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미소’에 ‘통일향기’솔솔

北 응원부단장 김 현 희

폐막을 앞둔 대구 유니버시아드에서 화제의 중심인 북한 응원단 중 ‘통일의 향기’란 별명을 얻은 여대생이 있다. 뛰어난 춤 솜씨, 훤칠한 키와 귀여운 미소로 인기몰이를 한 응원부단장 김현희(22·사진)씨가 그 주인공.

29일 저녁 대구사랑모임(공동대표 정동영)이 개최한 민족화해와 평화를 위한 남북공동연회에서 만난 김씨는 “남북이 하나되어 응원을 했지만 우리 남자배구선수들이 아깝게 진 경기가 많아 안타까웠다”며 “그래도 우리가 성심껏 응원한 남측 배구선수들이 미국을 이겼을 때는 너무 기뻤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미 그녀의 인터넷 팬클럽(cafe.daum.net/nkartist)에는 400명에 달하는 회원이 가입했고, 22일 북한과 우크라이나의 남자 배구경기가 열린 대구체육관에는 ‘현희씨~’라는 글자가 새겨진 대형사진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팬클럽이 뭔지 잘 모르지만 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부끄럽다”며 얼굴을 붉혔다. 행사장에서 건배제의가 있자 그녀는 사이다를 컵에 부으며 “북조선에선 여자가, 특히 여대생이 술을 먹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평양경공업대학 식료공학부 발효공학과 5학년인 김씨는 “학교에서 김치나 된장 등 조선의 전통발효식품을 개량, 발전시키는 자랑스러운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전공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무용을 잘하느냐는 질문에 “민족의 뜨거운 통일열기가 온 몸으로 전해지니 절로 춤사위가 나왔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그러나 쾌활하게 답변하던 그녀도 이념문제에선 꼿꼿했다. 보수단체와 북측기자들의 충돌로 3일간 응원을 중단했을 때 그는 “대부분의 남측사람들이 우릴 환영하는 데 몇몇의 사람들이 우리 지도자를 모욕한 것이 울화통이 치밀었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기 힘들었다”며 “김정일 장군님은 하느님 같은 분이라 심장에 모셔야 한다”고 달라진 얼굴로 말했다.

김씨는 남측사람들에게 남길 메시지를 써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통일! 통일을 목마르게 진심으로 바라고 바랍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대구〓우승현기자 noyoma@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