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쯔 김성은의 러브 킥>‘부적절한 새것’ 찾기보다 ‘시치미 오르가슴’ 게임을

인간들의 “더, 더, 더, 좀더 강한 걸 내게 줘. 이걸로는 충분치 않아~”라며 손 내미는 본성은 종종 나이도 잊게 만든다. 중년 이후 연령대에도 왕성한 ‘작업’해프닝이 끊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

한데 문제는 이 모든 ‘새 것 욕망’들을 어떻게 해소하느냐 하는 점이다. 지금은 ‘무엇을 원하느냐’보다는 이를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미 자신의 욕망을 발설하는 일에는 다들 이력이 나버렸으니.

느끼는 대로 족족 부적절한 상대들과 ‘딴짓’해서 풀어내자니 어쩐지 운치가 없다. 마음으로 원할 때나 즐겁지, 막상 몸과 몸을 맞대고 오만 가지 상상을 현실로 가져가봐야 느물거리는 버터처럼 허무해질 뿐. 화가 살바도르 달리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연인과의 섹스는 황홀하다. 그러나 내겐 역시, 마음과 눈으로 하는 섹스가 가장 자극적이다.”

먼저 상대를 고른다. 섹스에 대해 자연스럽게 반응하되 느끼하지는 않은(다른 말로 깔끔한) 이성 상대를 호출한다. 자, 이제 당신은 그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천연덕스러운 게임’을 시작하는 거다. 일명 ‘시치미 오르가슴’ 게임.

함께 세상만사 걱정, 기대, 희망 등등에 대해 한두 시간쯤 지칠 만큼 떠들다가, 맥주 한 캔 가볍게 따듯 섹스 이야기를 시작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처음부터 본론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이 코스를 밟는 게 더 짜릿하다. 은근한 속도감과 타이밍을 유지하는 게 관건.

“난 애무보다는 삽입이 더 좋더라. 키스와 포옹 따위는 간지럽다는 이야기야.”

“그래? 그럼 내가 딱 맞겠네.(찡긋 1) 나 이래봬도 상대의 느낌을 철저히 존중하고, 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100% 서비스맨’이거든. 내 능력에 자신 있어.”

“멋져. ‘서비스 시간’은 어느 정도?”

“느낌에 몰입하다보면 두어 시간도 거뜬해. 그녀들도 모두 열광적 증명해봐?”(찡긋 2)

두 사람은 어느새 함께 뒤엉키기라도 하듯 즐거운 상상에 꿀꺽꿀꺽 빠져든다. 둘 다 표정은 심히(^..^) 담백하고 말투나 용어도 꽤나 진솔한데? 멀리서 보면 마치 “오늘 출근길이 어땠느니”, “점심 때 먹은 이 메뉴 죽이던데”하고 떠들어대는 줄로만 알 거다. 히힛.

그렇게 한 시간쯤 떠들어주곤 미련없이 일어선다.

“잘 가. 덕분에 즐거웠어.”

“그래, 너도 멋졌어.”

아함, 개운해….‘날 흥분시키는 부적절한 상대’와 밤새 질펀히 섹스했던들 이 정도로 흐뭇할 수 있었겠냐고. 그러고보니 영화 ‘스캔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노련한 두 남녀가 손끝 하나 안 대고 은밀히 서로를 밀고 당기던 그 장면. 직접 경험하지 않곤 그 짜릿한 묘미를 알지 못하리. 안 믿긴다구? 으흠.

위쯔(마음 스타일리스트 morpeus@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