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회고록 김대통령등 ‘인물평’

김영삼전대통령은 16일 발간된 ‘김영삼대통령 회고록-민주주의를 위한 나의 투쟁 상·하’에서 자신의 대통령 재임중 비화를 소개하면서 주요 정치인에 대한 인물평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김대중대통령=대선 패배후 영국으로 떠난 것은 내가 그의 부정한 과거를 수사할까봐 두려워서다. 김중권씨가 김대중씨에게 전달한 돈이 과연 20억원인지 200억원인지 지금까지도 모두 의혹을 갖고 있다. 김대중씨는 신한국당 비자금 폭로 이후 다섯번에 걸쳐 나와 면담을 요청했으며 ‘나도 칼국수 먹을 줄 압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97년 10월 24일 면담에서 비자금 수사를 유보한데 대해 ‘감사합니다’는 인사를 수없이 했다.김대중씨는 대통령 당선 직후 김태정검찰총장을 불러 깨끗하게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무혐의 처리해달라는 부탁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회창총재=이회창씨의 총리 발탁과 관련, 주변에서 이회창씨가 균형감각이 부족하고 다양한 사람을 포용해야 하는 조직생활에는 맞지 않는 인물이라며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총재는 총리에 임명된 뒤 외교적 문제 등 대통령의 업무까지 자신이 지휘하겠다며 언론에 공개해 94년 4월22일 이총리를 불러 “총리로서 혼란의 책임을 지라”고 했다.

이총재는 “잘못했으니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시종일관 장황하게 변명했지만 나는 “지금 당장 사표를 내지 않으면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따라 해임조치하겠다”고 호통을 쳤다. 한시간 가까이 혼이 난 그는 내 집무실을 나가면서 출입문을 찾지 못해 허둥대기도 했다.

97년 9월8일 청와대로 신한국당 주요 당직자 초청 만찬을 하면서 이총재 지지 발언을 했는데 만찬이 끝난 뒤 이회창대표가 나를 급히 따라나오면서 연방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거듭했다. “각하 정말 감사합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고 되풀이하던 말을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민주당 이인제최고위원=97년 8월27일 이인제지사를 청와대로 불러 대통령 선거 독자 출마를 강력히 만류했고 이지사는 “앞으로 당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정도를 걷겠다”며 약속했고 그후에도 몇차례 약속을 했다.

그러나 9월13일 전화를 걸어 탈당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느냐고 언성을 높였지만 변명을 늘어놓아 그의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두환·노태우전대통령=청와대 안가에서는 대통령이 한달에 한두번씩 20,30대 재벌 총수들을 불러들여 여자들을 옆에 앉히고 술판을 벌였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모든 사람이 들리도록 큰 소리로 자기 옆자리 앉은 기업인을 가리키면서 “내가 O회장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돈을 가져오라고하지 않았는데 정치자금 쓰라고 이번에 ○○억원을 가져왔다”며 구체적인 액수를 얘기했다.

◈고건시장=온건하고 합리적이며 행정경험이 많은 정통관료 출신이었다. 고총리는 대선전 나의 외곽지원조직에 참여, 집권후 개혁프로그램 작성에 일조했다. 고총리의 부친 고형곤 박사는 나의 서울대 문리대 철학과 은사이기도 했다.

◈이수성전총리=80년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 학생처장으로 신군부의 강압적인 학생처벌 요구를 거절하는 등 소신있는 행동으로 학계의 신망이 컸으며 청렴한 인물이었다. 이전총리 가족은 6·25 동란 당시 부산 피란시절 도민증이 없어 양식배급을 받지 못했는데 내가 보증을 서주어 양식배급을 받을 수 있었다.

〈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