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세상보기>‘자연의 삶’은 주변에 있다

자연과 멀어진 채 갈수록 팍팍해지는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떠나면 되는 것이다. 마치 절을 싫어하는 중이 절을 떠나듯. 그 중에서도 귀농은 가장 널리 알려진 도시 탈출법이다. 실제로 적지않은 이가 귀농을 결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귀농이 어디 쉬운가. 돈이 되지 않는 농사와 손에 익지 않은 농사일도 그렇거니와 아이 교육이나 문화시설 등등을 생각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게 시골살이다.

귀농처럼 삶의 틀을 근원적으로 바꾸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선택하는 방법도 없지않다. 대도시 근교에 이른바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퇴근 뒤나 주말이라도 자연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은데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렇게 소비지향적인 삶의 방식은 그대로 유지한 채, 시골로만 몰려들면 시골도 도시 못지않게 숨막히는 곳이 되리라는 것 또한 시간문제다. 지구가 오염됐다고 해서, 지구가 싫다고 해서 지구를 떠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다수 사람이 생태친화적으로 살면서도 지구 또한 살릴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도시에서 자연과 가깝게, 건강하고 활기차게 사는 것. 도시의 우리집을 자연과 가까운 건강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산다는 게 여러모로 한계투성이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생태적으로 살려면 ‘생태적 도시인’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30대 초반의 여성 환경생태 운동가인 박경화씨가 쓴 책은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매뉴얼을 모은 것이다. 대학 졸업 뒤 ‘우리농산물한생명’이란 유기농 센터에 근무하면서 생태적인 삶에 눈뜨기 시작했다는 저자는 녹색연합에서 발행하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기자로 글을 쓰며 생태적인 삶을 모색해왔다. 책은 수년동안 환경생태 운동가로 활동하며 체득한 현장경험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관심을 가졌을 법한 ‘새집 증후군에서 벗어나기’를 비롯, 환경 호르몬 해결법, 숯 활용법, 유기농산물을 먹으며 ‘무늬만 유기농’ 알아맞히기, 건강한 피부를 위한 자연화장법 등등.

책의 장점은 관심만 가지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사람이면 불가피해보이는 새집증후군의 경우, 근원적으로 없애기는 힘들지라도 최소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할 수만 있다면 집을 지을 때부터 건강에 해롭지 않은 자재를 써달라고 요구하고, 집을 지은 뒤 가능하면 충분히 환기시킨 뒤 이사하며, 새집에 들어가면서 새 가구를 마련하기보다 가능하면 쓰던 물건을 쓰고, 집안에는 방향제 대신 숯을 곳곳에 놓아두고….

책은 또한 유기농산물 먹기를 권하며, 유기농산물이 일반농산물보다 비싸기만 하다는 오해를 불식시키려 애쓴다. 유기농 자체가 관행농보다 몇배나 어려우니 농산물 하나하나는 비싼 것이 당연하지만, 생협 등에 가입할 경우 식품가격이 안정적인데다 계획구매가 가능해 반드시 비싸다고만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껍질째 먹을 수 있으니 음식쓰레기가 줄어 좋고, 건강한 것을 먹으니 약값이나 병원비를 줄여 결과적으로는 이익이다.

이렇게 책을 통해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여러 방법을 전수받다보면 방법을 넘어 보다 근원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뭔가가 있다. 숨 막히는 도시의 다그침에 쫓기며 종종걸음만 칠 것이 아니라, 더러 멈춰서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될 수 있는 한 단순하게, 소박하게 산다. ▲느리게 사는 습관을 들인다. ▲깨끗한 것보다는 건강을, 건강보다는 자연스러움을 먼저 생각한다. ▲받는 것보다는 더 많이 돌려주는 법을 생각한다. ▲새것보다는 오래쓰는 즐거움을 누린다. ▲작은 것을 볼 때도 우리 아이의 미래까지 생각한다….

책의 마지막에 적은‘생태적 도시인이 되는 10가지 약속’은 책이 단순한 노하우만이 아닌, 근원적인 삶의 자세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누군가 권정생 선생을 찾아 ‘이 어려운 시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물었더니, ‘근근이 살게나’라고 했다는 말을 소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김종락기자 j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