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한충희의 내몸은 내가 고친다>담백한 식사·적당량 운동을

당뇨환자에게는 담백한 식사와 적당량 이상의 운동, 그리고 심적인 평화를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피하라는 생활관리가 강조된다. 임상 현장에서 당뇨환자들과 마주해보면, 생활관리를 잘 준수했는지 여부가 실제 체크되는 혈당수치와 증상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언젠가 한 환자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모든 생활에서 절제해야 하니, 거의 수도승의 생활과 비슷한 것 같다”고. 그렇다. 지금 당뇨환자에게 요구되는 생활관리를 제대로 실천하는 것은 어찌보면 수도승에 가까운 금욕적 생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당뇨에 대한 생활관리 항목을 환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세 부류를 볼 수 있다.

첫째 생활관리는 거의 없고 하고 싶은 대로, 욕구대로 먹을 것 다 먹으며 운동도 열심히 하지 않고 감정도 컨트롤하지 않는 경우.

둘째 관리방법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은 있으나 여전히 정돈되지 않은 욕구가 왕성해서 생활관리 지침을 지켰다 어겼다 하면서 병과 컨디션도 오락가락하는 경우.

셋째 병의 심각함을 깊이 자각하여 생활관리를 철저히 하는 경우.

이에 따른 병증의 진행과정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생활관리 항목을 다시 살펴보면 이렇다. 평상시에 어겼기 때문에 병을 앓게 되는 것이다. 위염환자에게는 ‘규칙적인 식사 관리’가 처방되는데, 평상시 ‘불규칙한 식사습관’ 때문에 위염에 걸린 것이다. 당뇨환자들도 다른 질환이 원인이 되었거나 선천적인 몇몇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예외없이 적용된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 재미있는 일을 할 때와 싫은 일을 억지로 할 때의 차이를 잘 알고 있다. 전자는 집중이요,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행복이다. 후자는 내적인 분열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고통이다. 마땅히 전자에 많은 것을 맞추어서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당뇨병을 앓고 있으면 소극적으로 관리하면서 피해갈 생각은 버리자. 억지로 하기보다는 ‘전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마음을 내어 자발적으로 수도자의 삶도 사는데, 이 기회에 병도 고치고 생활관리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식도 바꿀 수 있다면 이것은 대단한 기회인 셈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 공짜는 없다. 당뇨병을 앓으면서 생활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의 대가는 무엇이겠는가? 아마도 그것은 병을 극복하는 직접적인 것뿐 아니라, 이를 통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삶의 여러 의미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고집을 접고 말을 잘 들어서 안될 일은 없는 듯하다. 스승의 애정어린 가르침, 여러 관계와 경험을 통해 우리는 삶의 여러 지침 같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러한 가르침을 따르지 아니할 때 우리는 고통을 겪거나 비효율적인 결과를 맞게 된다. 마땅히 되어지는 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고집과 겸허하지 못함으로 매번 틀린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뇨병의 지침도 마찬가지다. 환자에게 그것은 병을 풀어나가는 해법이자 가르침이다. 바른 가르침이라면 마땅히 순종해야 한다. 순종이 안되면 하루하루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그것을 삶 속에서 즐길 때까지…. 현재로서는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