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업도시를 가다-4>市 전체가 하나의 ‘車 생산라인’

일본 열도의 태평양 연안을 따라 일본의 3대 도시로 꼽히는 도쿄(東京)-나고야(名古屋)-와사카(大阪)가 줄지어 서 있다. 도요타자동차의 본사가 있는 도요타(豊田)시는 열도의 중앙인 나고야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도시를 둘러보면 대규모 공장과 공장이 맞닿아 있어 한눈에 기업도시임을 알 수 있다.

도요타시의 인구는 36만명. 경제활동인구 8만3000명 가운데 2만여명이 도요타자동차 직원이고, 협력업체 종사자까지 합하면 7만3800명에 달한다. 도요타자동차 본사와 공장 12개 가운데 7개가 도요타시에 밀집돼 있다. 나머지 5개 공장도 도요타시가 속해 있는 아이치현(愛知縣)에 위치해 있다. 재고를 두지 않는 도요타자동차의 생산 방식 때문에 하루에 서너번씩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은 모두 4개의 완성차 조립공장을 중심으로 포진하며 ‘자동차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한 마디로 도요타자동차를 위한 도시이고, 그래서 이름도 도요타시다.

◈발전 과정〓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아이치현은 양잠업을 중심으로 섬유산업이 발전한 도시였다. 이 곳에서 도요타자동직기를 운영하고 있던 도요타 기이치로(豊田喜郞)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자동직기 특허권을 영국업체에 양도하고 받은 100만엔의 자금으로 1938년 11월3일 도요타자동차공업을 설립했다.

기이치로가 주변의 땅을 물색한 끝에 선택한 곳은 고로모(拳母)정(町)이었다. 고로모는 황무지가 많아 토지와 노동력이 싸고, 바다와 떨어져 있어 소금 바람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당시만해도 제철 기술이 미미해 자동차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금의 피해를 막는 것이 급선무였다. 또한 고로모는 철로와도 가까웠다.

기이치로는 고로모정장에게 평당 20전씩, 6만평의 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장 부지의 매입단가는 평당 30전에 달했다. 고로모정은 대신 세제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차액을 보전해 줬다. 도요타자동차가 들어서자 1만 4000명에 불과하던 고로모정 인구는 곧바로 2만명을 돌파했다. 51년에는 고로모시(市)로 승격됐고, 이어 79년에는 도시이름이 도요타시로 바뀌었다.

2002년 기준 도요타시에 위치한 1256개의 공장 가운데 자동차 관련 공장은 417개(33.2%)에 불과하지만 제품출하액 9조 6635억엔의 95.5%가 자동차 관련 제품이다. 제품 출하액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다. 세포처럼 연결돼 있는 공장들은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만들 수 있는 완결구조를 갖추고 있다.

◈교육시설〓도요타시에는 5개의 4년제 단과대학이 있지만 도요타자동차가 설립한 도요타공업대학이 가장 유명하다. 지난 81년 공학계 단과대학으로 설립된 이 대학의 한 학년 정원은 80명에 불과하다. 현재 재학생은 학부생(382명) 석사과정(56명) 박사과정(6명)을 합해 모두 444명이고, 교수진은 52명이다. 설립 초기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선발했으나 93년부터는 고교 졸업생을 받고 있다. 현재는 고교졸업자 50명, 직장인 30명이 정원이다.

일본경제신문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108개 대학 공학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도요타공대는 교수 1인당 논문발표건수와 특허출원수에서 5위를 차지했다. 소규모 대학이지만 대학원과 연구센터를 갖추고 논문과 특허가 균형있게 나온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요타자동차가 이 대학을 설립했지만 입학전형에서 직원에 대한 특례나 가산점은 전혀 없다. 졸업생이 도요타자동차에 취직할 때도 마찬가지다. 졸업생들은 대부분 세계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되지만 도요타자동차에 취직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 대학이 강점을 가진 기계시스템, 전자정보, 물질공학 등도 자동차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분야들이다.

모리모토 가즈후미 도요타공대 기획부장은 “도요타자동차의 기술개발은 자체 내의 기술개발부와 도요타중앙연구소가 담당하고, 대학은 순수한 사회환원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대학의 연간 운영비 30억엔의 절반 정도가 도요타의 기부금으로 충당된다”고 말했다.

◈복지시설〓도요타시는 풍부한 재정을 바탕으로 거의 완벽한 체육·문화·복지시설을 갖추고 있다. 도요타시 승격 5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01년 7월 개관한 도요타스타디움은 4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구기전문구장이고, 지난해 8월 아시아 최초로 미국의 존 브람보 회사에서 만든 파이프 오르간을 설치한 도요타콘서트홀은 시민들의 자랑이다.

노무라 아케토모 도요타시 홍보과장은 “복지시설을 짓는데 도요타자동차가 직접 원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도요타자동차는 법인시민세를 성실하게 납부하고, 복지시설은 도요타시에서 건립한다”고 말했다.

다만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87년 9월 도요타기념병원을 설립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도요타 직원들만 이용했으나 지금은 외래 환자의 비율이 60%를 넘는다.

이 병원은 지난 5일 닛케이비즈니스가 동해안 지역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환자평가 부문 2위를 차지했다. 도요타자동차는 또 직원들을 위한 복지시설로 호텔과 수영장, 예식장 등의 시설을 갖춘 ‘포레스트 힐즈’도 운영하고 있다.

도요타시의 한 쇼핑센터에서 만난 가와시마 에즈코(43)는 “아버지가 도요타자동차에 다녔고, 남편이 협력업체에 근무하고 있어 도요타시에서 30년 살았다”며 “직원 가족들은 쇼핑센터나 휴양소를 이용할 때 할인 혜택을 받는다”고 말했다. 도요타(일본)〓박영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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