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쯔 김성은의 러브 킥>솔직하면 ‘쿨’ 한 멋 저절로

요즘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에서 맹활약 중인 주인공들을 보면 온통 ‘쿨~’ 한 캐릭터들 일색이다. 징징대거나 매달리지 않고, 미련 따윈 평생 입력한 적도 없는 듯 행동하며, 그 어떤 경우에도 당당하고 근사하다. 그 모습은 마치, 오픈카로 신나게 바람 맞으며 드라이브했는데도 내릴 때 보면 헤어스타일이 감쪽같은 사람들을 보는 것처럼 경이롭다.

그들은 ‘싱글’일 때도, ‘더블’일 때도, ‘트리플’ 혹은 그 이상일 때도 ‘나는 나, 그 무엇과도 동화되지 않아’를 슬로건으로 내건다. 각각의 감정은 몽땅 빳빳한 새 지폐처럼 오갈 뿐이다.

꾸깃하게 손때 찌든 관계란 더 이상 ‘페어플레이’로 취급받지도 못하는 세상? 그렇다. 이제 ‘쿨하다’는 건 막강한 트렌드 그 이상! 당신도 당장 변해야 한다. 그래야 뒤떨어지지 않는다.

한데, 한데, 한데, 정말 그럴까? 우리 현실의 온도계가 정말 그토록 ‘쿨~’한 수치에 맞춰져 있는 걸까? 내가 정말 이 시대에 딱 맞는, 적당히 쿨하고 깔끔한 인간형이 ‘아니’라는 게 사실일까? 그렇담 대체 그 근거가 뭐지…? 문득 심각한 의문에 줄줄이 사로잡힌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면 그건, 그건, 그건, 최소한 그게 전부인 것만은, 아닌 것 같으니까. 대중문화나 인터넷 같은 ‘가상현실’ 속 인물들은 수단도 좋게 자신들의 ‘쿨 이데올로기’를 떠들어대지만, 정작 ‘내 가슴’은 딴 말을 하고 있으니까. 때론 ‘구리구리하고 진득하고 미련퉁이 같은’ 사랑도 고집하고 엉뚱한 액션도 취하곤 하니까.

그렇다면 대체 이 ‘시리도록 엄청난 간극’은 어떻게 해석해줘야 하는 건데? 즉시 안테나를 작동시켜본 결과, 아직도 많은 수의 사람이 실은 ‘쿨~’ 레벨 근처에도 가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안심하길, 토닥토닥). 그들은 그저 ‘쿨한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상상하며, 조금씩 그 그림을 닮으려 흉내만 내고 있었을 뿐이다. 바람 맞아 보기좋게 헝클어진 헤어스타일을 마음껏 과시하면서, 핫핫.

우리는 어느새 ‘쿨한 사람’ 강박관념에 너무 깊이 빠져버린 건지도 모른다. 독감처럼, 습관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그저 쿨(cool)~쿨(cool)~’만 외쳐대는 이상한 캔디처럼. 그건 ‘좋은 사람’ 콤플렉스만큼이나 그 폐해가 지독하다고 하던데?

이젠 그 불편한 자물쇠를 적당히 풀어주는 게 어떨까. 소박한 자신감과 시원한 솔직함만 있으면, 열쇠는 절로 따라붙는다는 소식! 우선 ‘쿨하지 못한(남들이야 뭐라건!)’ 내 기질을 인정하자. ‘막걸리처럼 걸쭉한’ 습성도 기꺼이 내보이자. 스타일로만 근사하게 보여지는, CF처럼 깔끔한 인생콘티는 그저 맛보기용 팬터지일 뿐! 팬터지는 그냥 그 영역에서만 놀게 냅두자. 그리고 이젠 진짜 내 인생을 살자. (어때, 나 쿨~ 했어? 히힛.)

/ 위쯔(마음스타일리스트 morpeus@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