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뒤안길>그 여름의 ‘체력캠프 이탈 미수사건’

프로농구는 5라운드가 한창이다. 막바지인 5, 6라운드를 치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력과 정신력, 팀워크가 요구된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고자 지난해 여름 삼성·LG·KCC·SBS·나이츠는 해외에서, 동양·모비스·빅스·코리아텐더·삼보는 국내에서 강도높은 체력훈련을 실시했다.

필자도 현역 시절 체력훈련을 실시하였다. 체력훈련으로 악명(?) 높은 고려대 4학년(84년)시절의 일이다. 그해는 유난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 하계 체력캠프가 제주도로 정해졌다. 선수들은 8월의 무더위를 어깨에 짊어지고 제주도로 향했고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더운 공기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선수들은 짐을 풀자마자 체력훈련에 돌입했다. 체력훈련은 새벽, 오전, 오후로 이어졌고 날이 갈수록 선수들의 몸은 늘어졌다. 고참 선수들은 그래도 경험을 살려 요령을 부리지만 저학년인 1학년들은 최선을 다하다가 탈진 상태까지 이르기 일쑤였고, 그래서 도망의 유혹을 받곤 했다.

어느날 오후 운동을 하려고 모였는데 1학년 L 선수가 안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직감으로 팀 이탈을 감지했고 룸메이트에게 빨리 방으로 가서 L의 사복이 있는가 알아보라고 했는데 역시 예감대로 옷은 없었다.

고참들은 감독에게 보고하고 운동을 시작했고 운동이 끝난 뒤 숙소로 돌아오는데 우리의 눈을 의심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L이 숙소에 있는 것이다.

L은 감독에게 한 소리 듣고서 방으로 올라왔다. 주장이었던 필자도 미수로 그친 탈출 이야기를 물어 보았다. L은 섬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고 했다. 탈출(?)하자마자 공항으로 달려갔으나 공항에서 비행기표를 구할 수가 없었고 할 수 없이 공항을 배회하다 이곳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돌아 왔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체력훈련은 견디기 힘든 과정이다. 물론 아주 중요한 훈련이다. 체력에 일가견이 있는 이충희, 임정명 등 내로라 하는 선수들도 이탈자 명단에 한번씩은 끼였다.

1라운드가 늘어난 프로농구에서도 가장 큰 재산은 물론 체력이다. 종반전으로 향하는 정규 리그에서 체력이 강한 팀은 분명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정재섭 기업은행 서소문 지점Fine L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