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업도시를 가다-7·끝>“기업환경 개선… 정부·기업·주민 힘 모을때”

문화일보는 최근 기업과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기업도시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리즈 ‘세계 기업도시를 가다’를 연재해 왔습니다. 이번 마지막회에서는 기업과 학계의 전문가를 초청해 기업도시의 필요성과 진행상황, 외국의 교훈, 주요 쟁점과 전망 등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17일 저녁 문화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전경련 이규황(57) 전무와 서강대 김경환(47) 교수가 대담을 가졌으며 사회는 문화일보 김교만 산업부차장이 맡았습니다.

사회〓기업도시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이규황 전무〓제일 중요한 이유는 투자촉진 때문이다. 현재 경제가 어려운 가장 주요한 원인은 계속되는 투자부진이다. 과거의 성장은 토지, 자본, 노동의 집중 투입으로 가능했다. 이제는 요소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요소들을 집합해서 상승(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 기업도시는 이와같은 클러스트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기업도시는 또 지역균형발전, 국토균형개발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 지방에 기업을 넣고 사람을 넣고 서비스 산업도 육성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관광이나 연구·개발(R&D)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같은 기업도시는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다. 성장 거점 도시를 만들어 해결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국토균형발전이나 건교부의 지방혁신 등도 결국에는 기업도시로 수렴되길 기대하고 있다.

사회〓외국에서는 기업도시보다는 산업클러스트 형태로 발전해 왔는데.

김경환 교수〓기업도시는 학술적인 개념이 아니다. 산업 클러스터에 대해서는 이론도 있고 연구도 많이 됐다. 클러스터란 여러 기업이 모인다는 것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기업을 위한 서비스, 노동자를 위한 여러 시설도 모이고 기업간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는 것이 클러스터의 개념이다. 외국의 경우 정부 주도로 클러스터를 만든 곳도 있고 자생적으로 생긴 곳도 있다. 기업도시란 산업 클러스터의 특수한 케이스다. 클러스터는 다수의 업종이 교류하는 형식인데 기업도시는 간판스타(기업)가 중요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공통적으로는 고급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기업도시는 클러스터에 비해 공간을 강조한다는 점이 다르다.

사회〓기업도시 건설을 위해 전경련은 물론 정부도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어디까지 왔나.

이〓지난 2월 전경련 회장이 참여하는 일자리 창출 위원회가 있었다. 그때 기업의 투자촉진, 서비스 산업의 육성, 노동시장의 유연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아이템 중의 하나로 기업도시를 육성하자는 발제가 있었다. 이어 6월에는 기업도시가 뭐고, 어떤 형태가 있으며, 개발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 국회, 지자체, 기업, 학계 인사들이 참여해 종합 토론을 했다. 그뒤 전경련은 최근 ‘기업도시개발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관계 전문가들과 협의해서 만들었다. 또 지난주에는 정부 차원에서 국무총리 주재로 관광개발을 포함한 기업도시 개발에 대한 종합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기업과 정부 사이에 입장차이가 있을텐데.

김〓지금까지는 이해가 일치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도시를 투자 활성화와 국가 균형발전의 견인차로 보고 있다. 두 가지가 양립할 수도 있고, 아닐 수 있다. 국가 균형발전을 명시적으로 추진하다 보면 기본적으로 수도권과 충청권은 배제된다고 봐야 한다. 그럼 정부의 생각은 신행정수도는 충청권으로 가니까 나머지 지방에 대해서도 성장 발판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그 방안 중 하나가 기업도시라고 보는 거다. 신행정수도 말고도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많이 이전한다. 정부는 이 기관들이 이전할 때 기업도시와 묶으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겠냐는 희망을 갖고 있다. 다만 기업도시 지원내용과 입지선정 과정에서 정부 입장이 어떻게 나타날지 두고볼 필요가 있다.

이〓기업도시는 기업과 지자체가 같이 연결돼 있다. 기업으로서는 공장이나 R&D 시설들이 어느 지역에 적합한지 선택하게 된다. 지자체도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할 것이다. 기업도시 선정은 시장논리로 결정하면 된다. 정부는 기업도시가 잘될 수 있게끔 도시개발이나 교육, 노동 시장을 기업하기 좋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

사회〓해외사례를 볼 때 기업도시는 대단히 장기적인 사업이다. 기업이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해도 기대효과를 곧바로 충족시킬 수 없는 것 아닌가.

이〓시장에 주는 심리적인 효과가 크다. 정부가 투자촉진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확인하면,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기대 심리를 심어주기 때문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기업이 도시 하나를 건설하려면 10년에서 30년이 걸린다. 그렇다해도 단계별로 투자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투자 효과가 바로 생산과 소비, 고용 창출로 연결될 것이다. 도시의 전체적인 그림을 잡고 차근차근 개발한다면 투자에 대한 기대도 있어 단기효과와 더불어 장기효과도 창출될 수 있다.

김〓기업도시는 물론 자유경제특구, 기존단지 육성 등 모두 공통분모는 기업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이 가운데 하나라도 성공해 국민들이 보기에 국가를 위해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수요를 만들어 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것은 기업도시를 만들면 기업들이 과연 지방으로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것이 성공하려면 수도권을 선호하는 기업들에 수도권이 갖지 않은 장점을 지방 기업도시에 줘야 한다. 특단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상당히 폭넓은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사회〓기업도시 추진과정에서 개발이익 귀속문제 등 다양한 특혜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김〓실제 전경련이 요구하고 있는 교육이나 의료시장 활성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은 선진국에서는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적 상황에서는 특혜가 될 수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여러 규제가 폭넓게 완화된 사회인데 우리 사회의 규제를 한번에 풀 수 없기 때문에 기업도시를 통해 하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개발권까지 꼭 줘야 하냐는 것이다. 도시개발은 공공성이 큰 데 이걸 기업에 줘야 하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입지선정이나 지원과 공공성간에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본다.

이〓특혜를 보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기업환경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규제를 풀자는 것이다. 그것을 특혜로 볼 것은 아니다. 또 기업도시의 개발이익 등은 적절하게 공공시설로 흡수하면 된다. 도시 개발권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정부나 공공단체가 일방적으로 했던 것을 이제는 전략적으로 민간에 이양하는 추세다. 도시개발권을 기업에 준다하더라도 기업도시 지정이나 개발구상에 대해서는 공공기관과 협의하게 돼 있어 공공성 확보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사회〓구체적으로 기업도시를 희망하는 기업이 얼마나 되나.

이〓법의 원칙적인 방향이 제시돼야만 기업이 최종 결정할 수 있다. 도시개발권, 토지처분 등 개발에 대한 내용과 교육·의료시설 등에 대한 내용, 노동 유연성 등을 전체적으로 봐야만 참여를 결정할 수 있다. 구체적인 정부의 입법안이 나오면 9~10월쯤 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투자대상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도 포함돼 있다. 큰 기업은 단독으로 갈 수도 있고 중소기업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함께 투자할 수도 있다.



사회〓기업도시 전망과 관련해 예상되는 어려움과 해결방안은.

이〓어려움은 제도적 장치를 만들 때 내용이 기업들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도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목적인데 기업이 ‘이 정도면 가서 투자해도 되겠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제대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두번째는 제도의 운영면에서 도시가 형성됐을 때 그 도시를 과연 어떻게 운영할까 하는 것이다. 행정적인 면에서 심각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역시 제일 큰 문제는 기대 충족이다.

김〓상충 관계는 분명히 있다. 뭐라고 해도 혜택을 많이 줬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나온다. 기업에는 정상적이지만 너무 파격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노동문제나 환경 등 여러가지 논란도 있을 수 있다. 이 때 이것을 국가적으로 추진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설득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해야 할 몫이 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왜 폭넓은 규제완화가 필요한지 설명해야 하고, 기업도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기업이 와서 자기들 이윤만 취하는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 특히 비판을 막으려고 하기 보다는 전향적으로 설득하고 실제로 모범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앞으로 기업도시를 추진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정리〓김교만·노윤정기자 baikal20@munhwa.co.kr



[토론자 2인 누구인가]

◈ 이규황 전무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1년 행정고시에 합격, 재무부와 건설부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95년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을 거쳐 2000년 전경련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전무는 건설부 토지국장 시절 토지공개념제도를 도입하고, 일산과 분당 신도시 건설을 추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기업도시 건설과 관련, “과거 정부가 추진해온 톱다운(Top down)방식이 아니라 기업 등 민간부문이 중심이 되는 보텀업(Bottom up)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경환 교수는 서강대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시라큐즈대 경제학과 조교수를 거쳐 1988년부터 서강대 경제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김 교수의 전공분야는 도시경제학과 공공경제학이며 특히 토지, 주택, 지방재정 등을 연구·강의하고 있다. 그는 “기업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폭 넓은 규제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다만 입지선정이나 기업지원과 공공성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