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의 만화가게>여학생 일기를 통해본 남학생들 자화상

웃음이 필요한 시대다. 인내하고 채찍질하며, 속내를 숨긴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웃음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점잖아 보이려고 애써 감춰둔 무엇이 한 순간 터져나올때의 웃음은 말로 표현 못한다.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기 시작한 코미디 만화를 소개할까 한다.

정체도 불명한 ‘B급달궁’이 연재하는 ‘다세포 소녀’(www.dasepo.com)가 그것. 클릭하는 순간부터 웃음을 멈출 수 없는 초 절정의 코믹만화다. 인터넷 웹사이트에 연재된 이후로 수많은 펌킨족들의 퍼나르기로 유명해진 만화다. 대단한 재미와 함께 연출력이나 감성의 상당한 수준을 느끼지만 욕설이 난무하는 등 ‘수위’ 가 높아 오프라인이라는 양지로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마치 평범해 보이는’ 한 고등학교에 여러 학생들이 등장해 벌이는 이야기다. 일례로 학교의 유명한 인기 남학생들이 한 여학생의 일기장을 손에 넣는다. 장난 삼아 일기장을 펼쳐 본 학생들. 섬세한 감수성으로 써내려갔을 여학생의 일기를 생각한 남학생들은 일기를 읽어 내려가면서 얼굴이 사색이 된다. 우리 반 누구는 조루이고, 누구는 아직 포경을 안 했으며, 누구는 여자 옷을 즐겨 입는다는 등 내용이 상세하다.

인기 남학생들은 그 주인공들이 바로 자신들이라는 것을 알고 다음날부터 학교에 안나온다. 고등학생이 한없이 순수하고 발랄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지만 이 만화의 별종들은 가식을 걷어낸 실제 인간의 모습과 차라리 가깝다. 순정만화풍의 그림에 수채화처럼 아스라한 색채로 꾸며진 만화의 인물들이 벌이는 ‘변태’에 가까운 말과 행동을 보면 벌써 이 만화에 ‘폐인’들이 생기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등장인물인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가 인간형상의 ‘가난자루’를 등에 업고 다니거나 학교 내 왕따를 눈이 하나뿐인 사람으로 그려놓은 것부터, 하루키 소설의 명대사와 고전 설화를 차용한 기법에서 작가의 지성과 내공이 느껴지는 매력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만화스토리작가 klavend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