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남일의 80년대 문학의 갈피를 들추며-20>‘갇힌 생활’ 작품으로 승화

얼핏 생각하면 감옥은 문학과 거리가 멀 것 같다. 그러나 의외로 감옥은 문학과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시베리아 유형으로도 모자라 처형 일보 직전에 극적으로 사면을 받은 도스토예프스키를 비롯해 세계문학사를 빛낸 쟁쟁한 문인들 속에서도 감옥을 경험한 이들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점에서만큼은 아마 한국문학사가 가장 우위에 서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80년대 한국문학사는 감옥을 떼어놓고는 도무지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문인들이 감옥을 경험했을까? 그리고 그들이 그곳에서 지낸 날들을 합하면 얼마나 될까? 자유실천문인협의회(자실)의 후신인 민족문학작가회의(작가회의) 수첩을 꺼내 한번 살펴보자.

상임고문 고은, 신경림, 송기숙, 백낙청. 네 사람 다 당연히 전과자(?)들이다. 1979년 8월 YH무역 사건으로 투옥된 바 있는 고은은 1980년 5월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어 다시금, 이번에는 저 악명높은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서 징역을 산다. 광주에 살던 송기숙이 징역과 질긴 인연을 맺는 것은 차라리 어쩔 수 없는 운명 같은 것. 문단에서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로 통하는 백낙청도 욕심이 많아(?) 1980년에 짧지만 기어코 감옥까지 체험한다. 신경림도 그해 7월 계엄법 위반 혐의로 문학평론가 구중서, 시인 조태일과 함께 종로경찰서로 연행된다.

“조태일이 밥도 주고 잠도 재워주고, 아 좋다, 가끔 들어올 만도 하네, 이러거든. 그러니까 구중서가 막 화를 내지. 그렇게 좋으면 너나 실컷 살아. 난 내일 나갈 거야. 어쭈, 자기가 원하면 당장 나갈 수 있을 것처럼 말이야.”

신경림의 유쾌한 증언이다. 후배 시인 이시영은 최근에 펴낸 시집 ‘은빛 호각’에서 그런 그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세 사람이 나란히 면회실로 나오는데 표정이 가관이었다. 조태일 시인은 허공에 연방 동그라미를 그리며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했고, 신선생은 몇올 안되는 염소 수염을 달고 서림이처럼 해해거렸고, 구선생은 약간 삐딱한 옆모습으로 서서 아이처럼 초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이틀을 더 머물다 그들은 서울구치소로 넘어갔는데 수갑이 모자라 세 사람을 한데 묶는 바람에 가운데에 낀 신선생이 그들의 큰 걸음을 따라잡느라 오리처럼 심하게 뒤뚱거렸다고 한다.”(1980년 여름 종로경찰서)

현재 작가회의 부회장인 이시영 역시 훗날 황석영의 북한 방문기를 ‘창작과비평’에 실었다는 죄목으로 안기부를 거쳐 서울구치소로 넘어갔다.

작가회의 고문단 중에서 가장 부지런히 관변단체(?)를 들락거린 이는 소설가 이호철인데, 그가 스스로 정리해서 자실 기관지에 밝힌 것만 해도 일곱 차례였다. 다만 그의 체험들은 주로 70년대에 이루어져 80년대 문인징역사를 쓰는 데에는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감옥은 당연히 고통이다. 그러나 한국 문인들은 그런 감옥의 고통을 미적으로 승화시키는 데 유난히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땅위의 모든 이들아 젊자/긴 밤 두 눈 두 눈물로/내 조국은/저 별과 나 사이의 가득찬 기쁨 아니냐/별 우러러보며 젊자/결코 욕될 수 없는/내 조국의 뜨거운 별 하나로/네 자식 내 자식의 그날을 삼자.”(고은, ‘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