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기자의 현장속으로>‘500만원+땀’으로 짓는 ‘30평 생태집’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옥의 미학을 살리면서도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한 경기도 양평군 신욱희씨의 한국형 생태주택.

강원도 홍천군에 사는 양보석(35)씨는 올 봄에 단 500만원의 비용으로 30평짜리 주택을 짓겠다는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꿈에 도전한다. 바람과 흙의 정신을 담는 생태주택이다.

나무기둥과 황토 구들은 주변 자연에서 재료를 취할 수 있고, 혼자서 짓는 집이므로 별도의 인건비가 들지않는다. 그의 집짓기에는 최소비용과 최소 에너지 투입의 원칙이 적용된다. 4월초부터 터파기를 시작하는 데 이어 통나무를 40~50㎝ 정도 잘라 흙을 바르면서 차곡차곡 기둥을 쌓아나가기로 했다.

우선 중심부에 원통형의 거실을 짓고 살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거실을 중심으로 주변에 작은 원형의 별채를 하나씩 붙여나가는 방식으로 지어 내년 봄 완공할 계획이다. 벽난로를 겸한 황토구들을 만들어 아궁이에 나무를 때면서 연료비가 거의 안드는 생활방식을 선택하기로 했다.

간벌이 필요한 주변 잣나무를 잘라 기둥의 재료로 쓰고 지붕은 제재소에서 쓰다 버리는 나무의 겉껍찔인 피죽을 얻어와 너와집 형태로 얹을 계획이다. 화장실도 제주 똥돼지 처리방식을 채택하고 모래와 자갈, 부들을 심어 자연정화되도록 할 계획이다. 쌀을 얻을 수 있는 200평 정도의 논과 다양한 채소가 자라는 50평 정도의 밭을 갈면서 소박하고 검소하지만 자립적인 삶을 살겠다는 양씨의 눈빛은 조용하지만 단호해보였다. 작은 사업 등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좀 더 많은 소비적인 생활을 해왔다는 양씨가 보다 값진 삶을 살겠다며 180도 방향전환을 하게된 것은 지난해 1년과정의 생태건축아카데미 강의에 다니면서부터.

양씨는 “생태건축아카데미 교육을 받으면서 에너지 순환체계에 대해 고민하게됐고 자연의 테두리안에서 생태적인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역시 생태건축아카데미 출신인 신욱희(49)씨는 지난해 경기도 양평군에 30여평 규모의 흙벽돌집을 지으면서 한국형 저에너지 하우스를 설계했다. 무역업을 하는 신씨는 벽두께를 300㎜로, 천장도 400㎜로 넣는 고강도 단열처리를 시도하는 등 하나의 주제에 집중해 옹골차게 에너지를 절약하는 시스템을 채택했다. 또 이중 창문의 경우에도 바깥에는 서구형 설비로, 안쪽은 새살문 전통 창호를 적용했다. 여름의 경우 통풍이 잘되는 전통 창호만 이용하고 바람이 거센 겨울에는 두 창문을 동시에 사용하겠다는 복안이다.강추위가 몰아친 1월, 주변 15평 가옥의 경우 한달에 4드럼 정도의 기름을 쓴 반면 신씨의 30평짜리 한옥에서는 한 드럼(약 14만원) 정도의 기름을 썼을 정도로 철저한 저에너지 주택을 실현했다.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생태건축아카데미 과정을 듣고있는 삼우설계 위동록(35) 건축사도 양산 부산 제2캠퍼스를 설계하면서 빗물을 이용해 생태연못을 만드는 시스템과 옥상녹화 등 생태건축 방식을 대거 적용하고 있다. 대안학교 교사인 송단비(28)씨도 학교 교사를 생태건축으로 설계하는 문제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 생태건축 아카데미 출신들은 곳곳에 퍼져 생태주택의 파종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생태건축아카데미 출신은 아니지만 햇빛과 바람, 빗물까지 재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류기석(40·연세대 교직원)씨의 집은 철저하게 재활용품을 활용해 지은 집이다.

광릉 숲 인근에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철마산자락에 있는 그의 집은 대지 170평, 건평 50여평 규모이지만 마당 자체가 철마다 제각기 다른 꽃들이 변화무쌍하게 피어나는 생태정원이다.

매발톱꽃, 당귀, 곰취, 취나물, 왕원추리 등 수없이 많은 식물이 자라고 생태연못에서는 개구리와 도마뱀이 노닌다. 생태연못은 못쓰는 고무대야에 흙을 채우고 돌을 쌓은 뒤 빗물을 모아 물을 가두도록 했다. 이 연못에는 간혹 반딧불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류씨가 구상해 만든 처마를 받치는 높이 4m쯤 되는 빨간 파이프도 이 집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들고있다. 이 집의 자재들은 모두 한옥이나 모델하우스 등을 철거할 때 나오는 건축자재들을 재활용한 것이다. 폐기된 컨테이너 하우스를 기본으로 모 대기업 회장 집 한옥의 문짝이었던 명품(?)이 생기면 그 문짝에 맞춰 문을 내고 창문을 뚫으면 그 구멍에 맞는 창틀을 구하는 식이었다. 고택에서 쓰던 품위있는 빗살무늬 창호형태의 미닫이가 이 곳에서 다시 살아났고 남이 깨뜨려 내버린 항아리는 이 집 정원의 훌륭한 소품이 됐다.

신혼 때 산 뻐꾸기 시계를 단장해 우체통을 재활용하고 세면대로 화분을 만든 아이디어도 재기가 넘친다. 버려진 보도블록이 아름다운 정원을 거니는 산책로에 깔렸고, 메밀꽃을 자녀들 이름 모양으로 심어 웃음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집안에도 작은 정원을 꾸몄고 다락방으로 오르는 계단도 이웃 할아버지 댁에 안쓰는 사다리를 얻어와 만들었다. 계단을 접이식으로 만들어 쓰지않을 때는 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딱 탐정소설에 나오는 비밀통로다.

그는 과거에 한 고추밭에서 버려진 스키폴대를 주워다 고춧대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눈을 반짝이기도 했고 사람들은 왜 자신의 집을 가꾸기보다 외부의 아름다운 곳만 찾아다닐까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했다.

“집은 마음으로 짓는 것입니다. 마당은 자연과 인간과 온갖 무생물이 어울리는 장소이면서 마음을 정화하는 장소이기도 하지요. 또 외부의 생태계와 연결되는 비오톱(소생태계)입니다. 화가 났다가도 풀꽃들이 가득 피어난 정원을 걸어 들어오면서 스르르 풀리지요.”

그는 풀꽃이 만발한 정원과 실내정원가꾸기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물론 천연염색재료로 부인과 함께 옷을 만들어 입으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전국부차장 jinye@munhwa.com

생태건축 아카데미는=생태건축연구소(www.ecoarch.org)가 운영하는 생태건축 아카데미는 건강한 집짓기와 생태건축에 대해 공부하는 모임으로 평범한 회사원에서부터 건축사, 경제단체직원, 주부, 무역업체 대표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지난해 회원들이 직접 흙벽돌을 찍어 서울 종로구 부암동 에너지대안센터에 태양열 설비실 건물을 지어주기도 했다.(사진)평범한 직장인인 수강생들은 칡과 솔잎을 섞어 흙벽돌에 은은한 향이 배도록하는 방법 등 창조적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다는 것.

이윤하 생태건축연구소 소장은 “교토의정서 발효 등으로 생태건축의 대중화 시대가 앞당겨져야 한다”며 “현재 모집중인 올 봄 아카데미 강좌 때부터 태양광, 풍력, 수력, 생물에너지 등을 이용한 건축방식 등에 대해 보다 심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며 곧 세계 각국의 생태건축 정보를 제공하는 생태건축 포털 사이트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