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X파일>개그맨 엄용수는 ‘재혼 주례 전문’ 초혼이어 한사람 두번 서준 인연도

3명 가운데 1명꼴로 이혼하는 우리시대 재혼자 비율이 늘어나면서 재혼자 주례와 사회를 전문으로 하는 직업이 등장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해 코미디협회 회장 감투를 쓴 개그스타 엄용수. 그는 최근 결혼식 주례와 사회 보는 일을 부업으로 하면서 직접 겪은, 변화하는 결혼풍속도가 낳은 웃지못할 ‘도둑 결혼식’ 해프닝을 소개했다.

“가짜 하객들이 초대된 예식장에서 결혼사회를 보았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하지만 이건 허풍이 아닙니다. 하객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엑스트라였고 신랑 아버지와 어머니도 진짜 부모가 아니었어요. 게다가 신랑 친구들까지 엑스트라로 채워진 걸 모른 채 결혼식 사회를 해주었으니, 이거 참 알다가도 모를 세상입니다.”

엄용수는 “‘도둑(?) 장가’를 가는 신랑을 위해 사회를 해준 건 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는 하객들이 가짜라는 사실을 식이 끝나고서야 눈치챘다. “신랑이 입장할 때 박수를 쳐달라는 말도 안했는데, 마치 군중행사에 동원된 북한 인민들처럼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치는 게 뭔가 이상하다는 예감이 들긴 했어요. 그날 사회를 부탁한 사람이 충무로에서 엑스트라를 동원하는 회사 간부라 예식이 끝난뒤 식사하면서 궁금증을 물어보았죠.” 엄용수는 자초지종을 다 듣고나서 너무 황당한 나머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하객들이 축의금이 든 하얀 봉투를 내고 의젓하게 방명록에 서명하는 것까지 보았는데, 그것조차 동원 책임자가 꾸민 연극이라는 게 아닌가. “가족사진을 찍을 때 신랑 부모들이 천연덕스럽게 사진을 찍더라고요. 그러니 나는 물론이고 신부측도 감쪽같이 속고 말았죠.”

요즘 KBS TV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 토크프로에 출연중인 엄용수는 예전처럼 고정으로 나오는 개그프로는 없지만 수입이 줄지는 않았다고 한다. 밤업소나 이벤트(결혼식, 환갑 등 각종 피로연 MC)쪽의 일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무나 하기 힘든 그만의 전문 영역이 따로 있다. “개런티가 비싸지만 꼭 엄용수를 써야만 하는 분야가 있어요. 거창한 건 아니고 재혼하는 부부를 위한 주례와 MC쪽이에요.” 본인이 두 번 이혼의 아픔을 갖고 있지만 재혼자의 주례와 사회를 재미있게 진행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엄용수. 그는 “우리나라 이혼율이 40%로 세계 3위를 차지하는데, 앞으로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평생 부업이 될지 모르겠다”며 익살을 떨었다. 이혼하는 부부가 많을수록 그가 설 예식장의 주례와 MC 무대도 그만큼 넓어진다는 얘기다.

달라진 결혼풍속도가 낳은 에피소드 하나. 그는 여섯 번째 결혼하는 신랑의 사회를 봐준 경험도 있다. “어느 결혼식장에 사회를 보러 갔는데 신랑 얼굴이 낯익었어요. 그가 먼저 아는 척하면서 ‘재혼하는 거예요. 초혼 때도 사회를 해주셨잖아요’하고 귓엣말로 속삭여 놀랐습니다.” 재력 있는 일본인들이 서울까지 와서 재혼하는 예식에 초대되기도 한다는 그는 “이런 경우는 대부분 가족들만 참석하는 자리라 주례 겸 사회를 함께해줘 개런티도 곱절이 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예식장의 다혼(多婚) 주례 기록에 도전해 보겠다”고 큰소리 치는 그에게 혹시 가정을 언제 다시 꾸밀 것인지 넌지시 물어보았다. “이혼의 상처가 아물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엄용수는 정작 자신의 앞날을 묻는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신일하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