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때 철봉서 떨어져 ‘액땜’

男기계체조 사상 첫 2관왕 양태영

29일 오후 대구 계명대 체육관에서 벌어진 2003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남자 기계체조 개인종합 결승전. 중반 이후 선두로 올라선 양태영(23·경북체육회·사진)은 마지막 관문 철봉을 앞두고 있었다.

양태영은 자신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일본의 요시무라 유키, 카자흐스탄의 예르나르 예림베톤 등 A조 선수들과 함께 체육관내 철봉 쪽으로 이동했다. 경기 시작전 3분간의 연습시간이 주어졌다.

바로 이 순간.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흥겹게 응원을 하던 관중들의 시선이 일제히 철봉쪽으로 모아졌다. 연습을 하던 양태영이 철봉에서 떨어져 매트위에 고꾸라진 것. 양태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훌훌 털고 일어났으나 ‘혹시나’ 하는 한줄기 불길한 예감이 관중석을 스쳐갔다.

드디어 철봉 경기가 시작됐다. 동료인 이선성(23·수원시청)의 뒤를 이어 두번째로 등장한 양태영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그러나 경기 내내 양태영의 모습은 한 치의 흐뜨러짐도 없었다. 관중은 양태영의 동작 하나하나에 숨을 죽이거나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섬세하게 반응했다.

양태영이 공중에서 3바퀴를 돌면서 침착하게 착지하자 관중들은 체육관이 떠나갈 듯이 박수를 보냈다. 9.6점. 또 한차례 박수가 터져나왔다. 예림베톤과 요시무라의 철봉 경기가 이어졌다. 실수없이 매끈한 경기를 보여줬지만 양태영의 자로 잰듯한 연기보다는 확실히 격이 떨어졌다.

우승이 확정되자 표정없던 양태영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국제대회 사상 첫번째 남자 기계체조 2관왕이 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98년부터 국내의 각종 대회를 휩쓸었지만 국제대회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양태영으로서는 국제대회에서도 당당히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감격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유회경기자 yo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