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문인화로 一家… 말년에 ‘친일’ 논란도

지난달 28일 오후 3시40분 타계한 월전 장우성(1912~2005)은 시서화(詩書畵)가 어우러지는 문인화에서 일가를 이루었던 한국화단의 거목이었다. 93세.

월전은 작년 여름 노환으로 쓰러지기 전만해도 문화계 원로들과 골프회동을 즐기며 “매화꽃 필때 미술관 정자에서 술 한잔 하자”던 정정한 현역이었다.

90세이던 2001년 ‘구순전’때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배꼽티차림의 여성, 지도자의 역할을 일깨우는 버스그림 등 현대사회를 상징한 흑백의 수묵화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03년 가을 70년 화업을 정리하는 회고록을 펴냈고, 중국화단의 대가 리커런(李可染)과 함께 한 덕수궁미술관 ‘한·중대가 2인전’이 끝난 게 꼭1년전이었다.

인물을 비롯해 학 백로 및 산수와 정물을 즐겨 그렸으며 말년에는 먹과 선만으로 탈속한 선의 경지를 담아냈다. 일반에 알려진 대표작은 현충사의 이순신 장군 영정과 유관순 기념관의 유관순열사 영정외에 국회의사당의 ‘백두산 천지도’, 바티칸교황청박물관의 성화 3부작인 ‘한국의 성모와 순교복자’등이 있다. 행주산성 충장사의 권률장군, 한국은행의 정약용 정몽주 선생, 낙성대의 강감찬 장군, 충의사의 윤봉길 의사, 중국 법화원의 장보고 장군 영정이 월전의 작품이다.

월전은 1912년 경기도 여주 출생으로 1932~1940년 이당 김은호에게 사사했다. 1950년 첫 개인전이후 20여회 개인전을 통해 한국화의 전통을 계승하며 현대적 화풍을 조화시키는 ‘신문인화’를 추구했다.

서울대(1946~1961) 홍익대(1971~1974년)에서 제자를 양성했고 으며, 박노수 권영우 이영찬 이종상 오용길 이왈종 조환씨 등 한국화단의 중진작가들이 대부분 월전의 제자들이다. 월전은 1989년 월전미술문화재단을 설립, 1991년 삼청공원 입구에 월전미술관을 세고 월전미술상을 제정해 한국화가들의 창작을 독려했웠다. 일제시대부터 활동한 월전은 경기도 이천시의 월전미술관 건립계획땐 친일문제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유족은 월전미술문화재단 이사장 학구씨 등 4남3녀. 장지는 경기도 양평군 지제면 망미리 산1-1 선영.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