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뒤안길>올시즌 ‘토종 활약’ 빛났다

지난 19일 프로농구가 5개월간의 긴 여정을 끝냈고 종착지인 ‘챔피언 항구’에는 동양이 화려하게 입항했다. 동양의 우승은 꼴찌의 반란으로 표현됐다. 지난 시즌 꼴찌에서 정상으로 치달은 동양의 우승은 프로농구 최고의 뉴스 거리가 분명하다.

우리는 이번 시즌을 통해 더욱 값진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외국자본이 우리 금융시장을 잠식하며 한국경제를 통째로 점령하려는 것처럼 우리 프로농구 시장에서도 외국선수의 의존도는 심각하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외국선수 보다 토종의 활약이 두드러진 팀들이 4강전까지 진출했다. KCC 및 SK 나이츠는 토종들이 주축인 팀으로 변신했고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이번 챔피언 결정전을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를 떠올릴 정도의 명승부로 연출한 주인공은 용병이 아니라 SK 나이츠의 조상현이다.

그가 보여준 챔피언 결정 4차전과 5차전의 마지막 3점슛은 그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겼고, 더불어 농구팬들에게는 오랫동안 기억될 명장면으로 남을 것 같다. 만약 로데닉 하니발이 부상없이 챔피언 결정전에 참가했더라면 조상현의 극적인 3점슛이 연출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한국농구연맹(KBL)과 각 구단들은 토종이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때 팬들이 더욱 환호하고 농구에 애착을 갖는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용병의 기량이 토종들보다 좋지만 용병 위주의 팀 플레이에는 한계가 있으며 따라서 토종들의 활용도를 더욱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토종의 잠재력을 극대화한 KCC와 SK 나이츠는 또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글 정재섭 기업은행 성수2가지점 RM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