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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성 상실한 ‘尹 탄핵’ 각하가 최선[포럼]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부 무죄 판결한 것으로 인하여, 그 법원에 재직하던 당시 서울고법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모두 담당한 판사였던 입장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우선, 이 판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특정 부지의 용도지역을 4단계 상향한 것이 ‘상향 안 하면 직무유기죄를 문제 삼겠다’는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이었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국정감사에서 답변한 것이 ‘사실공표’가 아니라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큰 잘못이다. 무엇보다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시작한 이 대표의 답변을 ‘사실공표’가 아니라고 한 것부터 잘못이다. 또, 대법원 판례가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해 증명 가능하면 ‘사실’이지 ‘의견’이 아니라고 보는데, ‘상향’이 국토부의 협박 때문이었는지 자의에 의한 것이었는지를 협박 여부에 따라 증명 가능하므로 이 대표의 답변은 ‘사실공표’다. 그리고 ‘사실공표’ 여부는 발언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지, ‘직무유기죄’와 ‘협박’ 등으로 한 단어씩 분리해서 할 게 아니기 때문이다.둘째, 이번 판결은 이 대표의 답변을 사실공표로 보더라도 허위로 볼 수 없다고 했는데, 이것도 큰 잘못이다.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낸 공문서들은 혁신도시법 제43조 6항의 의무조항에 의한 요구가 아니었고, 성남시가 적의 판단해 ‘상향’할 수 있으므로 협조해 달라는 취지에 불과했다. ‘직무유기’ ‘협박’이라는 느낌의 말이 전혀 없었다. 국토부와 성남시 20여 명의 증언도 같은 취지였다. 그런데도 이 대표의 ‘상향’은 국토부의 법률상 요구와 직무유기죄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는 답변을 허위가 아니라고 본 것은 잘못이다.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이 이 대표와의 특수한 친분을 내세워 상향해 준다며 위 부지의 개발사업자로부터 74억여 원을 알선수재한 것으로 징역 5년의 대법원 판결을 받은 것도 이 대표의 ‘자의 상향’을 뒷받침한다.셋째, 위 판결은 그 밖에도 공직선거법 입법 취지의 몰각 등 여러 가지로 법리와 상식과 정의에 배치된다.한편, 위 재판 이상으로 중요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 두 사건 모두 대법원과 헌재가 진영 논리대로가 아니라, 법리대로 재판하고 사법 절차의 목적인 형평과 정의에 맞게 결정하면 국민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증폭시키지 않는다. 국회가 대통령의 내란죄를 핵심으로 삼아 수십 번 강조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해 놓고는 국회 대리인이 헌재의 심리 대상에서 내란죄를 제외한 이상 소추 사실의 동일성을 상실했다. 그러므로 헌재는 탄핵심판 청구를 부적법 각하해야 한다. 각하를 면하려면 내란죄를 제외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새로 가결하면 된다.소추 사실의 동일성 상실은 전적으로 국회의 책임이지 헌법재판관의 책임이 아니므로 각하 의견을 낸 재판관을 어느 진영이든 비난해서는 안 된다. 탄핵을 각하하면, 기각한 경우와 달라서 국회가 새로 의결해 다시 탄핵소추할 수 있다. 따라서 각하는 기각보다 ‘반탄’ 측에 조금 불리하고, ‘찬탄’ 측에는 조금 유리한 절충적인 결론이므로 심리적·물리적 내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문화일보
- 2025-03-28 11:46
美의 농산물 비관세 장벽 역이용할 때[포럼] 관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실천에 ‘조자룡의 헌 창’이 됐다. 취임 즉시 모든 수입품을 상대해 ‘보편관세’, 중국·멕시코·캐나다 등 특정 국가를 겨냥해 ‘국별 관세’, 철강·알루미늄 등 특정 수입품을 목표해 ‘품목 관세’를 띄웠다. 피해국 반발로 시행에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인다.이제 ‘상호관세’를 들고나왔다. 표적 국가와 무역수지 균형 맞추기 시도이다. 표적국을 ‘더티(Dirty) 15’라 부르고 오는 4월 3일부터 발효된다. 미국은 무역 상대국의 15% 정도가 부당 관세나 불공정 제도로 미 제품 수입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한국을 높은 관세 국가라고 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농식품 수입 위생검역(SPS) 규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 통상 장관도 여기저기서 같은 주장을 한다. 미국의 SPS 지적 사항들 중 소고기 관련 사항에 가장 주목한다. 소고기는 2008년 개방 후 ‘30개월령 미만’으로만 수입하는 것을 지적한다. 미국 축산·육가공 업계가 트럼프의 강한 지지 세력임을 고려할 때 우리의 치밀한 준비와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우선, ‘30개월령 미만’으로도 한국은 미국의 최대 소고기 수출시장이 됐음을 인식시켜야 한다. 오랫동안 일본이 미국 소고기 최대 수입국이었다. 그런데 2021년 이래 한국이 그 자리를 차지해 지난해 수입은 22억 달러를 넘었다. 30개월령 이상 된 소고기와 소해면상뇌증(BSE)의 연관성에 한국 소비자는 아직 트라우마를 가진다. 그래서 월령 기준 변경은 자칫 미국 소고기 전체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 소비자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면 미국에는 소탐대실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특히, 미국 축산·육가공 업계를 상대해야 한다.한편, SPS 등 비관세 문제는 우리도 미국에 제기해 농식품 수출 장벽을 낮출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필자 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우리나라는 24개국으로부터 991건의 통관 문제를 겪었다. 그중 305건이 미국이었고 그 가운데 302건은 통관 거부, 3건은 리콜됐다. 물론 다른 나라보다 미국으로 수출을 많이 하니 통관 문제가 잦을 수 있지만, SPS 같은 비관세 조치가 우리 농식품의 대미 수출에 장벽임은 분명하다. 이참에 미국 비관세 장벽에 막혀 수출이 어려웠던 품목과 원인을 찾아 대응하는 것도 ‘더티 15’에 맞서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실리를 좇는 트럼프에게는 실리를 주고받는 전략이 최상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달 초, 중국 사회과학원을 방문해 농업통상팀을 만났다. 트럼프가 연일 중국에 관세 폭탄을 선언하던 때다. 생각보다 조금 느긋해 보이는 중국팀이었다. 짧은 설명에 수긍 가는 점도 있었다. 이전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경제 외에 인권, 대만 문제 등 ‘가치’ 충돌이 겹쳐 전선이 복잡했는데, 트럼프 행정부와는 경제 실리가 우선이라 전선이 훨씬 단순해졌다고 했다. 아울러 트럼프 1기 이래 농식품 분야는 중남미로 무역국 다변화, 내수 시장 확대 등으로 미국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는 점도 강조했다.트럼프의 첫째 몰매 대상인 중국에서 타산지석을 본다. 소고기 등 농식품 무역에서 미국이 한국에서 얻는 실리를 철저히 인식시키고 거기에 대응해 우리도 실리를 찾는 통상 협상이 되길 바란다.
- 문화일보
- 2025-03-28 11:46
가짜뉴스 무방비 초래할 위험한 판결[포럼] 26일 내려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죄 위반에 대한 2심 판결만큼 관심이 집중된 법원 판결은 근래에 없었다. 이 대표가 제1야당의 대표이며, 곧 실시될 수도 있는 조기 대선의 유력 후보라는 점 때문이다.2심 법원은 이 대표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고, 이 판결은 1심 판결과 여러 측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앞으로 두 판결의 비교, 논리적 정합성의 평가, 향후 대한민국의 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1심 판결은 매우 신중하고 엄격한 판단이었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결했고, 충분한 근거를 갖추고 있다고 본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했다. 2심 판결은 1심 판결에서 무죄로 인정했던 부분뿐만 아니라, 유죄로 인정했던 부분까지 모두 무죄를 인정했다. 그런 가운데 그 논거의 객관성과 정합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중 핵심은 세 가지다.첫째, 이 대표가 김문기를 알지 못했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행위가 아닌 인식이기 때문에 허위사실공표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백현동 사건에서 국토교통부의 직무유기로 문제삼겠다는 ‘협박’이 있었다고 말한 것은 인식이 아닌 행위인데도 달리 판단했다.둘째, 이 대표가 김문기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은 전체가 아닌 일부이기 때문에 조작(造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의 일부라는 것과 조작은 맥락이 다르지 않은가? 전체 인상이 달라진 게 아니라, 인위적으로 바꾼 부분이 있어야 조작 아닌가? 더욱이 이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고 봤다면, 원본 사진 제출을 요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셋째, 법원에서 공소장 변경을 검찰에 요구했고, 이에 따라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자 이를 이유로 원심 판결은 유지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원심 판결의 배척을 위해 공소장 변경을 요청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가질 수 있게 한다.이 판결은 마치 위증도 있었고 교사도 있었는데, 교사의 고의는 없었다는 이 대표 위증교사사건의 판결을 연상시킨다. 고의 없는 교사가 가능한가? 이렇게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은 국민의 법원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이 사건에서는 허위사실공표죄를 처벌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인지부터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직선거에서 허위사실의 공표를 관대하게 처리하면 어떻게 될까? 정치인들 스스로 만들어낸 가짜뉴스가 선거 판도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국민은 정확한 정보에 기초해 후보자들을 비교·평가할 수 없게 될 것이며, 금권선거나 관권선거 이상으로 위험한 가짜뉴스에 무방비가 된다. 결국, 민주주의의 첫 단추인 선거가 무너지게 된다.1심 판결과 2심 판결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대법원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더욱이 2심 판결에서 이 대표에 대한 (과거 권순일 대법관의 역할이 심하게 문제되던) 대법원 판결을 소환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분명한 것은, 엇갈리는 법원의 판결들 가운데 국민의 사법 불신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며, 이러한 불신이 자칫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둘러싼 국민의 갈등과 혼란에 큰 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럽다.
- 문화일보
- 2025-03-27 11:44
‘서해 해양안보’ 특단 대책 시급하다[포럼]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대한 내해화(內海化) 전략에 착수했다. PMZ는 해양 경계선 획정이 유보된 중간해역으로, 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200해리) 내에 겹쳐 있는데, 여기에 양식용 시설이라며 대형 해상 철골 구조물 2개를 무단 설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매우 중대한 위협이다.이에 지난달 26일 우리 해양조사선 온누리호(1422t)가 대형 철골 구조물에 대한 조사에 나서자 중국 측이 위협적으로 방해하는 등 양국 간 잠재적인 외교적 갈등 우려를 키우고 있다.중국은 12·3 비상계엄 이후 한국의 혼란한 정국을 틈타 해상 철골 구조물을 신속히 설치하고 추가로 12개까지 증설하는 등 인공섬으로 조성할 조짐이다. 특히, 남중국해 영유권 확보 전략에서 보듯이 어업 전진기지 또는 해저자원 개발 시설로 위장한 후 한미 함정·항공기에 대한 감시 및 정보 수집과 대공·대함 미사일 설치 등 군사기지화 가능성이 크므로 추후 살라미 전술과 회색지대화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몽 달성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중국은 근해 해양통제에 이어 원거리 해상교통로(SLOC) 보호 등 원해 확장용 항모전투단 중심의 공세적·강압적인 ‘근해방어, 원해방위’ 전략을 세웠다. 해군력을 집중 강화해 미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차단·거부하기 위한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펴고 있다.특히 중국의 제1·2도련선에 한국의 서해·이어도를 포함하는 등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미 해군 활동을 저지·차단하기 위해 A2AD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역외 이동 차단 및 연합 해상작전 무력화 목적에 활용할 가능성 또한 크다.중국의 서해공정 대응책을 장·단기 투 트랙으로 제시해 본다.우선, 단기적 측면에서 양국 어업공동위원회를 열어 철골 구조물 철거를 요구하고 응하지 않거나 무시하면 ‘동일 비례원칙’에 입각한 맞대응으로 중국과 유사한 형태의 동일 수량 철골 구조물을 중국 측 PMZ 인근 해상에 설치해 협상을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장기적으로는 첫째, 해양관할권을 유지·보호하기 위해 백령도·격렬비열도·어청도·흑산도·마라도의 전략기지화가 필요하다. 둘째, 잠재적인 중국 위협을 고려해 해군·해경 전력의 기존 북방한계선(NLL) 위주 해상 경비활동 외 동경 123도 이동(以東) 해역 경비활동을 확대한다. 셋째, 국가 해양전략 관리 차원에서 대통령 직속 ‘국가해양전략위원회’를 신설, 해양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한다. 넷째, 중국·일본 등 잠재적인 위협국 간 해양 분쟁 대응과 국가 생명선인 해상교통로 보호·유지를 위해 기동함대 항모전투전단의 핵심 전력이자 전쟁 억제 수단인 항공모함(CV)과 핵추진공격잠수함(SSN) 확보를 각군 이기주의를 떠나 국가 안보전략 차원에서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최근 중국의 서해공정을 통한 내해화 전략 시도는 대한민국의 해양영토와 관련된 사활적 이익이 달린 중차대한 안보 문제이다. 따라서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핵심적 사안임을 인식, 여야 정치권의 단합된 목소리와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해양안보 대응 전략을 조속히 수립, 이행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 문화일보
- 2025-03-27 11:43
‘불복 투쟁’ 야전 본부 같은 천막 당사[포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4일 광화문에 천막 당사를 설치하고 거리 진중(陣中) 정치를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앞두고 ‘찬탄’과 ‘반탄’으로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는 판에 민주당은 아예 아스팔트에 진을 치고 임전 태세를 갖췄다. 국회의원 170명을 거느린 거대 야당이 과연 국회와 당사를 비우고 야전(野戰)을 치러야 할 정당한 사유가 있기라도 한가.민주당은 천막 당사 현판식에서 ‘내란으로 무너진 경제를 되살리고 국민의 평화로운 일상을 떠받치는 대들보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온 국민이 윤석열의 불법적인 군사 쿠데타로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면서, 계엄 때 ‘최하 5000에서 1만 명 죽이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재차 계엄 시도가 있을 수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선고 기일을 앞당겨줄 것을 강조했다.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논리가 통하지 않게 된 게 우리 정치지만, 이쯤 되면 그 사고와 논리가 심하게 편향되고 왜곡됐다. ‘심리적 내란과 물리적 내란’까지 언급하며 폭력을 암시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려면 국회에서 정책과 입법을 논의하고,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국회와 정부가 힘을 합쳐 통상외교를 펼쳐야 할 상황이다. 국민의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는 거리 정치를 선동할 때가 아니다. 찬탄과 반탄의 충돌을 중재하고 헌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소크라테스적 발상’을 해야 한다.이재명의 민주당에 치명적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 천막을 치게 된 진짜 배경일 것이다. 오늘 오후 열릴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에서 유죄 판결도 거론되는 상황에서, 유사시 불복투쟁 선동을 위한 야전 본부로 사용하고 당의 위기의식을 극대화해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이 대표 개인의 사법적 위험을 당의 운명과 일체화해 온 음모적 결과다. 천막 당사는 이재명 1인체제화한 당의 운명이 풍전등화 격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만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천막 당사의 명분이 생길 수도 있다. 국회의 대통령탄핵위원회가 너무 성급히 탄핵소추안을 기소하는 바람에 절차적 하자로 인한 기각 또는 각하가 나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 상태다. 헌재의 심판이 예상외로 지연되면서 이 대표 선고가 먼저 나오게 되자 천막 당사를 쳐 헌재 심판을 압박한다는 핑계를 댄 것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기각 심판을 비롯해 무려 30회나 되는 탄핵소추안에 대해 헌재가 현재까지 연속 9회 기각 결정을 함으로써 민주당은 다급할 수밖에 없다.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야말로 총칼을 쓰지 않고 정부 기능을 무기력하게 만든 내란 수준의 국정 농단이다. 아무리 권력투쟁이 합법적이라 해도 국민이 사는 국가라는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다. 한두 명 정치지도자의 정치생명을 이유로 국민의 극단적 대립과 분열을 선동하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 헌법 위에 국민 행동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선동가이지,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갈라진 국민을 치유하고 경제를 살리는 큰 정치인이 참으로 아쉬울 때다.소크라테스가 어리석어서 ‘악법도 법이다’라며 독배(毒杯)를 들었겠는가.
- 문화일보
- 2025-03-26 11:48
‘천안함 15년’ 더 절실해진 서해 수호[포럼] 매년 3월이면 서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넷째 주 금요일(올해는 오는 28일)이 ‘서해수호의 날’이기 때문이다. 이 날은 제2연평해전(2002. 6. 29), 천안함 피침(2010. 3. 26) 및 연평도 포격(2010. 11. 23) 등 서해에서 발생한 북한의 도발을 상기하고, 장병들의 서해 수호를 위한 헌신과 희생을 기리며, 국민의 국토와 자유민주주의 수호 결의를 다져 안보의식을 결집하기 위해 제정됐다. 특히, 올해는 천안함 폭침 15주기이자 제10회 서해수호의 날을 맞는 해이다. 그래서 더 남다르다.서해는 1953년 휴전 이래 북한의 군사 도발이 가장 많이 일어난 해상 전쟁터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대형 철골 구조물을 무단 설치하면서 ‘서해공정’을 위한 알 박기를 시작했다. 중국의 저의는 남중국해 ‘인공섬 설치 후 영유권 주장’ 전략을 서해에서도 재현하려는 것이다. 이런 중국의 야욕은 사전에 맞대응, 차단해야만 한다. 이처럼 서해는 남북은 물론 한·중 간 안보의 최전선이다. 그뿐 아니라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래서 군 장병들은 헌신과 희생으로 서해 최전선을 수호하고 있다.그러나 서해수호의 날이 제정된 이후에도 서해를 지킨 장병들과 그 유족이, 감사와 보훈의 대상 아니라 조롱·멸시·모욕·타도의 대상이 되다시피 했다. 특히, 종북 좌파의 조롱·멸시·모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극한의 무시 때문에 천안함 생존 장병은 아직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고통 받고 있다. 그 반면, 종북 좌파는 천안함 합동조사의 과학적 결과마저 완전 무시한 채 각종 음모론을 확대 재생산해 출세 도구로 삼거나 출판 등을 통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다. 참으로 비열한 행태다.한편, 제1연평해전(1999. 6. 15)은 6·25 남침전쟁 이후 남북한 정규군이 충돌한 첫 전투이다. 이 해전에서 우리는 다른 서해 전투에 비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참전 장병들은 국가보훈부의 국가유공자 심사에서 탈락했다. PTSD 진단서가 없다는 이유로 ‘요건 불충분’ 판정이 난 것이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승전의 역사가 남북대화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교전의 의미를 축소했다. 이런 분위기가 25년째 이어지면서 제1연평해전 승전의 역사는 망각 되고,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도 배제되며, 참전 용사들은 불이익을 받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신·희생한 장병들이 정당한 보상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그 배경에는 국가 지도자의 인식 왜곡과 무관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국가 최고지도자는 승전의 역사를 정상회담의 희생양으로 삼고, 김정일에게 북방한계선(NLL)은 괴물이라며 서해 수호의 의미를 폄훼하기까지 했다. 해전이 발발했는데도 월드컵 경기를 참관했는가 하면, 제2차 연평해전 전사자 영결식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국가안보 위협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기보다는 정쟁의 도구로 악용했다. 서해 수호를 위한 국가 지도자의 결단과 국민의 결의가 중요하다. 장병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보훈체계의 재정립도 필요하다. 장병과 유가족들의 트라우마 극복을 돕기 위한 사회적 노력과 동참, 국가 지도자의 결연한 안보 수호 의지가 뒷받침 될 때 서해 수호 정신도 더 굳건해진다.
- 문화일보
- 2025-03-26 11:48
‘대통령대행 탄핵 151석’은 나쁜 결정[포럼] 헌법재판소가 또 하나의 ‘문제적 결정’을 했다. 지난 24일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인 151석 이상이면 충분하다고 한 결정은 대한민국 국정 안정에 두고두고 큰 화근이 될 것이다.홈페이지에 공지된 결정 요지에서 헌재는 이 사건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 ‘중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임을 애써 강조했다. 이 말장난 같은 표현에 어떤 논리를 강변하기 위한 속셈이 있음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새로운 공직이나 지위가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과는 구분되고, 그래서 대통령이 아닌 원래의 지위인 국무위원으로서 탄핵 되면 족하다고 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그렇지만 그렇게 따지면 대통령은 ‘대통령직 수행 중’인 사람 아닌가.궐위된 대통령을 대신하는 경우 그 권한과 책임은 대통령에 버금가는 것이고, 당연히 국정 안정을 위해서 탄핵소추 역시 대통령에 준해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는 정파에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줄탄핵 면허를 준 것이다. 당장 헌재의 결정이 나오기 무섭게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재탄핵을 협박하고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보여온 행태에 비춰 보면 재탄핵이 아니라 재재탄핵에도 거리낌 없을 것이다. 야당의 줄탄핵에 헌재가 탄핵심판 작란(作亂) 으로 화답하는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헌재는 탄핵심판 제도의 취지가 공직의 박탈을 통해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데 있다고 했지만, 각하 의견을 낸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을 제외하고는 정작 민주당발 ‘줄탄핵’을 심리해 ‘줄기각’ 결정하면서 직접 목도했던 탄핵 남용으로 인한 국정 마비와 삼권분립에 대한 위협에는 침묵한다. 헌법 수호를 내세우지만, 헌정 위기를 더 부추기는 것 아닌가. 한 원로 헌법학자의 지적처럼 헌재를 없애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이 결정이 더 큰 작란, 즉 대한민국의 대란(大亂)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런 결정을 내린 헌재가 만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인용 결정을 내린다면 어떤 상황이 초래될까. 이어질 대선 기간에 민주당은 선거판이 뜻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등 온갖 꼬투리를 잡아 권한대행을 무시로 탄핵소추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멈춰 서고, 민생은 결딴날 것이다. 몇 명의 ‘대행의 대행’이 날아갈지 모른다. 작란에 가담한 6인의 헌법재판관은 불 보듯 뻔한 이런 난장판이 초래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헌재는 국무총리의 지위와 대통령의 지위는 확연히 구분된다고 하면서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돼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국무총리는 그에 비해 상당히 축소된 간접적인 민주적 정당성만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 판단은 헌법재판관들에게도 적용된다. 재판관들이 갖는 민주적 정당성은 국회 동의를 받는 국무총리보다도 못하다. 그런 만큼 좀 더 겸손하고, 좀 더 절제해야 한다.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에서 보여준 헌재의 불공정한 ‘K-재판’ 작란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 문화일보
- 2025-03-25 11:41
연금개혁, 국고 투입도 불가피하다[포럼] 여야 합의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월급의 9%에서 13%로 올리고, 40%로 내려가던 소득대체율을 43%로 되돌린다고 한다. 법안이 실행되면 300만 원 월급자 기준으로, 보험료는 월 12만 원 더 내고 노후의 연금급여는 월 9만 원 더 받게 된다. OECD 회원국들이 평균 18%의 보험료를 내고 50%의 소득대체율로 급여를 지급하는 연금제도를 운용하는 만큼 보험료와 급여를 함께 올린 이번 개혁은 국제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이번 연금개혁안에 대한 각계의 반응이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시민단체와 노조는 소득대체율 인상이 낮다는 이유로 비판하고, 일부 정치권에서는 청년의 부담을 키우는 개악이라고 규탄한다. 연금개혁의 완성을 위해 이들의 반발을 생산적으로 수용하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국회에 연금개혁특위가 구성돼 후속 논의를 한다니 좋은 출발이 될 것이다.이번 개혁으로도 연금재정의 고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이 크다. 그러니 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정부는 재정 안정화를 위한 자동안정장치를 검토한다지만, 연금재정이 부족할 때 연금급여를 쉽게 깎는 방안에 그치니 별 대안이 못 된다. 제대로 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연금재정이 고갈되는 원인부터 따져봐야 한다.연금재정난의 원인으로는 기대수명 연장과 저출산의 두 가지가 꼽힌다. 평균 수명이 길어져 연금 받는 기간이 늘고 연금 지출이 증가하는 문제는 보험료 인상으로 연금 재원을 늘리는 조치가 우선 필요한데 이번 개혁은 여기에 방점이 있다. 이번 연금개혁 법안이 놓친 부분은 저출산에 대한 대처이다. 보험료를 내는 근로인구가 저출산으로 줄어서 생긴 연금재정 감소는 결혼과 출산 및 양육 환경의 변화로 나타난 것이다. 연금 가입자나 수혜자가 아니라, 정부가 책임지고 대처해야 할 사안이다.정부가 방치할 경우 저출산으로 인한 추가 재정 부담을 연금 고갈 시점의 후세대가 떠안게 된다. 이대로 가면 연금재정 고갈 시점에 근로 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율이 30%를 넘어 감당 못 할 수준이 된다. 미래세대가 낼 보험료율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정부가 국고를 투입해 연금기금을 유지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기금 고갈 시의 목표 보험료율을 15%로 유지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0.7∼1.0%의 국고 투입이 필요하다. 2024년에 GDP의 1%는 약 25조 원으로, 우리 경제가 충분히 부담할 만하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5년간 81조 원의 세수가 줄어든다니 이것만 철회해도 당장 국고 지원이 가능하다.이번 연금개혁은 더 늦출 수 없는 시점에 이뤄진 소중한 성과이다. 은퇴를 앞둔 1000만 명의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가 인상된 보험료 부담을 같이 지는 것은 재정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청장년층과의 화합에도 기여할 것이다. 현재 59세로 묶여 있는 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64세로 연장하면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국고 투입으로 연금재정을 안정시키는 조치를 추가해 청년세대의 협력도 얻고 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토대도 갖추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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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3-25 11:41
사법부 신뢰 시금석 될 李 선거법 2심[포럼] 오늘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결과가 나왔다. 많은 국민이 예상했던 대로 헌법재판관 8인 중 기각 5, 각하 2, 인용 1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한 것이다. 이제 한 총리가 직무에 복귀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미국의 관세 압력을 해결하기 위한 대미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시급한 현안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정국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한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도 이번 주중이나 다음 주초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한 항소심 재판 결과가 오는 26일 선고될 예정이다. 이번 주가 정국 변화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한 2심 재판부는 선거법이 정하고 있는 대로 1심 선고 후 3개월이 되는 2월 15일까지 재판 결과를 내놓지는 못했으나, 3월 26일로 선고기일을 정함으로써 선고기일이 지나치게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심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많은 국민은 이틀 뒤에 있을 선고를 기다리며, 담당 재판부가 오로지 재판 과정에서 나타난 객관적 증거와 확립된 선거법 법리에 따라 판단해 줄 것을 기대한다.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가 절차적으로 적정하지 못하다는 문제가 여러 건 제기된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의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혐의에 대한 수사, 그리고 서울서부지방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와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의한 구속취소 결정 등을 보면서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수사기관 및 법원의 중립성과 객관성에 대해 적지 않은 의구심을 갖게 됐다.우리 헌법은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면서(제103조) 모든 법관이 본인의 주관적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재판해줄 것을 기대한다. 그런데 최근에 많은 국민은 법원 내에서 특정한 정치적 이념이나 성향을 같이하는 법관들이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며, 구체적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도 그 성향에 따라 재판을 한다는 바람직하지 않은 소식을 접하고 있다. 경악할 일이다. 담당 판사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진다면 이는 정의로운 재판이 아니다. 대의민주주의하에서는 사법권도 결국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해준 권한인데, 이렇게 위임받은 권한을 법관들이 주관적·자의적으로 행사한다는 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조사에서 한국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도는 49.1%로 OECD 평균 56.9%보다 7.8%포인트(p) 낮게 나타났으며, 조사대상 20개국 중 15위에 그쳤다. 반면, 같은 해 조사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48.8%로 OECD 평균(41.4%)보다 7.4%p 높았으며 20개 국가 중 7위였음을 보면, 우리나라 사법부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가 흔들리지 말고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시금석이 될 것이다. 또한, 이는 선거법 위반 여부의 ‘사실관계’에 관한 한 사법부의 최종적 판단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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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3-24 11:45
韓 분발 자극하는 中 ‘광속 충전’ 기술[포럼]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1월엔 딥시크(Deepseek)의 기술력이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인 중국 비야디(BYD)는 5분 충전에 400㎞를 달리는 혁신적 충전 시스템을 개발해 테슬라의 15분 충전에 320㎞, 현대차의 18분 충전 494㎞ 주행거리를 넘어섰다. 전기차의 최대 약점인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많지만, 최근의 성과는 이러한 의구심을 무색하게 한다. 중국과학기술대는 구글이 지난해 10월에 공개한 것보다 연산 속도가 100배 빠른 양자컴퓨터를 개발했고, 유니트리라는 기업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말까지 상용화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미래 자동차 시장 발전의 핵심인 자율주행 기술 순위에서도 중국의 바이두는 지난해에 2위를 차지해 한국을 압도한다.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지난해 중국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방위, 우주, 에너지 등 현재 핵심 기술 64종 가운데 57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반면, 2000년대 중반 60종에서 선두를 차지했던 미국의 우세 분야는 현재 7종으로 줄었다니 중국의 성장세가 놀랍기만 하다. 이는 ‘제조 2025’ 프로젝트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속적 인적·물적 투자의 산물이며, AI·첨단바이오·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분야의 선도적 입지를 다지는 기초를 제공했다.물론 기술 발전의 영속성과 불법적 파생성, 정보 유출 등의 우려로 인해 여전히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메이드 인 차이나’가 첨단기술과 혁신을 무기로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1200만 명이 넘는 대졸자 중 절반이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전공자이며, 과학 학술지 ‘네이처’가 발표한 10대 과학 논문 성과 순위에서 미국의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제외한 나머지 8개가 중국 대학이다.중국은 100주년인 2050년, 종합 국력과 영향력에서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발전 전략을 갖고 있다. 미국의 견제를 피할 수 있는 기술 자립으로, 과학기술로 무장된 사회주의(科技社會主義)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폐막한 중국 전인대는 연구·개발(R&D) 예산을 800조 원으로 전년보다 10% 증액했다. 한국 전체 예산이 670조 원인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치다.미국의 거대 자본과 중국의 압도적 인력 투입 및 정부 주도형 ‘기술 패권 경쟁’은 글로벌 AI 공급망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인 ‘매그니피센트7’의 역할을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중국 4대 기업인 이른바 ‘BATX’가 대체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이 온리원(only one), 즉 유일한 선도국이 더는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우리 정부도 국가전략기술특별위원회를 열어 반도체, 2차전지, AI, 양자 등 국가 전략기술 육성에 올해 6조8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한다. LG는 최근 중국 딥시크의 성능을 넘어서는 AI 모델 ‘엑사원 딥’ 개발도 발표했다. 중국의 기술에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국가 경쟁력 확보에 대해 관·산·학의 중지가 집약된 전략적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 문화일보
- 2025-03-24 11:44
李는 “기업 경쟁력”, 당은 反기업 입법[포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이재용 삼성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삼성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표의 방문은 근래 그가 보여주는 친기업 행보의 일환이다. 그러나 정작 이 대표가 주도하는 민주당의 최근 경제 입법을 보면 그의 말과는 아주 다르게 반(反)시장적·반기업적이다. 지난 1월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가 밝힌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성장’에 어긋나는 정책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대한민국의 방향타를 쥔 국회의원들은 일반인들보다 자유롭고 풍족한 나라를 구현할 방법에 대해 한층 더 고민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입법 동기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인간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와 법에 대한 그들의 이해 정도인데, 이는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그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태부족하지만, 바람직한 세상 구현을 위해 법의 울타리만 잘 세우면 된다고 믿는 부류다. 이는 앞뒤를 맞출 수 없는 엉터리다. 둘째는 다소의 이해를 바탕으로 나름 고민하면서 입법하는 부류다. 셋째는 넓고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그런 세상은 의회의 적극적인 입법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법을 자제하는 부류다. 그런데 민주당의 입법은 대부분 첫째나 둘째 부류와 관련되는 것들이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노동시간은 노동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 자본 축적에 따라 그 수요가 줄고, 더 많은 소득을 벌게 된 개인들의 노동 공급 감소로 점차 짧아졌다. 그럴 여건이 아닌데도 노동시간을 짧게 강제하면 기업이 경제성장을 선도하긴커녕 생존마저 어렵게 된다. 그래서 주 4일제나 주 52시간제와 같은 노동시간은 국가가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개정 상법안은 주식회사의 태동과 운행 원리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식회사 제도에서 회사의 재산권을 행사하는 사실상의 주인은 지배주주이며, 주주는 유한책임을 지며, 합명회사의 출자자와는 달리 주주는 오로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팔고 떠날 수 있다. 개정 상법안은 지배주주의 재산권 침해를 합법화해 소송 남발의 길을 활짝 열어줄 것이다.임대 기간을 최대 10년까지 연장하겠다는 발상은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대한 몰이해의 극치다. 그런 정책이 시행되면 이 땅에서 임대주택이 사라질 것이다. 임대주택 소유자가 행사할 수 있는 재산권이 사실상 없어지기 때문이다.이외에도 민주당의 민생연석회의 문건에는, 사람들의 근로의욕을 줄이고 정신 건강을 해치는 기본소득과 실질적 임금 인상을 위해 최저임금위원회를 ‘국가임금위원회’로 격상시킨다는 내용 등도 담겨 있다. 모두 다 대한민국을 도탄에 빠뜨리는 정책이다.법은 그 한계가 빤한 인간 이성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오랜 세월을 살아오는 과정에서 사회질서의 형성과 유지를 위해 자연스럽게 생긴 행동 규칙들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서 법은 쓰는(write) 것이 아니라, 쓰이는(be written) 것이다. 민주당이 실력 있고 신뢰받는 수권 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과 인간들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민생을 챙길 수 있다.
- 문화일보
- 2025-03-21 11:40
무작정 감세 경쟁 벌이는 무책임 정치[포럼] 근대 예산의 기원은 1215년 영국의 대헌장(마그나카르타)을 꼽는다. 군주의 주권(sovereignty)을 억제하기 위해 의회의 동의를 최초로 규정한 법적 문서이기 때문이다. 의회의 동의에 따른 세금 부과를 명시함으로써 민주주의 체제에서의 정당한 조세권 행사에 제한을 두는 전통을 세울 수 있었다. 다른 나라로 전파된 이 제약은 헌법에 반영돼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작금의 인기영합적 정치 행태가 세금 부과의 원칙을 뿌리째 흔들고 있어 우려가 크다.여야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듯 감세정책을 앞다퉈 내놓는다. 국민의힘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양극화를 이유로 들어 지방의 경우 다주택자 중과세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상속세와 관련해서는 배우자에 대해서는 과세를 폐지하고 최고세율을 낮추며 유산취득과세 형식으로 바꿔 세 부담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내세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난해 정부의 상속세법 개정에 반대하던 때와 달리 최근 상속세 일괄·배우자 공제액을 현행 10억 원에서 18억 원으로 올리고, 근로소득세 하위 과세표준 구간도 높이는 세 부담 경감 방안을 내놨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감세정책을 발표할 때 세수효과 추정과 함께 줄어드는 세수를 보완하는 대책도 내놔야 마땅하다.이미 지난 2023, 2024년 각각 56조 원과 30조 원씩 세입예산 대비 세수결손을 기록해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나는 등 계획적이고 정상적인 살림살이의 궤도를 벗어나 있다. 올해도 예산편성 때 예측했던 경제성장률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안정적인 세수 확보가 긴요한 시점이다. 포퓰리즘에 바탕을 둔 보여주기식 감세정책으로는 재정위기, 나아가 경제위기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의 관세·통상 정책으로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매우 어려운 여건이고, 비상계엄 이후 치솟은 환율은 안정화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주력 기업인 반도체 산업의 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고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관세 폭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며 자영업자들의 체감경기는 1997년 외환위기 시절에 버금가는 수준이다.최근 법인세 비중이 커지고 자산과세 비중이 늘어나면서 세수가 널을 뛰듯 하고 있다. 1990년대 20% 수준이던 법인세와 자산과세 비중이 2011년 이후 33% 수준으로 늘어나 변동 폭이 매우 커졌다. 주요 세목이 다단계 초과누진세율 구조로 돼 있고, 최근 과표구간 수가 확대됨에 따라 똑같은 진폭의 과세 베이스 변화에도 세수 변동성이 더 커지는 구조라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한다.조세정책은 선거를 겨냥해 선심성 깎아주기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안정적인 성장과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증거에 기반한 중장기적 시계에서 국민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개편돼야 한다.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세법 개정안 96%가 세금을 깎아주는 ‘감세 법안’이라고 한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감세 법안을 내놓고, 특히 정부·여당의 상속세·종합부동산세 감세정책을 비판해온 야당이 제출한 감세 법안이 여당보다 많았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민은 책임 있는 정당을 보고 싶다.
- 문화일보
- 2025-03-21 11:39
명확성 요건도 못 갖춘 ‘개정 상법안’[포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3일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상법 개정법률안은 문제가 너무 많아 정부가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도 않고 졸속으로 입안됐을 뿐만 아니라, 특히 충실의무 조항은 법규로서의 완성도가 크게 떨어진다.개정안 제382조의3 하나의 조문에서 ‘주주’ ‘총주주’ ‘전체 주주’ 3가지의 용어가 사용되는데, 그 개념과 의미가 각각 무엇인지 오리무중이다. 만약 ‘개별 주주 각자’ 또는 ‘개별 주주 전체’를 의미한다면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사가 무슨 수로 모든 개별 주주를 위해 일을 할 수 있나? 만약 ‘추상적인 개념으로서의 총주주’를 의미한다면, 굳이 법률로 정할 필요가 없다.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 자체가 총주주의 이익을 위해 하는 것이고, 이사는 그 결의를 집행하는 사람일 뿐이기 때문이다. 또,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충돌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제2항에서 ‘공평하게 대우’한다는 것은 이미 상법에 ‘주주평등 원칙’으로 구현되고 있다. ‘공평한 대우’라기보다는 ‘공정한 대우’가 맞다. 공정한 대우는 자본시장법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으므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공정한 가액’을 보장하려 한다. 상법의 선언적 규정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책임의 성질도 문제다. 책임의 소멸시효는 채무불이행의 경우 10년이고, 불법행위의 경우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다. 주주와 이사 간에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어서 채무불이행 책임을 질 수 없다.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를 거친 업무 집행이 불법행위가 될 수도 없다. 남은 것은 법정책임인데, 적법 절차에 따라 업무 집행을 한 이사가 무조건 손해배상 책임을 지라는 법정책임이 가당키나 한가.세계 각국의 공통된 입법례는, 이사는 막중한 업무를 집행하는 사람이고 그 업무 집행에 대해서는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책임을 면한다고 정한다. 이사의 적법행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세계에 유사한 사례가 없을 뿐 아니라, 이사책임 완화라는 상법의 근본 원칙에 역행한다. 특히, 이사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 책임을 대표소송이 아닌 개별소송으로 물을 수 있다는 것은 개인의 책임을 과도하게 가중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다.개정안은 이사는 신주 발행, 전환사채 발행, 인수·합병(M&A), 신사업 진출 등 모든 결정에서 주주에 대해 충실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식으로 ‘충실의무’ 개념을 재창조하고 있다. 이런 입법례는 세상에 없다.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이 ‘충실의무’(duty of loyalty)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내용은 우리 상법 제400조 제2항에 이미 규정돼 있다. 문제가 있으면 지금도 이사들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면 된다. 우리와 입법 체계가 같은 일본에서도 상법을 개정하지 않고 이사를 상대로 주주들이 가끔 소를 제기한다.법리에 전혀 맞지 않는 이번 개정 상법안은 버려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문제는 정부안(案)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자본시장법 개정에 성의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 문화일보
- 2025-03-20 11:47
광화문 野 불법 천막촌과 反법치 궤변[포럼] 서울 도심인 종로구 옛 서십자각 자리에서부터 광화문 앞 해치상까지 인도 약 200m를 38개의 천막과 10여 개의 작은 텐트가 점령하고 있다. 이 천막촌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야당과 특정 성향 시민단체들이 설치한 불법 가설물이다. 이 불법 천막들이 인도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시민들의 보행에 불편을 줄 뿐 아니라, 인도 앞 도로변에 세워진 농성자들의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이 일대는 더욱 혼잡하다.도로법에 따르면 인도나 차도에 무단으로 천막을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다. 서울시와 종로구가 2차례에 걸쳐 계고(戒告)했으나 야당은 꿈쩍도 않는다. 이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언제부터인가 분쟁이 생기면 천막부터 꾸려 농성하는 게 일상이 됐다’며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공당이 도심 한복판에서 공권력 위에 군림하며 불법을 자행하는 것은 국격의 추락’이라고 한탄하면서 ‘탄핵에 중독된 제왕적 다수당이 이제는 법을 비웃으며 헌법재판소를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이에 대해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천막을 설치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헌재 심판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앞두고 그런 지엽말단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게 광역시장이 할 일인지 안타깝다”고 했다.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함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기본권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집시법에서 보장하는 것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이지 다른 법률을 침해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인도를 침해한 불법 천막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도로법 등 다른 법을 침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도로법이 제61조(도로의 점용허가)에 바탕을 둔 제72조(변상금의 징수), 제73조(원상회복), 제74조(행정대집행의 적용 특례) 등과 제75조(도로에 관한 금지행위)를 두고 있는 만큼 위 규정들은 엄격하게 준수돼야만 한다.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의 선고를 앞두고 정국이 어수선하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서울의 일상이 된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외국인 관광객들의 새로운 관광 거리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뀐 대한민국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것임은 부인할 수 없다. 국회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과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만든 집시법과 도로법을 앞장서서 준수해야 한다.정권을 탄핵하는데 불법 천막 논란은 지엽말단적이란 주장은 그 자체가 모순된다. 불법을 허용하는 것은 헌법에서 강조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것이다. 불법적 행위에 대한 평가는 그 의도와 동기, 법적·도덕적 정당성, 피해의 정도와 범위, 사회적 맥락과 시대적 변화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불법을 행할 실정법상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한 지엽말단적인 불법도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민주당 등 도로법을 위반해 불법 천막을 설치한 주체는 행정대집행 전에 당장 철거해야 한다.
- 문화일보
- 2025-03-20 11:47
의연히 대처해야 할 美 ‘민감국 지정’[포럼] 미국의 에너지부(DOE)가 오는 4월 15일부터 우리나라를 ‘민감국가 목록’(SCL)의 ‘기타 지정국’으로 지정·관리한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 논란이 뜨겁다. 미국이 굳건한 동맹인 한국을 북한·시리아·이란 등의 테러지원국처럼 대우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당장 첨단기술과 에너지 분야의 협력에 심각한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현실적인 우려도 있다.이 문제가 한국에서 정쟁으로 비화한 것과 관련, 조셉 윤 주한 미 대사대리는 18일 좌담회에서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가 이건 큰일이 아니라며 ‘미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 방문객 중에서 민감 정보를 부주의하게 취급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SCL 문제는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그런 점에서 우리 정치권이 본질 아닌 외형만 보고 서로 ‘네 탓’ 공방을 한 것은 실망스럽다. 민감국가 지정 자체를 정쟁의 소재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야당은 정부가 섣불리 들먹인 핵무기 개발 논의 때문에 발생한 외교 참사라고 목청을 높인 반면, 여당은 야당의 어설픈 반미·친중 성향이 미 행정부를 지나치게 자극했다고 우겼지만 어느 쪽도 확실한 근거를 내놓지는 않았다.또 하나, 우리 정부가 지난 1월 초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을 그동안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미국 행정부에서 에너지부는 단순히 에너지 정책만 담당하지 않는다. 에너지부는 국방부·보건복지부와 함께 기초과학과 인공지능(AI)·양자·원자력을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 연구개발 사업의 상당 부분을 수행한다. 실제로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17개 국립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미국과의 국제 협력 강화를 요란하게 외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원자력을 비롯한 에너지 정책을 전담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미국 에너지부의 정책 결정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도 놀랍다. 우리의 아까운 연구개발비 120억 원을 미국의 연구기관에 일방적으로 퍼주는 것을 국제 협력이라고 착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미국 행정부에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국제 협력은 단순히 과학지식을 증진하고, 인류의 복지 향상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미국에 첨단 과학기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관세보다 훨씬 더 유용한 ‘협상 카드’라는 뜻이다.SCL은 에너지부 산하 연구기관의 국제 협력을 관리하기 위한 내부 규정이다. 미 국익에 도움이 안 되는 국가와의 협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미 에너지부의 SCL로 지정됐다고 해서 야단법석을 떨 이유는 없다. 우리도 미국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원자력·조선·반도체·자동차 기술은 미국이 함부로 넘보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스라엘과 대만이 민감국가임도 주목해야 한다.우리나라가 미국의 SCL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도 지정됐다가 1994년 7월에 우리의 요청으로 목록에서 제외된 적이 있다. 미국이 우리를 SCL로 지정한 이유를 정확히 알고 실무적으로 조용하게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산업부 장관이 미국 에너지부 장관에게 읍소해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 문화일보
- 2025-03-19 11:33
‘삼성다움’ 되찾아 초일류 복원할 때[포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그룹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세미나에서 ‘독한 삼성인’을 주문했다. 현재를 ‘죽느냐 사느냐’의 위기로 규정하고 사즉생의 정신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이었다.삼성전자는 매년 위기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특별하다. 삼성전자는 1969년 창립한 이래 TV에 이어 반도체와 스마트폰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며 대한민국의 자랑이 됐다. 2023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는 520만 명으로, 국내 전체 투자자의 37%에 해당한다. 시가총액은 국내 시장의 20%, 수출 비중도 18%에 이르며 대한민국 경제의 20%를 책임지는 핵심 기업이다.그러나 국민이 삼성전자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혁명이 촉발한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기존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이 1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삼성전자는 소니를 꺾고 TV 시장 1위, NEC·도시바를 넘어 메모리 반도체 1위, 노키아를 밀어내고 스마트폰 1위를 차지했다. 그 후 변화의 흐름이 다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2024년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 1위를 차지했고, 전통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중국 창신메모리가 위협한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졌으며, 스마트폰 출하량도 2023년부터 애플에 밀리기 시작했다. 혁신한 기업이 다시 혁신 당하는 과거 패턴이 반복된다.이 회장도 이러한 위기를 인정했다. 그러면 원인은 무엇이며, 방향을 어떻게 수정할 것인가? 기술적 초격차를 강조하고, 장기적 투자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지난 50년간 삼성전자는 ‘세계 1등’이라는 목표 아래 기술과 인재를 중시하며 현재의 이익보다 미래의 성장을 추구했다. 그러나 1등이 위협받는 지금,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삼성전자의 어려움은 1등 기업이기 때문에 겪는 도전이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지난 10년간의 경영 환경을 돌아보자. 2014년 당시 이건희 회장의 와병과 2017년부터 시작된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삼성전자는 ‘삼성다움’을 고민할 처지가 아니었다. 어려운 시기에는 안정적 경영이 답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술 중심, 인재 중심, 미래를 향한 장기적 안목이라는 삼성의 핵심 가치가 얼마나 유지됐는가? 지난 10년간 불가피했던 ‘현상 유지’가 오늘의 위기 시발점은 아니었는가?‘삼성다움’을 복원하려면 핵심 가치를 다시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책임 있는 이 회장이 그 가치를 바탕으로 임원들을 평가하면 된다.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그 가치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복도에서 만난 한 MZ세대 삼성전자 직원이 말했다. “그런데 왜 열심히 해야 하죠?”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지 않는 기업에서는 누구도 열정적으로 일하지 않는다.이 회장은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신속한 사법적 판단을 통해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 책임 있는 이 회장이 삼성다운 가치를 바탕으로 임원들을 엄정하게 평가하길 기대한다. 그것이 국민이 걱정하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삼성전자가 되는 길이다.
- 문화일보
- 2025-03-19 11:32
‘비정상 국정’ 부채질하는 나쁜 정치[포럼] 정치와 사회가 지금보다 더 무질서한 시절은 없었다. 민주주의가 안정됐다고 인정받던 대한민국에서 이런 불확실성과 혼란을 겪을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대행하는 1인 3역을 하고 있다. 게다가 주요 국무위원인 행정안전부·국방부·법무부 장관은 공석이다. 정치 상황을 보건대 최 대행이 장관을 지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벌써 석 달이 넘는다.전대미문(前代未聞)의 국가 비상사태 속에서 여야 정치권은 위기를 권력 획득의 기회로 삼겠다는 얄팍한 정략에만 매달린다. 주말마다 열리는 탄핵 찬반의 광장 집회에서 격하게 선동하는 이들이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들이다. 거대 양당은 헌법재판소에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당의 공식 입장이라면서도 광장에서 헌재를 비난하는 의원들을 제지하지는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당연히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고 말하지만, 장외에서는 대통령 탄핵은 국민의 뜻이라면서 그것이 정의라고 외친다. 양당은 헌재 결정 후에 당내 의원들의 주장이라며 입장을 달리할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이 와중에 다수당인 민주당은 국민의힘 죽이기를 시도한다. 지난 14일 대표발의자 박홍근 의원 등 17명의 민주당 의원이 정당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주요 내용은,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거나 형이 확정되면 정부가 소속 정당의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해야 한다는 것과 그 정당은 직후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헌법 가치와 질서를 훼손할 때 제한적으로 가능한 위헌정당해산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으며, 후보자 공천을 금지한다는 것도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국민의 40% 가까이가 지지하는 정당을 해산시키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킨다 해도 거부권이 행사되고 재의결이 불가능함을 발의한 의원들은 잘 알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법안 제출에 대해 아무런 간섭도 않는다. 결국, 이 법안은 조기 대선을 대비해 국민의힘을 탄핵 책임으로 묶어두려는 이슈 전략에 불과하다. 입법이 권력 획득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외교정책이 우려되는 터에 한국이 ‘민감국가 목록’(SCL)에 포함됐다고 한다. 지난 1월 초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민감국가로 지정하기까지 2개월 이상 우리 정부는 알지도 못했단다. 정부의 외교 능력 부재와 미국 내 인적 네트워크 실상을 보여준다. 그나마 외교 문제가 아닌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의 보안과 관련된 문제라니 다행이다.가관인 것은 여야 정당의 반응이다. 국민의힘은 국정을 장악한 이재명 대표의 친중·반미 태도가 원인이라며 민주당 탓을 한다. 민주당은 보수 세력이 핵무장론을 주장하고 계엄 사태로 인해 정국이 불안한 것이 이유라고 국민의힘을 비난한다. 모두 네 탓 타령만 한다.여야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는 국가 이익에 대해서도 서로 비방의 기회로 삼을 뿐이다. 정치의 기능이 사회 갈등의 해결과 통합이라는 말은 한국에서는 교과서에만 있다. 정치인들에게는 권력만 보이고 국민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 문화일보
- 2025-03-18 11:42
트럼프 독트린 돌파구 될 美 함정 MRO[포럼] 미국 해군 월리시라호가 지난주 한화오션에서 종합정비(MRO;유지·보수·정비)를 마치고 출항했다. 지난해 9월 거제조선소에 도착했을 때의 노후 상태와 비교하면 새로 태어났다고 해도 좋을 만큼 확연히 달라졌다. 외관 변화뿐 아니라 미군 측이 발견하지 못한 부분까지 찾아내 정비 방안을 제시하는 한국 특유의 노련하고 섬세한 기술력에 미 해군은 큰 만족감과 신뢰를 표시했다.K-조선 역사에 ‘미 해군 MRO사업 1호’로 기록될 이번 미션의 성공적 완수에는 비즈니스 차원을 넘어선 중대한 의미가 많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뿌듯한 격세지감이 작지 않다. 70여 년 전 6·25전쟁 당시 미군 수송선에 의지해 피란길에 올랐던 최빈국이 오늘날 미국 군함까지도 정비하는 세계적 조선(造船) 강국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국민이 느낄 그 자부심에는 가치를 매기기조차 어렵다.더욱 중요한 점은,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맞은 미국의 세계 전략 속에 ‘한미 조선동맹’의 새로운 장을 여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해군력을 기반으로 절대 강자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지금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군함의 현대화와 건조 등 대대적인 해군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미국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군은 현재 296척의 함정을 2054년까지 381척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연평균 44조 원의 예산을 사용할 예정이다. MRO 사업에만 연간 12조 원 정도를 지출할 것으로 추산된다.그러나 미국의 조선산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침체돼 더는 미 해군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처지다. 미국 정치권 내에서도 자국의 군함 건조 역량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월리시라호 MRO의 성공 사례는 미국에 향후 인·태 지역에서 강한 해군력을 유지하면서 함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이자 롤 모델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미 해군의 MRO를 넘어 신규 건조 참여 기회를 여는 발판이 될 수 있다.이 같은 한미 조선 협력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정책 방향과도 일치한다. 최근 동맹국과 적성국을 가리지 않는 관세 부과나 나토(NATO)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서도 드러나듯이 미국이 취하는 일련의 외교·경제 정책은 철두철미한 호혜주의(reciprocity)를 핵심으로 한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혜택을 베푸는 산타클로스 역할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독트린’은 당연히 한국에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미 함정에 대한 MRO 확대와 신규 건조까지 우리나라 기업이 참여하게 된다면 한미 간에 군사·경제·안보적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상호 신뢰를 증진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태지역에서 핵심 파트너로서의 입지는 물론 한미동맹 관계 전체를 한 단계 더 높이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다.MRO 사업이 현시점에서는 작은 한 걸음에 불과할지라도 ‘한미동맹 강화’라는 국가적 안목에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 기업에 좋은 것이 국가에 좋은 것이듯, 국가에 좋은 것이 곧 기업에도 좋은 것이다.‘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
- 문화일보
- 2025-03-18 11:41
이번 주엔 처리해야 할 ‘43% 연금개혁’[포럼] 연금개혁 합의의 문이 다시 열렸다. 그동안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소득대체율을 두고 국민의힘은 43%, 더불어민주당은 44%를 주장하며 대립했다. 지난 14일 민주당이 국민의힘 인상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함으로써 이번 주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열렸다.야당이 소득대체율 43%안(案)을 받으면서 부대조건으로 제시한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 군·출산 크레디트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급 확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계획에 포함돼 있던 것이어서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이번 모수개혁과 함께 추후 논의하기로 했던 구조개혁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연금개혁특위 구성을 두고 줄다리기 중이어서 또 당리당략으로 연금개혁이 무산되진 않을지 우려된다.여야가 거리를 좁힌 이번 연금개혁안에 대해 재정안정 주장 측이나 소득보장 주장 측이 각자 불만을 갖고 부정적 견해를 쏟아낸다. 그러나 일방이 만족할 수 있는 안이라면 다른 일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 될 것은 불문가지라고 할 때, 이번 연금개혁 방안은 극단적인 양방의 입장 무게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 개혁 방안이 지난해 5월, 제21대 국회 마지막에 합의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와 똑같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 방안 외에는 다른 합의점을 찾긴 어려울 것이다.연금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55년 국민연금 기금 소진을 2071년까지 늦출 수 있게 된다. 기금운용수익률을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서 가정했던 4.5%보다 1%p 더 높여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지난 36년간(1988∼2024년) 기금운용수익률 연평균이 6.82%였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 궁극적으로 현재의 20세 청년 가입자가 90세 될 때까지 적립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향후 보험료율도 좀 더 높여야 하고 지급개시연령의 조정도 필요하지만, 기금운용에 따라 국민의 부담을 덜 수도 있다.초저출산·초고령화 시대에 노후소득보장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모수개혁과 함께 구조개혁도 필요하다. 기초연금은 2025년 기준 예산 27조 원으로 65세 이상 노인 약 736만 명에게 지급하고 있으나, 노인빈곤율은 38.2%로 OECD 회원국 중 최상위에 있어 노인빈곤율을 효과적으로 낮추기 위한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보험료율 기준으로 소득의 8.33%를 기업이 부담하는 퇴직급여 제도의 경우, 퇴직연금 가입자는 대상자의 50% 수준이고 연금수급 비율은 10%에 불과해 노후소득 보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또,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도 재정 안정화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자동조정장치도 검토해야 한다.국회는 구조개혁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할 예정이다. 모수개혁 없이 구조개혁 없고, 구조개혁은 모수개혁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이번 연금개혁안은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더 한시바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연금개혁이 늦어지면 날마다 885억 원의 재정적자가 늘어난다.
- 문화일보
- 2025-03-17 11:39
‘52시간’ 野 몽니는 첨단산업 죽이기[포럼] 반도체 연구직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적용하는 ‘반도체특별법’이 이번에도 야당 반대로 국회 의결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현재 1회당 3개월에서 6개월로, 최대 1년까지 늘리기로 지침을 개정했다. 대신 근로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 6개월마다 건강검진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특별연장근로는 주 52시간의 예외를 적용받아 주 64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는 제도다. 과거에도 반도체특별법에 주 52시간 적용 예외가 포함돼야 한다는 게 정부 기본 입장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노동계 등의 반대로 입법이 지연되자 특별연장근로라는 대책을 만든 것이다. 기업으로선 이런 대책이라도 있어야겠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해당 기업은 정부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사후적으로는 건강검진까지 해야 한다.반도체특별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물론 국민 상당수가 반도체 생산공정이 갖는 매우 특이한 속성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 눈에 보이는 반도체의 크기는 매우 작지만, 그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예상보다 상당히 길다. 웨이퍼를 생산공정에 투입해서 최종 반도체가 만들어지기까지 짧게는 수주에서 길게는 5개월 이상 걸린다.따라서, 제품 생산 후 이상이 발견되면 관련 분야 연구진들은 설계 및 생산공정에 대한 문제에 낮밤 없이 매달려 해결책을 최대한 빨리 찾아야 2차 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연구인력은 물론 생산 현장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국가에 산재한 반도체 장비업체와 매우 신속히 협업해야 한다. 제품 설계 및 생산공정 수정 단계에서는 시간을 하루라도 단축하는 게 중요한 만큼 주당 근무시간을 따질 여유가 전혀 없다.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시장 1위인 대만의 TSMC, 로직칩 설계 및 생산을 주도하는 미국의 인텔과 AMD,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하는 미국의 마이크론 등 우리의 경쟁국에서는 근로시간에 대한 아무런 규제 없이 몰입하는 일을 지난 수십 년 간 지속해 오고 있다. 치열한 세계 경쟁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우리나라만 주 52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해도 주 64시간이라는 규제를 받고 있다.미국의 AMD, 마이크론, 대만의 TSMC 주가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몇 배 넘게 올랐지만, 삼성전자의 주가는 9만 원대에서 5만 원대로 폭락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두 자릿수가 무너져 현재 겨우 9% 정도에 불과하다.반도체특별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입법을 하는가? 심지어 중소·벤처 기업조차도 주 52시간 규제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추가 인력을 채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중소기업은 52시간 규제가 인력난 악화의 원인이다. 초과근무를 통해 추가 소득을 벌충해야 하는 근로자들 역시 퇴근 이후에 다른 부업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창업 초기에 출퇴근 개념도 없이 24시간 몰입해서 대기업을 이겨야 하는 벤처기업들도 52시간 규제는 극복할 수 없는 장벽이다. 정책 입안자들의 심사숙고가 절박한 상황이다.
- 문화일보
- 2025-03-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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