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염색체속에 ‘고립유전자’ 숨어있다.

수천년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대인의 이산(離散)현상과 고립에 집착하는 특성을 유전자적으로 규명코자 하는 시도가 있어 관심을 끈다. 생물학자들은 남성 Y염색체 연구를 통해 BC 586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중동·유럽 등 광범위하게 분산돼 있는 유대인의 이산 현상을 추적, 연구했다.

유전자적 분석 결과에 의하면 유대인 공동체들은 타종족들과의 혼인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고,수세기 동안 유대교를 신봉해 온 결과,눈에 띌 정도로 여타 민족과 다른 생물학적 동질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시리아인은 상호 모종의 유전자적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이들의 Y염색체를 연구해 봤더니 세계에 혼재해 있는 유대인 공동체들은 그들끼리는 물론이고 팔레스타인인이나 시리아인,레바논인들과도 서로 닮은 점이 많았다. 이것은 이들 종족 모두가 약 4000년 전 중동에 모여 살던 같은 조상으로부터 유래됐음을 시사한다.

뉴욕대학 히브리학과 과장 로렌스 H 시프먼 박사는 이 연구가 유대인이 근동(近東)지역에서 태동했다는 역사적 기록과 일치하고,그들 가운데는 여러 족속이 있었다는 성경 기록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회보(PNAS)에 수록된 이 연구는 애리조나대학의 마이클 F 해머 박사팀에 의해 미국,이탈리아,이스라엘,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현지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특이한 것은 이 연구가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 불변적으로 전수되는 Y염색체 연구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류 진화 초기에는 1개를 제외한 모든 Y염색체는 그 보유자들이 무자식이거나 딸만 낳게 됨에 따라 소멸하게 됐다. 그 결과 오늘날의 모든 Y염색체는 약 14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아담의 유일 유전자 Y염색체로부터 유래됐다는 설명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남성은 Y염색체상의 디옥시리보핵산(DNA) 염기 서열이 같다. 하지만 이따금씩 다른 숫자가 나타나는 이변이 일어난다. 이것이 다음 세대에서 반복됨으로써 지류적 혈통을 형성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해머 박사는 Y염색체 지류 혈통에서 19가지의 다양한 변이들을 찾아냈다.


아랍인과 유대인이 분리돼 온 원조격인 중동인 조상들은 이들 지류 혈통 중 8개 혈통이 합쳐진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주류는 해머 박사가 말하는 이른바 ‘메드(Med)’ 혈통계였다. 이 Y염색체는 지중해와 유럽 전역에서 발견되며,신석기 시대의 농업 발명가나 혹은 뱃사람들에 의해 널리 퍼졌는지 모른다. 아랍 유대인 유전자군에 속하는 또 하나의 혈통이 오늘날의 에티오피아인들에게서 발견되고 있다. 그것은 나일강 하류를 오가는 사람들에 의해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랍과 유대인 공동체들은 혈통에 있어 제각기 자기만의 향(香)을 지니고 있는데,이는 각기 다른 유전자적 역사를 갖고 있음을 뜻한다. 로마 유대인들은 동유럽의 유대인 공동체인 아슈케나지인들과 아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해머 박사는 이것은 로마 유대인들이 아슈케나지인들의 조상이었다는 가설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아슈케나지인들이 유럽에서 오랜 저항 활동을 했음에도,그들의 Y염색체는 비유대계 유럽인들과 달리 그대로 보존됐다.

아슈케나지 공동체가 태동한 이후 지금까지 약 80세대가 이어져 내려왔다고 가정할 때,각 세대당 유럽인들과 유전자 혼합비율은 0.5% 미만에 불과하다고 해머 박사는 추산했다. 2000년 역사의 유대인 율법에 의하면 유대계는 모계혈통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Y염색체 연구는 비유대계 남자들이 유대인의 다양한 유전자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느냐 하는 문제에 답을 주고 있다. 그 영향과 기여도는 아주 적었다는 사실에 해머박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떻든 유대인들은 유전자적 특성으로 인해 세계 어느 곳에 살든 아주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니컬러스 웨이드/정리=윤성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