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실존인물들은 지금...

곽경택 감독은 본보와의 인터뷰(14일자)에서 “‘챔피언’은 김득구 전기영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득구 개인의 영웅담보다는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상처와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챔피언’ 개봉을 앞두고 영화 속 실존인물들의 20년후 근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시선이 쏠리는 인물은 역시 김선수의 약혼녀와 성년이 된 유복자 아들. 하지만 곽감독은 두 사람의 신상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다. ‘친구’ 당시 곽감독의 친구인 주인공이 교도소까지 찾아온 기자들때문에 심한 마음고생을 했던 일을 김선수 가족이 경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약혼녀의 이름을 실명 대신 ‘경미’로 바꿔버린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곽감독은 24일 “아직도 영화를 부담스러워하는 유족을 시사회 등 공식행사에 초청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면서 “지나친 관심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선수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을 비관해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논두렁에 앉아 아들의 권투글러브를 태우는 모습만 등장한다. 김득구 선수의 죽음으로 심적 고통을 겪었던 맨시니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신의 영화프로덕션을 운영하며 배우 겸 제작자로 활동 중이다.

김득구의 스승 격이었던 김현치 동아체육관 관장은 도장을 처분한 이후 권투프로모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김득구와 동고동락했던 박종팔 전 국제복싱연맹(IBF) 세계 미들급 챔피언은 최근 새로운 권투도장을 열고 후진양성 중이다. 김현치 전 관장은 인터뷰에서 “득구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한 네가 자랑스럽고, 무척 보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김득구와 가장 절친했던 이상봉은 권투선수생활을 청산하고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했다. 한때 국내 최고의 권투산실이었던 동아체육관은 김선수의 죽음 이후 복싱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줄어들면서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