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굴곡의 100년을 넘어>한국스타 잇단 진출로 스포츠교류도 질적변화

스포츠에도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인수한 일본 프로야구팀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전신 다이에 호크스)는 이승엽이 뛰고 있는 지바 롯데 마린스와 함께 내년 6월 부산·인천에서 정규리그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고 일본 스포츠지 ‘닛칸스포츠’가 보도했다. 특히 시구식에는 일본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욘사마’ 배용준과 ‘지우히메’ 최지우가 나설 것이란 보도가 이어졌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은 일본 프로구단들이 ‘욘사마&야구 관전투어’의 상품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겠지만 과거 양국간 스포츠 교류 역사를 되돌아볼 때 ‘파격’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대표적 스포츠종목인 축구, 야구가 한국과 일본에 처음 도입된 시기는 비슷하다. 축구의 경우 1866년 영국인들에 의해 처음 일본에 도입됐고, 우리나라는 고종 19년(1882년) 제물포에 상륙한 영국 군함 플라잉 피쉬호의 승무원들을 통해서였다. 또 야구가 일본에 최초로 도입된 해는 1873년, 우리나라는 미국인 선교사 질렛이 황성기숙청년회 회원들에게 처음 야구를 소개한게 1905년이었다. 이처럼 비슷한 무렵에 서양에서 들어온 스포츠였지만 조선과 일본간 국가대항전은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언제나 질 수 없는 한판 ‘전쟁’이었다. 그것은 해방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젠 일본 프로팀에 진출하는 한국선수들이 흔해졌다. 일본 프로축구리그인 J리그에 진출한 외국인 선수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 선수들이기도 하다. 그 선두 주자는 93년부터 5년간 히로시마에서 활약하다 스페인으로 진출한 노정윤과 황보관,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곽경근, 고정운, 홍명보, 박경환, 김도훈, 하석주, 황선홍, 김대의 선수 등이 진출해 한국축구의 기량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일본 프로야구계에 몸을 담았거나 지금 현역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선수도 유·무명을 통틀어 무수히 많다. 야구배트 하나를 짊어지고 건너가 20년 각고 끝에 프로선수로 성공을 이룬 백인천을 비롯해 선동열, 이상훈, 이종범 등에 이어 이승엽이 차례로 일본에 진출해 활약했다.

이를 한·일 스포츠 교류의 질적 변화라 말할 수 있을까. 오완건 OB축구회 회장은 “과거 한·일간 경기는 살벌한 감마저 들 정도였지만 이제 친화의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최근 일본 오이타 트리니타 사령탑을 맡은 황보관 신임 감독의 예를 들면서 “아직 이른 감은 있으나 실력있고 인격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일본인을 감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출 때 진정한 의미의 평등한 한·일관계가 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