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서구중심 사유’ 반기… 실천적 저항

9일 타계한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 Jacques Derrida)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해체주의의 창설자(Deconstructionism Founder)’로 소개하고 있다. 그의 해체주의는 수천년간 서구중심의 사유방식에 반기를 든 것으로 그의 삶도 일체의 권위에 맞서는 실천적 저항으로 일치됐다. 가장 최근에는 독일을 대표하는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와 함께 ‘9·11’을 주제로 한 대담집 ‘테러시대의 철학’(문학과지성)을 내고 공동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1930년 7월15일 프랑스령 알제리 엘비아르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데리다는 프랑스 인문학의 산실인 고등사범학교를 거쳐 1980년 소르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소르본 대학 철학과에 재직했다. 알튀세르 등의 초청으로 1965년 모교인 고등사범학교로 자리를 옮겨 1984년까지 가르쳤으며 1983년엔 국제 철학학교를 만들어 초대 교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1981년 체코의 저항 지식인들과 모임을 연 뒤 체코 당국에 구금됐고, 이후 넬슨 만델라 구명운동과 인종차별 및 동성애자 차별 철폐운동에 참여했고 팔레스타인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아랍문제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의 철학저작은 국내 번역본도 오역에 대한 논란이 일 정도로 난해하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서유럽의 전통적 형이상학을 비판하고 그 사상의 축이 되었던 용어나 이론을 상대화시켜 새로운 사상을 구축하려 했기 때문이다. 해체의 대상이 기본적으로 사물과 말(언어), 존재와 표상(表象), 중심과 주변 등 형이상학적 사고에 의해 지탱해온 2원론의 입장을 모두 새롭게 고쳐 구축하려고 한 것이다.

그는 췌장암으로 파리의 한 병원에서 영면했다. 75세.

엄주엽기자 ejy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