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활용 새치료법 모색

지난해 가을 신진대사 장애를 앓아오던 18세의 제시 젤싱거란 소년이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의 유전자치료 소아 임상시험에 자원했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후 심각한 사회적 파문이 일었고 연구자금의 지원 여부가 거론되다가 급기야 미국 유전자치료학회(ASGT)는 업체로부터 자금지원을 받는 회원들에게 위험한 실험을 중지하도록 지침까지 내렸다. 때문에 유전자 치료는 한동안 퇴보하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지난 1년동안 유전자 치료는 조용히 그리고 꾸준한 진전을 보여왔다. 연구자들은 유전자를 목표 세포에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새롭고도 더욱 안전한 방법들을 모색해 왔다. 그 결과 혈우병 환자와 일부 암환자, 면역계 질환자들에 대한 임상 시험에서 효과가 증명되고 있다. 최근 약2500명의 국내외 관련 학자가 참석한 가운데 덴버에서 개최된 제3차 ASGT연례총회에서 사비오 우회장은 ”우리는 심각한 차질을 빚어 왔지만 결국 임상에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치료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환자의 결함 유전자에 건강한 유전자를 주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메릴랜드주 베데스타 국립보건원(NIH)에서 최초의 인체 유전자 실험이 있은지 10년이 지난 최근까지만해도 그 결과는 실망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는 과학자들이 유전자를 특정 세포에 정확히 전달, 세포가 정상 기능을 발휘하게 만드는 벡터(vector)의 제작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벡터는 건강한 DNA를 약독화시킨 바이러스에 주입한 다음, 바이러스가 인체 내 목표 세포를 공격, 세포로 하여금 건강한 DNA에 감염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하지만 젤싱거군의 사망으로 지금까지 유전자 치료에서 널리 사용돼 오던 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감기의 원인균인 아데노바이러스는 대부분의 환자들에게는 가벼운 독감증세만을 보이지만, 젤싱거군의 경우에는 치명적인 면역반응을 일으켰다.

분자생물학자들은 이번에는 아데노 바이러스보다 안전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데노관련바이러스(AAV)에 관심을 돌렸다. 필라델피아 소아병원과 스탠퍼드대학, 바이오텍회사인 아비겐의 공동 연구진은 혈우병 환자들에게 피의 응고에 필요한 단백질인 9인자(Factor IX) 형성 유전자를 실은 AAV를 투입한 결과 상당한 효과를 봤다. 연구진은 혈우병 개에 대한 동물실험에서 안전성을 확인한 후 소규모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3명의 환자에게 미량의 유전자 치료를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 환자에서 소량의 9인자가 생성됨으로써 상태가 호전됐다. 파리 네커 소아병원의 알랭 피셔 박사가 중증의 혼합면역결핍증(SCID)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치료 결과도 덴버에 모인 과학자들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것이었다. 그의 연구는 지난 4월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그는 유전자 치료 후 10개월 만에 정상적인 면역체계로 돌아 온 두 아이의 성공적인 치료 사례를 실었다. 그는 모두 5명 중 4명은 면역체계가 거의 회복됐지만 마지막 1명은 심각한 복합증세를 보여 생존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보고했다. 아직도 유전자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에서는 성패가 엇갈리고 있다.

<셰릴 게이 스톨버그/정리=윤성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