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한국영화 ‘꿈’을 향한 질주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비록 경쟁부문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마켓시사를 통해 화제작으로 떠오른 작품이 한편 있다. 바로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세계 각국 영화수입업자들의 눈은 하나같이 너무 울어서 빨개져 있었다. 몇몇 수입업자들 사이에서는 “칸영화제 조직위가 경쟁부문에 이 영화를 놓친 것은 올해 최대의 실수”란 말까지 나왔다.

‘집으로…’에 대한 해외의 좋은 반응은 지난달 열린 캐나다 토론토 영화제에서도 다시한번 확인됐다. 두차례의 관객시사 후 이감독은 현지 관객들의 사인공세에 시달려야 했으며, 하루에도 8~9차례 언론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토론토영화제에서 ‘집으로…’에 쏠린 열광적인 반응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개봉을 앞두고 흥행의 파란불이 켜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집으로…’의 미국내 배급사는 미국 굴지의 배급사 중 하나인 파라마운트 클래식. 그동안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춘향뎐’등 몇편의 한국 영화가 미국에 정식 배급된 적이 있긴 하지만, ‘집으로…’처럼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주무르는 대형배급사가 붙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 영화의 제작사인 튜브픽쳐스는 아카데미영화상 출품은 물론 수상까지 은근히 바라보고 있다. 알려진대로 아카데미상은 치열한 홍보마케팅의 전쟁터인만큼, 파라마운트가 ‘집으로…’에 전력을 기울인다면 수상을 노려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영화의 또다른 청신호의 주인공은 영화배우 박중훈. ‘필라델피아’ ‘양들의 침묵’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조너선 드미 감독의 ‘찰리에 관한 진실’에 출연한 그는 요즘 10월11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니 국내 영화계가 이날을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지난 20여년동안 한국 관객이 사랑해온 영화배우 박중훈이 지난 2년간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이 작품이 드디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세계 첫 시사회(미국 개봉일은 10월25일)를 갖기 때문이다. 세계각국 유명스타의 기자회견에 여러 차례 참석해본 기자로서, 한국 배우가 해리슨 포드, 마크 월버그, 탠디 뉴튼과 나란히 단상에 올라 전세계 기자들을 상대로 인터뷰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턱시도’시사회에서 주인공 성룡을 만나고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성룡이 미국에서 그렇게 인기있는 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나이50을 바라보는 홍콩배우가 할리우드를 제패했듯,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스타배우가 한명쯤은 태어날 때도 된 것이 아닐까.

요즘 영화계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 대작영화의 잇따른 흥행실패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 97년 ‘쉬리’의 대성공 이후 5년 연속 성장세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하향곡선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한국영화 이젠 볼만하다” 는 관객의 인식이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 역시 볼 것 없다”는 쪽으로 돌아선 징후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런 와중에 ‘집으로…’와 박중훈을 통해 한국영화의 희망을 본다. 한국영화가 무너지고 있다고(?) 하지만 꿈★은 이뤄진다.
오애리기자/aeri@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