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뒤안길>심판, 코트의 왕따

프로농구 시즌이 되면 패한 팀의 술 안주가 되는 농구인들이 있다. 바로 프로농구 심판들이다. 그들은 농구관계자 및 농구팬들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곤 한다.

한 농구 관계자는 “선수들은 9번의 실수를 1번의 찬스에서 만회할 수 있지만, 심판은 1번의 실수로 9번의 공을 날려버린다”고 말하곤 했다. 선수는 승리할수록 팬이 많아지지만 심판은 경기에 많이 나갈수록 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심할 경우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이기면 내 덕이고, 지면 심판 탓이라는 잘못된 분위기가 농구계에 자리잡고 있다. 심판이 신이 아닌 이상 잘못된 판정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모든 팀이 인정하고 있으나, 각팀은 오심에 의한 자기 팀의 패배는 용납하지 않으려고 한다.

심판들도 할 말은 많다. 그러나 그들이 하소연할 곳은 한국농구연맹(KBL) 심판회의를 제외하고는 없다.

심판은 고독한 직업이다. 그날의 경기를 위하여 새벽열차와 야간열차를 타고 동서남북으로 뛰어다닌다. 좋은 판정의 위치를 잡으려다 넘어지기도 하고 심지어 후배 선수와 선배 농구감독들로부터 심한 욕설까지 들을 때도 있다.

프로농구 출범 당시 KBL은 전임 심판제를 도입했다. 젊고 참신한 인재를 선발, 연봉제로 계약하며 신분을 보장했다. 지금 일부 경기에서 오심이 나오고 있으나 출범 당시부터 참여한 10여명의 심판은 상당한 자질을 쌓았고, 그들의 소신 판정은 인정을 받고 있다.

이제 판정의 기술적인 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심판들이 경기의 주도권을 잡으며 감독과 선수를 리드해 나갈 수 있도록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시기가 됐다.

/정재섭기업은행 성수2가지점 RM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