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없는 한국을 위하여-형평잃은 과세체계>③지방세

“서울에 산다고 다 같은 서울사람인가요.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진짜 서울특별시민이고, 우리같은 강북 지역 주민들이야 보통시민 아닙니까.”

올해 네살배기 아들을 둔 주부 김모(34·서울 도봉구)씨는 이사여부를 놓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포기했다. 자녀교육여건이나 생활환경이 좋은 강남으로 이사하고 싶어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으나 엄청나게 오른 강남지역 아파트값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서울에서도 강남·북이 마치 다른 도시처럼 돼버린 상황을 나중에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무척 신경 쓰인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서울과 지방, 또는 같은 대도시 내에서의 지방자치단체간 불균형 발전은 국민에게 또다른 차별감을 심어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주민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피해의식까지 고려하면 지역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만 보더라도 재정이 튼튼한 자치구와 그렇지 못한 자치구간 격차는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부자 구청’과 ‘가난한 구청’의 격차는 각 자치구가 거둬들이는 세수 차이에서 비롯된다．특히 이 가운데 구세(區稅)인 종합토지세는 자치구의 세수구조에서 40~50%를 차지할만큼 비중이 커 자치구간 불균형을 불러온 ‘주범’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가 벌어들인 종토세 수입은 무려 835억여원. 수입이 가장 적었던 도봉구의 67억여원과 비교하면 12배이상 차이가 난다. 상업지역이 밀집한 중구에서도 지난해 종토세 수입은 489억이 넘었으며 강남지역에서는 서초구가 428억여원，송파구가 322억여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상업지역이 별로 없는 강북구(80억), 중랑구(79억) 등 몇몇 자치구의 실적은 크게 처진다.

종토세는 자치구내 상업지역의 면적과 비례하기 때문에 땅값이 비싼 강남지역의 종토세 수입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각 구청에서는 상업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내 역세권 개발등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지만 이마저도 단시일내에 달성하기는 힘든다.

종토세에서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는 현 조세구조에서는 각 구청의 재정자립이나 예산 확충은 기대하기 힘든다. 실제로 서울 각 자치구의 예산편차도 무척 크다. 올해 강남구의 총예산은 2908억원인 반면 도봉구는 1122억원으로 절반에도 못미친다. 서울시내 각 구청의 재정자립도에서도 강남·서초구 등 일부 지역만 80~90%대를 유지하고 있을 뿐, 은평·강북·중랑구 등은 30%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재정으로는 직원들의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할 정도”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이같은 불균형 현상은 매년 시에서 산출하는 ‘기준재정수요충족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자치구가 벌어들이는 기본수입에서 구내 기본사업에 필요한 돈을 나눈 수치로 자치구가 얼마나 기본재정이 충실한지 판단하는 자료가 된다. 올해 조사에서는 강남구가 211.7%로 가장 높았다. 강남구를 포함해 100%를 넘긴 구청은 중구(152.7%)와 서초구(119.4%) 등 3개구뿐이다. 1위인 강남구와 비교하면 강북구(31.1%), 은평구(33.3%)는 그 격차가 7배에 달한다.

세수 차이는 주민들의 복지와 직결된다. 세수가 많은 자치구는 주민들을 위해 각종 혜택을 다 주지만 그렇지 못한 자치구는 환경개선이나 사회·복지시설의 확충에 투자할 여윳돈이 없다. 이미 강남지역은 ‘강남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혜택을 보며 성장했다. 그러나 강북은 개발의 여력을 잃은채 제자리 걸음이다.

시에서 재정자립이 미진한 구청에 사업비나 특별교부비 형식으로 자금을 배려해 주지만 강남·북의 격차를 줄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도 “현재로선 이같은 지역별 격차를 획기적으로 바꿀 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치구의 지방세 수입구조 조정을 통한 방안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정훈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업지역이 많은 강남에서 나오는 종토세는 서울시가 그간 집중적으로 강남을 개발한 결과물이란 점에서 강남주민만의 몫으로 돌아가게 해서는 안된다”며 “이 지역에서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비거주자의 종토세분은 시 몫으로 돌려 각 자치구가 개발재원을 확보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연곤기자 kyg@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