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이사람>뉴스앵커 1호 김찬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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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으로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중증 인후염과 당뇨병 등으로 지난 95년 교통방송의 시사 교양프로 ‘교통시대’를 떠났던 국내 뉴스앵커 1호 김찬식(59)씨가 2년 반만에 ‘힘찬 목소리’로 돌아왔다.

‘방송하다 죽는 것이 소원’이었던 그에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지난 투병과정은 죽음과 같았다. 화려했던 그의 방송경력을 떠올리면 더욱 초조하고 안타까웠다.

30년전 KBS 방송기자로서 기자앵커의 효시가 된 ‘광부 양창선씨의 16일 매몰현장’ 중계방송(1967), KBS 1TV 9시뉴스의 전신인 ‘뉴스의 초점’ 진행(1968), KBS 1라디오의 ‘안녕하십니까 봉두완입니다’의 전신 ‘안녕하십니까’의 MC(1981), 독설을 뿜어내는 시사평론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며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한 KBS 1라디오의 ‘라디오 동서남북’ (1984∼1991년), 교통방송의 주가를 높인 ‘교통시대’(1991∼1995년), 새벽에 일어나 모든 신문을 탐독하며 열정을 바쳤던 KBS 2TV의 조간시문 논평프로그램의 진행 등 가족과 사생활을 빼앗기며 방송에 몰입했던 시절이 꿈만같았다.

3차례 병원에 입원했으나 지병은 호전되질 않고 강원도 영월의 ‘소원의 항구’란 기도원에 드나들길 8차례.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끊고 오로지 기도에 매달렸다고 한다. 다섯 딸을 키우기 위해 아내가 식당을 경영하다가 실패, 살던 집을 날리고 아예 교회옆에 위치한 서울 자양동 지하방으로 거처를 옮겼다. 생활은 궁핍하기 그지없었지만 마음은 편해지고 병도 나아졌다.

그가 지난 3월부터 재개한 방송 프로그램은 교통방송의 ‘시사해설-사건 속의 오늘’(저녁 6시5분 방송)과 극동방송의 ‘1188 전망대’(저녁 8시30분). 비록 5분짜리 프로에 불과하지만 30년간의 방송경험을 발휘해볼 디딤돌로 생각하고 있다.

“방송은 헛소리 잡소리 등의 ‘소리’가 아닙니다. 국민 의식을 높여줄 수 있는 ‘말씀’이어야 합니다.” 최근 개그맨 등 연예인이 진행하는 프로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그는 실제적 체험과 경륜이 쌓인 방송진행, 굴비 엮듯이 소개하는 뉴스가 아닌 해설과 논평이 곁들인 뉴스앵커로 활동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방송을 위해 태어난 사람’ ‘입신의 경지에 들어선 방송진행자’라는 방송 관계자들의 찬사와 함께 ‘제멋대로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이라는 일부 PD의 비난을 샀던 그가 투병끝에 ‘빈 마음’으로 돌아와 펼쳐 보일 ‘경륜있는 방송’에 기대해 본다.

그는 최근 KBS의 뉴스가 타방송보다 신뢰감있고 육중한 진행으로 시청률 베스트10에 들었다는 조사에 굉장히 고무되어 있다. 미국의 ‘크롱카이트’같은 연륜쌓인 뉴스앵커가 돋보이는 시대가 우리나라에도 도래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申敏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