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굴곡의 100년을 넘어>썰렁했던 18일 한·일 정상회담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시간은 모두 30분이었다. 18일 오후 부산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에서 열린 이날 회담은 통역시간을 포함하면 사실상 양 정상이 직접 대화를 나눈 것은 15분 정도에 불과한 셈이었다.

16일의 한·중정상회담 8시간, 17일의 한·미 4시간, 19일의 한·러 3시간30분과 비교해보면 한·일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그나마 주제도 냉랭했다.

짧은 회담중 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에게 “일본의 야스쿠니 참배라든지 역사교육 문제, 독도 문제에 대한 어떤 일본의 입장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생각을 일본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우리가 더 이상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또 물론 개인에 대한 보상은 별개이지만, 우리는 국가 대 국가의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대통령의 솔직한 의견에 감사한다”고 말한 뒤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것은 과거 전쟁에 대해 반성을 하면서 두 번 다시 이런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일본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본질적 문제이고, 아무리 고이즈미 총리의 생각을 선의로 해석하려고 해도 우리 국민들이 결코 그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며, 아까 말한 세 가지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고 응답했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한·일간 협력이 잘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북핵 문제 모두가 일본에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회담 초반 북핵문제 얘기가 있었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길게 얘기하다가 시간이 다 돼 끝났다”며 “셔틀 (정상) 회담 얘기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마다 여름, 겨울 두 차례씩 번갈아 상대국을 방문하며 가져온 셔틀정상회담은 이번 겨울에는 물건너 간 셈이다.

최형두기자 choihd@munhwa.com