분은 그동안 만나 본 서점 사람의 인상과 달랐다. 사회생활로 다져진 싹싹함, 먼저 다가오는 씩씩함과 외향성, 나까지 밝은 기분이
문화일보
2023-08-25 09:36:17
아마존 정글서 생존한 비결? 내 한계 정확히 인지한 덕분
단어를 보여주고 몇 개를 외울지 예측해 보게 하자 성인은 예상한 것에 56%를 맞았고, 청소년은 20%에 불과했다. 성인은 자기 능력에 맞춰 평가했지만, 청소년은 안 되었던 것이다. 10대는 무조건 못한다고 하거나, 다 할 줄 안다고 큰소리치는데 실력이 형편없기 일쑤다. 자신의 인지 상태를 자각하는 메타인지의 발달
문화일보
2023-07-28 09: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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