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서도 오디션 출신이 강세… “김호중·송가인 수천만원, 임영웅은 부를 수도 없어”

행사장서도 오디션 출신이 강세… “김호중·송가인 수천만원, 임영웅은 부를 수도 없어”

트로트 가수들은 각종 행사의 ‘섭외 1순위’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며 흥을 돋울 수 있는 장르로서 트로트가 여전히 으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2020년 이후 불어온 트로트 열풍이 가져온 가장 큰 시장의 변화는 단연 세대교체다. 송대관·태진아·설운도·현철로 대표되던 소위 ‘4대 천왕’ 시대를 지나 트로트 행사 시장의 주도권은 30대 새 얼굴들이 낚아챘다.문화일보가 여러 트로트 기획사와 행사 에이전트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 출신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트로트 시장에서 가장 개런티가 비싼 가수는 김호중이다. 성악가 출신으로 트로트 외에 성악 무대까지 꾸밀 수 있는 그의 회당 행사비는 3500만∼4000만 원 선이다. 그리고 영탁이 3000만 원, 이찬원이 2500만 원 선으로 그 뒤를 잇는다.여성 트로트 가수 중에서는 ‘미스트롯’ 우승자 출신인 송가인이 첫 손에 꼽힌다. 그의 출연료는 3000만 원 정도고, ‘미스트롯2’의 우승자인 양지은은 2000만 원 안팎이다.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을 제외한 기성 가수 중에서는 숱한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는 장윤정이 원톱이다. 2500만 원 정도로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 못지않다. 이런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을 맡아 대중적 노출도를 유지한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아모르 파티’로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은 김연자와 세미 트로트의 강자인 홍진영이 1500만∼2000만 원 사이다.이 외 이름값 높은 기성 가수들의 행사비는 1000만 원 선에서 결정된다. 진성, 설운도, 태진아, 송대관, 박현빈 등이 해당된다. TV 노출도가 높고 최소 히트곡을 3곡 이상 보유한 가수들이다.하지만 이들을 뛰어넘는 ‘언터처블’ 가수들이 있다. 나훈아·심수봉·임영웅 등이다. 이들은 시장가가 없다. 행사 무대에 아예 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앨범이나 신곡 발표 외에는 단독 콘서트를 통해 팬들과 만난다. 이런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세 가수 모두 팬데믹 기간 KBS가 편성한 명절 특별쇼의 주인공으로 나선 바 있다. 업계에서는 임영웅을 섭외하기 위해서는 억대 개런티를 제시해야 한다고 내다보고 있다.이런 개런티에 ‘정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행사 장소가 서울이냐, 지방이냐에 따라 500만 원 정도 차이가 생긴다. 지방 행사의 경우 오가는 시간이 많이 들어 다른 스케줄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대학 축제나 자선 공연 형태를 띨 때는 출연료를 크게 낮추기도 한다.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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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 ‘민주당의 길’ 첫 토론회… 이재명도 참석 ‘내분 시각’ 차단하기

비명계 ‘민주당의 길’ 첫 토론회… 이재명도 참석 ‘내분 시각’ 차단하기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길’이 31일 첫 토론회를 열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특히 이날 이 대표가 토론회에 참석해 의원들을 격려하고 축사를 하는 것은 당내 화합과 소통 행보 차원에서 추진됐지만 그동안 공천권을 무기로 다른 목소리를 내오던 비명계 의원들의 주장을 차단하거나 무디게 하려는 ‘평화적 진압’이 아니냐는 시각이 공존한다.‘민주당의 길’은 이날 오후 4시 30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심으로 본 민주당의 길’을 주제로 첫 비공개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는 민심의 흐름을 보여주는 여론조사기관의 당 지지율 분석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 실패를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이 모임은 지난해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던 ‘반성과 혁신’ 소속 의원들이 주도했다. 참여 명단은 비공개로 하고 있으나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등 40여 명 내외가 참여하고 있다.이날 이 대표는 토론회에서 축사와 사진 촬영 후 퇴장하지만, 조만간 ‘민주당의 길’ 소속 의원들과 별도의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별도 간담회는 ‘민주당의 길’에서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민주당의 길’ 소속인 김영배 의원은 통화에서 “당 대표실에 첫 토론회가 있다는 것을 알렸고, 당 대표실에서 ‘좋다, 잘됐다’면서 축사를 하겠다고 전해왔다”며 “이 대표가 다른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자세로 참석하는 것이기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조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금 우리 당의 최고위 구성을 보면 역대 최고위 중 가장 강경파로 구성돼 있다”며 “거의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좀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민주당의 길’ 소속 의원들은 이번 토론회의 성격에 대해 ‘친명(친이재명)과 비명을 가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오늘 토론회에선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관련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 향방이 어떻게 될지 정해진 것이 아니라서 의원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크다”고 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공천권을 쥔 상태에서 생존할 가능성도 있어 대놓고 비판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이 대표가 무너지면 민주당의 내년 총선 승리도 힘들어진다는 딜레마 역시 존재한다”고 말했다.이해완·김대영·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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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삼성 ‘반도체 쇼크’… 영업익 97% ↓

삼성 ‘반도체 쇼크’… 영업익 97% ↓

글로벌 경기 침체로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6.95% 감소하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급감에도 불구, 설비투자를 지속하기로 해 인위적 감산을 추진하지 않을 방침임을 내비쳤다.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70조4600억 원, 영업이익 4조3100억 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4조 원대에 머문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 원)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율은 68.95%에 달했다. 연간으로는 매출 302조2300억 원, 영업이익 43조3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사상 처음 300조 원을 넘어섰지만,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5.99% 감소하면서 빛이 바랬다.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글로벌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설비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4분기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케펙스·CAPEX)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연구·개발(R&D) 항목 비중도 이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특히 감산 계획과 관련된 질문에는 “최근 시황이 약세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중장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필수 클린룸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 하락은 60∼70%를 차지하는 세계 1위인 메모리 등 반도체 사업의 부진 때문이다. DS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3조8200억 원으로 전년(29조2000억 원) 대비 18.42%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8조5000억 원 이상 줄어들면서 증권업계가 예상했던 4000억∼8000억 원대에도 훨씬 못 미친 2700억 원에 그쳤다.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2009년 1분기 적자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김병채·이예린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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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추적도 체포도 어렵다” … 마약운반책 된 불법체류자

“추적도 체포도 어렵다” … 마약운반책 된 불법체류자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 중 일부가 마약 운반·투약의 새 루트가 되고 있어 경찰이 바싹 긴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같은 국적의 국내 체류 지인들을 마약 판매 및 투약에 끌어들여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대포폰과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불법체류자여서 추적과 체포가 어려운 상황이다.31일 경찰에 따르면, 경남경찰청은 전날 마약을 초콜릿이나 영양제로 위장해 국제택배로 밀수한 뒤 국내에 유통한 외국인 유학생과 유흥업소 종업원 등 40명을 검거했다. 이들 중 22명은 국내 입국한 뒤 체류 기간이 만료된 불법체류자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이 국내 거주하는 같은 국적의 지인들을 마약 판매 및 투약에 끌어들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강원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동남아 등지에서 밀반입한 마약류를 전국으로 유통하고 판매한 태국인 국적 마약조직원 14명과 불법체류자 49명을 무더기로 검거하기도 했다. 외국인 마약 사범은 2018년 500명대에서 지난해 1757명으로 250% 이상 급증했다.문제는 외국인 중에서도 불법체류자들은 기본적으로 신원이 불확실해 수사가 어렵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폰 등을 사용하는 불법체류자가 적극 범죄에 가담해 은폐에 나서는 경우 수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캐나다, 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마약류인 대마를 합법화해 체류 외국인들의 경각심이 저하된 점 △최근 공단 등 외국인 밀집 지역 주변 노동자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점 △보안성이 강한 텔레그램 등으로 밀반입이 용이해진 점 등이 외국인 불법체류자들 사이에서 마약류 범죄가 늘어나는 요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이에 따라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당국 관계자는 “무비자 협정국 외국인들의 마약류 등 각종 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고용허가제 등 심도 있는 대책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최근 대마가 합법화된 태국의 경우 한국과 비자 면제 협정으로 90일간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는데, 유입이 늘어남에 따라 태국 한 국가 출신 불법체류자만 약 15만 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불법체류자 규모는 2016년 20만8971명에서 2022년 7월 기준 39만5086명까지 급증했다.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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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사 리스트

international

미국서 절벽에 떨어진 테슬라…가족은 목숨 구했지만, 가장은 감옥으로

미국서 절벽에 떨어진 테슬라…가족은 목숨 구했지만, 가장은 감옥으로

최근 미국 해안에서 테슬라 전기차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현지 수사 당국이 가족 살해 혐의로 40대 가장을 감옥으로 이송했다.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 카운티 검찰은 30일(현지시간) 테슬라 추락사고 이후 살인미수 및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다르메시 파텔(41)을 지난 27일 구치소에 구금했다고 밝혔다. 파텔은 보석 절차 없이 구금됐고, 검찰은 곧 그를 정식으로 기소해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앞서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있는 샌머테이오의 ‘데블스 슬라이드’(Devil‘s Slide·악마의 미끄럼틀) 해안도로를 달리던 파텔의 테슬라 전기차는 절벽 아래로 추락했으나 탑승자는 전원이 생존했다. 당시 파텔과 아내(41), 딸(7), 아들(4) 등 4명이 차량에 타고 있었고, 이들이 타고 있던 전기차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졌다.사고 초기만 해도 이들의 생존은 기적 같은 스토리였다. 그러나 현지 조사 당국은 구조 이후 파텔이 고의로 사고를 냈을 가능성을 포착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그를 체포했다.파텔은 로스앤젤레스(LA) 미션 힐스 지역에 있는 한 병원의 방사선과 의사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사고 당시 해당 병원은 성명을 내고 "우리 병원의 의사 한 명과 그의 가족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며 "현재 사건 조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질의는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파텔의 범행 동기 등 자세한 사건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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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전각에 올라앉은 어린왕자… 1600년 넘은 사찰의 풍경이 되다

전각에 올라앉은 어린왕자… 1600년 넘은 사찰의 풍경이 되다

‘가장 오래된 절집이 가장 새로운 예술을 품었구나.’ 전등사(傳燈寺)를 둘러본 후 저절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강화도 정족산성 안에 자리한 전등사는 한국 최고(最古)의 사찰이다. 고구려 소수림왕 때인 381년 아도화상이 진종사(眞宗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한반도에 불교가 처음 전래된 게 372년이니 그 직후 세워진 셈이다. 고려 충렬왕 때인 1282년 정화궁주(貞和宮主)가 대장경과 옥등을 시주하며 전등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정화궁주는 태자비로 17년이나 있었으나 원나라의 제국대장공주에 밀려 왕비가 되지 못한 비운의 인물이다. 전등사는 그런 아픈 역사를 보듬으며 국난 때마다 호국도량으로 역할을 다해왔다. 국보인 ‘조선왕조실록 정족산사고본(鼎足山史庫本)’을 지켜낸 것은 그 역할의 하나이다.이 절에 몇 차례 간 적이 있다. 도편수의 아픈 사랑 이야기가 설화로 전해지는 대웅보전의 나부상(裸婦像)을 보러 가기도 했고, 사찰 뒤편 수목장(樹木葬) 터에 잠들어 있는 김영태 시인을 찾은 적도 있다. 이번엔 이 절의 미술 작품들을 보러 갔다. 우리나라 사찰들은 대부분 불교 문화재 관리에만 힘쓰느라 현대미술을 수용하지 못했는데, 전등사는 다르다는 것이 여러 사람의 전언이었다. 미술사학자인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종교와 무관하게 현대미술 축제를 여는 유일한 사찰”이라고 했다. 종교성과 예술성의 동행을 추구하며 미술이라는 그릇에 젊은 감각을 담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전등사 무설전(無設殿)의 불상을 제작한 김영원 조각가는 “기존 부처님상들은 금칠을 하고 머리 부분이 큰데, 백색 도료를 써서 번쩍거리지 않게 하고 인체 비례에 맞는 상을 만들었다”며 “직접 가서 보면 여느 사찰에서와는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무설전을 보니 김 조각가의 말이 실감 났다. 지난 2012년 건립했다는 무설전은 템플스테이를 하는 건물인 월송요(月松寮) 아래 지하 공간을 파고 들어간 모양이었다. 전체 가람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며, 세련된 뮤지엄처럼 디자인을 한 게 돋보였다. 전각 표지판에 ‘그림이 있는 법당’이라고 적혀 있었다. 부처의 뜻을 새기는 전당이자 미술 작품을 즐기는 문화공간임을 분명히 밝혀놓은 것이다. 정문의 지붕에 이영섭 작가의 어린 왕자 조각상이 앉아 있는 게 흥미로웠다. 작년 가을에 설치했다는데,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무설전에 자연스럽게 스민 모습이었다. 관람객이 출입하는 측면 문의 입구에 서니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신발을 신은 채로 법당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김 조각가의 전언대로 법당의 불상 다섯 개가 모두 하얀색인 것이 눈에 띄었다. 주불인 석가모니불을 비롯해 문수, 보현, 관음, 지장보살 등 협시불은 각각 아이돌 남녀 가수, 친근한 중년 남녀의 얼굴을 형상화했다.주불이 봉안된 돔형 공간에는 전통 탱화 대신 오원배 동국대 교수의 벽화가 프레스코(Fresco) 기법으로 그려져 있다. 젖은 회벽에 물감을 스며들게 하는 프레스코는 보통 서양의 교회 등에 사용한다. 이 기법을 법당에 사용한 것은 국내에서 전등사 무설전이 처음이다.천장에는 설치미술 작품인 999개의 연등을 달았다. 전등사 총무인 지불(指佛) 스님은 “사찰서 이렇게 등을 다는 것이 지금은 흔해졌으나, 10년 전만 해도 특허를 낼 정도로 희귀한 일이었다”고 했다.통로 겸 복도는 ‘서운갤러리’이다. 전등사 조실이었던 서운(瑞雲·1903∼1995) 스님을 기린 이름이다. 동국학원 이사장과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스님은 후학들에게 교육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다고 한다. 서운갤러리는 지난 2019년부터 매년 상·하반기에 걸쳐 청년미술가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에게 창작지원금과 함께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도록도 만들어준다. 올해는 김지연, 김영미 작가가 각각 전시를 펼칠 예정이다.전등사는 매년 가을 삼랑성(三郞城)역사문화축제를 여는데, 여기서는 중견 작가전을 선보여 왔다. 전등사를 에워싸고 있는 삼랑성은 단군왕검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나중에 정족산성(鼎足山城)으로 이름이 바뀌는데, 1866년에 프랑스 함대가 개항을 요구하며 강화도를 점령했을 때 맞서 싸운 역사가 있다. 이를 기리기 위한 축제를 2001년부터 펼쳐왔고, 2008년부터는 중견 미술작가들의 작품전도 포함했다. 정족산사고 전시관에서 당대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 10명의 작품을 매년 전시했다. 그동안 박대성, 임옥상, 이이남, 곽남신, 김호득, 황주리, 문경원, 김기라 등 작가 150명이 참여했다.작년 가을 전시에 참여했던 이영섭 작가의 어린 왕자 조각상은 무설전뿐만 아니라 죽림다원 입구와 약사전 앞 뜨락에서도 볼 수 있다. 바람에 휘날리는 듯한 목도리를 한 어린 왕자가 어쩌면 이렇게 절집 풍경에 잘 어울릴까. 젊은 여성들이 어린 왕자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전등사를 둘러보면 곳곳에서 현대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동문 바로 앞에 자리한 한옥 템플스테이 공간인 전등각만 해도 문봉선, 권대섭, 이인, 양순열, 이성재, 조승화, 강영준, 이재화 작가 등의 작품이 있다.사찰 종무실로부터 소장 작품 전체 목록을 받아보니 눈이 크게 떠졌다. 대가들의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불 스님은 “대부분 우리 절의 회주(會主)이신 장윤(章允) 스님과의 인연으로 오게 된 작품들”이라며 “작가를 격려하기 위해 매입했는데, 그분들이 나중에 중견 혹은 거장이 되셨다”고 했다. 이영섭 작가처럼 전시 후 기증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장윤 스님은 1985년부터 전등사 주지를 20여 년 맡으며 사찰의 중흥을 이끌고, 그 후 회주로서 벗바리 역할을 하고 있다. 조계종단의 원로인 그는 “동국대 재직(동국학원 사무처장과 이사 역임) 때 오원배 교수 등 대학미전(大學美展) 작가들과 교우하며 대화를 많이 나눈 것이 현대미술에 각별한 애정을 품게 된 계기”라고 했다. 그 이전인 1970년대에 일중(一中) 김충현 선생에게서 서예를 배우며 인사동에서 작가들을 자주 만났던 것이 바탕이 됐다.장윤 스님의 제자인 전 주지 승석(乘奭), 현 주지 여암(如岩) 스님은 은사의 뜻을 받들어 미술 전시와 작품 관리에 정성을 기울였다. 스님들의 대를 이은 합심 덕분에 1600년이 넘는 고찰이 현대미술의 보고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큰 의미가 있다. 전통문화의 산실인 사찰이 당대와 소통하며 미래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전등사는 국가지정 보물이 6점이나 있을 만큼 문화재가 많다. 그중 백미(白眉)인 대웅보전은 오래된 만큼 그 가치가 높지만, 낡고 퇴색해서 보수가 시급한 실정이다. 사찰 측에서 문화재청에 정밀한 조사를 요청해놨다고 한다.이번에 가서 새삼 눈여겨본 것은 종무소가 있는 적묵당(寂默堂)의 편액과 추사(秋史) 김정희의 글씨였다. 편액의 ‘傳燈寺’ 글씨는 대한제국 영친왕의 스승이었던 해강(海崗) 김규진이 썼는데, 여느 편액과 달리 대나무와 난초 그림이 그 옆에 있어 이채롭다. 그림은 죽농(竹농) 안순환의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요릿집 ‘명월관’을 운영했던 안순환이 김규진과 함께 명산대찰을 유람하며 남긴 편액의 하나이다. 적묵당 정면 왼쪽에 걸려 있는 추사의 글씨 ‘유천희경’은 ‘하늘에서 놀고 큰 강을 희롱한다’는 뜻이다. 가로 글씨인데 두 글자는 세로로 쓰는 등 유희성이 엿보이는 서체로, 호방하게 살고 싶은 예술가 추사의 심경이 담겨 있다. 평생의 도반이었던 초의선사 영향이었을 것이다. 전등사에 가면 이처럼 고금(古今)의 예술을 두루 만나며 속진(俗塵)을 벗어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연기법은 우주법칙… 부모가 언행 바르게 해야 후대에게 좋은 기운 줘”■ ‘전등사 주지’ 여암 스님“불교 가르침 어떻게 줄까 고민대중과 만나는 소임 충실할 것”‘천진무구한 어린아이 같으시구나.’ 전등사 주지 여암(사진) 스님의 웃음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운 흔적이 있는 승복을 입은 스님은 토굴 선방에서 홀로 수행하다가 2년 반 전 주지가 됐다. 은사인 장윤 스님을 비롯한 전등사 승려와 조계종단의 추대에 의한 것이다.스님에게 “토굴에 계실 때보다 행복하시냐”고 물었더니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또 웃음을 지으며 “선방서 어쩔 수 없이 끌려 나왔지만, 지금은 주지로서 대중과 만나는 소임에 충실하려 애쓴다”고 했다.스님은 “불자인 부모와 함께 온 초·중생들과 대화할 때 소통이 잘 되지 않을까 봐 겁이 난다”며 “차세대에 불교 가르침을 어떻게 쥐여줄까 늘 고민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떤 세대에도 연기법(緣起法)은 우주 법칙”이라고 강조했다. 부모가 언행을 바르게 해야 후대에게 좋은 기운을 준다는 것이다. “현세의 인연이 내세에 반드시 이어지니, 선업(先業)을 쌓아야 합니다. 지금의 남편, 아내를 내세에 만나지 않고 싶거든, 현세에서 더 잘 해주셔요. 업이 풀려야 하니까요(웃음).”하루 몇 분씩이라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라는 것이 스님의 권유이다. “직장서 은퇴한 분들이 쓸쓸하다고 하시는데, 하루 1시간씩 명상하며 기도하는 습관을 들이면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전등사를 찾아 스님과 대화를 나누던 날, 예기치 않게 눈발이 흩날렸다. 순례자에게 따뜻한 차를 내주고 있던 그는 전화를 들어 종무소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길에 염화칼슘을 뿌려서 신도들이 다니기 편하게 하라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속세에서든 승가에서든 다른 이의 불편을 헤아릴 줄 아는 것이 선업의 출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Tip - 대웅보전 나부상의 비밀전등사 대웅보전의 나부상(裸婦像)은 아픈 사랑의 설화가 있다. 대웅전을 짓던 도편수가 사하촌의 주모와 정이 들어서 돈이 생길 때마다 맡겼는데, 공사가 끝날 즈음 찾아가니 사라지고 없었다. 그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건물 네 귀퉁이에서 처마를 힘겹게 떠받치는 모습으로 나부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추녀를 지지하기 위한 야차상일 가능성이 있다. 전등사는 정족산성의 문을 출입구로 쓰기 때문에 여느 사찰과 달리 일주문과 사천왕상이 없다. 이 조각들이 사천왕상을 대신하는 야차상이라는 것이다. 어떤 설이 맞든, 네 귀퉁이의 조각은 각기 다른 모양으로 빼어난 솜씨를 보여주고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대웅보전이 국가지정 문화재라서 단청을 함부로 할 수 없기에 나부상의 색감이 크게 퇴색해 있으나, 그 아우라는 바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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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선 “서울대 교수 되면 인생 풀린다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백혜선 “서울대 교수 되면 인생 풀린다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199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 29세에 최연소로 서울대 음악대학 교수 임용, 현재 미국 명문 뉴잉글랜드 음악원(NEC) 교수에 하버드대 입학한 자녀들까지. 피아니스트 백혜선(58·사진)만큼 좌절과 멀어 보이는 사람은 드물지만, 그녀는 말한다. “좌절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여도 매일 매일이 좌절이에요.” 첫 에세이집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를 낸 피아니스트 백혜선은 30일 출판간담회에서 자신의 좌절사를 풀어냈다. 어릴 적 수영을 곧 잘해서 경북 대표로 소년체전까지 출전했지만, ‘진짜 천재’를 만나고 좌절했다.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의 언니이자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인 최윤정이었다. 피아노에서도 부침은 이어졌다. 방황 끝에 피아노를 그만두고 일반 회사 영업직으로 일하기도 했고, 1993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선 1차 실격하기도 했다. 스승 변화경 NEC 교수의 설득으로 돌아와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에 입상하며,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임용돼 선망의 대상이 됐지만, 그는 또다시 좌절했다. 백혜선은 “모든 사람이 서울대 교수가 되면 인생이 풀린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건 내 인생이 아니란 생각이 자꾸 들었다”며 “10년간 굉장히 안위하는 삶을 살면서도 속에선 여기서 끝내면 절대 안 된다는 외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백혜선이 말하는 좌절은 도전과 동의어다. 그는 손열음, 조성진, 임윤찬 등 후배 피아니스트들을 언급하며 “요즘 어린 친구들을 보면 음악적 좌절을 더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혜선은 “기능적인 면에선 그들을 따라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저로선 연주회를 보러 온 분들에게 제 음악이 어떻게 하면 좋은 책을 읽는 것처럼 오래 남을 수 있게 할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 발간은 여전히 연주자로서 승부를 걸고자 하는 백혜선의 출사표이기도 하다. 그는 책에서도 “내가 오를 무대가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지만, 아직은 쉽게 물러서거나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적었다. 4월 11일 예술의전당 독주회와 11월 인천시향과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2번 협연이 예정돼 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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