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에 올라야 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이젠 4강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114 교환원의 멘트다.

길거리 응원의 명소가 된 광화문 사거리의 빌딩 벽에도 온통 ‘4강’구호다. 가슴이 뿌듯하다못해 뻐근하다. 8강을 확정짓던 18일 대전에서의 한국-이탈리아전은 지금도 꿈이 아닌가 싶은데…. 이제는 모두가 한국의 4강, 나아가 결승진출을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못할 것도 없다. 우리 대표선수들이 포르투갈, 이탈리아를 상대했을 때만큼만 한다면 스페인도 보낼 수 있다.

기자는 한국대표팀이 결승진출은 몰라도 이번 스페인전만큼은 꼭 해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왕에 8강에까지 오른 한국축구가 좀 더 욕심을 내야 하는 이유가 있다.

▲2002한·일 월드컵축구대회의 대성공

한국이 22일 스페인전에서 승리하고 4강에 오르기만 하면 결승진출에 관계없이 두 경기를 더 치르게 된다. 준결승전과 3, 4위전이다. 이럴 경우 한국의 월드컵 열기를 대회 마지막까지 전세계인에 노출시키게 되는 것.

▲이탈리아인에게 한국축구를 다시 보여줘야 한다.

16강전에서 한국에 패한 이탈리아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기 반성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지만 ‘심판 판정 문제’를 거론하는가 하면 페루자에서 활동했던 안정환에 대해 구단주가 인종차별성 발언을 하는 등 유치한 반응을 보였다. 물론 세계 언론들은 이 같은 이탈리아의 태도에 ‘구차하고 편협한 변명’으로 일축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스페인전을 통해 이탈리아가 한국에 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아시아 축구를 대변해야 한다.

이제까지 유럽과 남아메리카 팀을 제외한 다른 대륙 팀 가운데 4강에 오른 팀은 거의 없었다. 1930년 1회 우루과이대회에서 미국이 얼떨결에 4강에 오르기는 했지만 준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에 1-6으로 대패하고 말았다. 90년 이탈리아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아프리카의 카메룬도 8강에서 그쳤다.

따라서 이번에 한국이 스페인을 꺾으면 유럽과 남미를 제외한 대륙의 국가로는 실질적으로 최초의 4강팀이 되는 것이다. 현재 아시아대륙에는 실질적으로 본선 티켓이 3장밖에 할당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위해서도 한국이 4강에 들어야 하는 이유다.

▲스페인과의 구원(舊怨)관계다.

90년 이탈리아대회 조별리그전 2번째 경기를 앞두고 한국은 당시 스페인의 루이스 수아레스 감독에게서 치욕적인 말을 들었다. 한국전을 앞두고 작전을 묻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그는 “우루과이전에 출전했었던 11명을 그대로 들여보내면 된다”고 말한 것이다. 작전이고 뭐고 주전선수 11명을 그라운드에 집어넣으면 이길 수 있다는, 한국을 완전 무시한 말이었다. 결국 그 경기에서 한국은 스페인의 미첼에게 해트트릭을 당하며 황보관의 골로 겨우 영패를 모면했다.

/박광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