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업도시를 가다-2>바이엘社 ‘개발100년’ 스포츠·문화 활짝

독일 북서쪽 퀼른과 뒤셀도르프 중간에 위치한 레버쿠젠은 18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버려진 땅에 불과했다. 인근 마을에서 간혹 낚시꾼이 이곳을 찾을 뿐, 거의 폐허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곳이 바이엘그룹이 자리를 잡으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1891년부터 개발이 시작돼 주택이 들어서고, 상가와 학교, 극장이 차례로 세워지면서 도시형태를 갖추게됐다. 1863년 부퍼탈에서 작은 염료회사로 출발한 바이엘그룹은 1912년 레버쿠젠으로 완전히 이주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레버쿠젠은 바이엘그룹을 중심으로 커온 전형적인 기업도시다. 이곳 주민 16만명 가운데 2만5000명이 바이엘에 근무하고 있다. 인근 지역에도 1만8000여명의 바이엘 직원이 살고있다. 150여개국에 걸쳐있는 바이엘그룹의 전체종업원 11만5400명 가운데 37% 정도인 4만3000여명이 레버쿠젠과 그 주변에 모여살고 있는 것이다.

퀼른에서 A3 고속도로를 타고 북서쪽으로 달리다보면 레버쿠젠으로 들어서는 입구가 보인다. 레버쿠젠은 라인강변을 따라 세워진 독일의 전형적인 소도시 모습을 하고 있다. 주택단지와 테니스코트, 골프장, 시내중심가, 바이엘그룹 본사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풍경은 우리나라 포스코의 광양제철소를 연상케한다.

◈스포츠도시〓차범근 수원삼성 축구팀감독이 80년대 ‘바이엘 04 레버쿠젠’ 선수로 뛰었기 때문일까. 레버쿠젠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곳이다.

기업도시답게 레버쿠젠의 어느 곳을 가도 바이엘이란 이름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공원이름은 ‘바이엘 케미컬’ 공원이고, 축구전용경기장 명칭도 ‘바이아레나’다. 축구장 외에 농구, 아이스하키등 온갖 종류의 경기장이 있는데, 모든 경기장은 바이엘사가 지은 것이다. 바이엘은 현재 총 55개의 스포츠클럽을 직·간접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프로팀이 29개에 달하지만, 직원을 비롯해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스포츠클럽도 적지않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바이엘 후원선수와 팀이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이 55개에 달하고 클럽회원수도 5만1000명을 웃돌고 있다.

바바이엘은 왜 이렇게 스포츠클럽 지원에 많은 돈과 노력을 쏟는 것일까. 바이엘그룹내 스포츠부문을 총괄하는 마이놀프 스프링크 총단장은 “스포츠클럽은 회사와 직원, 지역주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중요한 연결수단”이라고 강조한다.

바이엘의 스포츠클럽 역사는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레버쿠젠이 스포츠의 산실로 불리지만, 바이엘의 처음 의도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스포츠클럽을 만들고자 했던 아이디어는 직원들로부터 나왔다. 새로 개발한 도시였던 레버쿠젠은 당시만 해도 여가생활을 즐길 만한게 거의 없었다. 그래서 직원들이 생각해낸 것이 스포츠클럽이었다.

경영진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1904년 7월 ‘TSV 04 레버쿠젠 컴퍼니 스포츠클럽’이 탄생하게 됐다. 회사와 연계된 스포츠클럽은 독일에서 이것이 효시였다. 스프링크 총단장은 “바이엘은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공약을 잊지않고 있으며 이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수많은 스포츠클럽을 후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문화예술 후원〓바이엘이라는 기업 때문에 도시가 생겼고, 도시는 바이엘을 중심으로 커왔지만 바이엘은 자만하지않고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바이엘AG(바이엘그룹의 지주회사)의 스테펜 쿠르자와 기업정책및 언론홍보 국제담당부장은 “기업이익의 일부는 항상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에게 환원되고 있다”고 말한다. 스포츠클럽에 대한 지원도 그 일환이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바이엘의 후원은 아주 특별하다. 그룹내에 문화부를 설립, 회사는 물론 레버쿠젠과 인근지역 문화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매년 9월에 시작해 다음해 5월까지 이어지는 문화행사기간이 대표적 사례다. 바이엘 문화부는 이 기간에 직원들과 가족, 그리고 지역주민들을 위한 방대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오케스트라 초청, 실내악및 현대음악 공연, 재즈, 코미디쇼, 뮤지컬, 독서회, 마임, 샹송 등 다양한 볼거리가 끊임없이 제공된다. 문화부문 책임자 N 케르켄라트는 “문화예술에 대한 바이엘의 지원은 지역 문화발전 차원을 넘어 독일 문화발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자신한다.

현재 바이엘 문화부는 총7만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매년 6만여장의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지난 89년 이후에는 레버쿠젠 지역을 벗어나 바이엘이 소재하고 있는 독일의 다른 지역을 비롯해 세계각국에까지 범위를 넓혔다. 이에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유럽각국, 미주대륙의 바이엘 현지법인과 연계한 각종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환경중시〓바이엘은 또 바이오 중심 기업 특성상 환경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있다. 생산공장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는 물론, 레버쿠젠에서 발생하는 생활·공업하수까지 모두 바이엘의 정화시설을 거쳐 라인강으로 내보낸다.

바이엘 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안내를 맡고있는 자네트 베버는 “공장에서 나가는 모든 하수는 미생물등을 이용한 몇단계의 정화과정을 거치도록 돼있다”며 “라인강에 최종적으로 내보내는 물은 물고기가 살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다”고 말한다. 또 폐수에서 걸러진 찌꺼기들은 핵폐기물 수준으로 밀봉돼 보관되기 때문에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전혀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바이엘 이주와 함께 시작된 레버쿠젠의 역사는 기업도시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기업을 사랑하고, 기업은 환경, 문화예술, 스포츠활동 등에 대한 후원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한다. 기업과 지역주민,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해가는 레버쿠젠은 기업도시를 준비중인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레버쿠젠〓최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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