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반드시 잔디구장에서 치러야 할까. 국제축구연맹(FIFA)은 2002월드컵 규정에서 “원칙적으로 모든 월드컵 경기는 천연잔디에서만 치를 수 있다”고 못박았다. 불가피할 경우 인조잔디구장에서 할 수는 있지만 이는 예선에 한해서다.
잔디 길이, 바닥, 흙의 종류에 대한 FIFA 규정은 없지만 이 또한 경기내용에 영향을 준다. 잔디가 긴 남미의 경우 공이 덜 튀고 스피드가 빠르지 않아 개인기 발휘가 용이한 편이고, 유럽은 푹신한 잔디 경기장이 많아 체력소모가 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미를 ‘기술축구’, 유럽을 ‘힘의 축구’로 표현하는 말도 잔디의 특성과 무관치 않다. 국내 월드컵 경기장의 경우 제니스(개량국산잔디)나 개량 양잔디인 켄터키블루그래스와 퍼레니얼그래스를 깔았고 잔디길이는 공이 가장 안정적으로 구른다는 2~3㎝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월드컵 경기장 잔디의 다른 특징은 잔디를 보면 짙은 초록색과 연두색이 교차하며 줄무늬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잔디를 깎는 방향에 따라 색깔이 달라 보이기 때문. 이렇게 깎는 것은 보기에도 좋을 뿐더러 심판들의 오프사이드 판정에 도움을 주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또 TV나 관중석에서 그라운드를 보면 평평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하프라인의 센터서클이 바깥쪽보다 20~25㎝가 높은 완만한 경사면을 이루고 있다. 물론 물이 잘 빠지게 하기 위한 것으로 경기에는 지장이 없다.
/최명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