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평론 심사평]문제에 대한 집중력 돋보여

총 27편의 응모작을 읽으며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대부분의 응모작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는 점이었다. 대상이 되는 텍스트를 선택하고 분석함에 있어 나름의 안목과 표현력을 아울러 갖춘 작품들이 많았다. 응모작들이 지니고 있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지루하다는 것이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왜 쓰는지에 대한 분명한 문제의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문학평론이라는 제도적 글쓰기에 지나치게 안이하게 편승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당연한 말이지만, 문학평론도 그 자체로 독립해있는 한편의 글이고, 그런 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쓸 것인지의 문제다. 게다가 신춘문예는 주제의 제한이 없다. 그럼에도 다수의 응모작들이 자기가 선택한 대상에 대한 분명한 문제의식 없이, 단순히 텍스트의 논리만을 좇아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무엇을 쓸 것인가, 그것은 과연 쓸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한경희씨의 ‘결핍의 몸과 생(명)언어’, 유한규씨의 ‘홀림, 이야기의 원본과 확장’, 전병준씨의 ‘길의 안과 밖, 시의 안과 밖’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상당한 분석력과 표현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왜 이 글이 씌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주제의식이 부족해 아쉬웠다. 박영만씨의 ‘상처받은 주체의 치유, ‘몸’과 ‘세계’의 이중억압을 넘어서’와 임준서씨의 ‘별빛을 벼리는 대장간의 푸른 불꽃’이 마지막까지 검토 대상이 되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분명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둘 모두, 김혜순과 정호승에 대한 기왕의 독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자기 나름의 해독을 제시하고 있었다.

문제에 대한 집중력, 글의 흐름을 조율해내는 능력, 텍스트에 대한 장악력 등에서 임준서씨 쪽이 좀더 나아 보였다. 특히 임준서씨의 경우는 유연한 문장력이 돋보였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임준서씨의 손을 들어주기로 결정했다. 좋은 평론가로 활동해주기 바란다.

문학평론가 조남현·서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